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모든 이들이 빨리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2월은 어리다. 다른 달보다 짧은 날수가 그렇다.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은 분명 1월이지만 심리적, 사회적으로 3월 또한 출발의 의미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2월은 완전한 3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 그 자체로 무엇인가 도모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아직은 덜 자란 질풍노도 청소년과 같다.
2월은 서툴다. 앞선 계절을 힘차게 몰아내지도 못하면서 난데없이 봄바람을 불게 해 나무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게 한다. 봄인 줄 알고 고개를 쳐든 꽃들은 찬바람에 이내 다시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참 난감한 노릇이다. 다 서툰 2월에 속은 탓이리라.
2월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꽃망울뿐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생각해보면 유난히 요란한 잔기침과 미지근한 미열에 달뜨는 때도 2월이다. 겨울인 듯 봄인 듯 썸 타는 2월을 믿었다간 영락없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오늘 아침 마른기침을 하다 알아챘다. ‘아! 2월이구나. 28일, 마지막 날인데 기어이 그냥 보내지 않는구나.’
슬프게도 어리고 서툰 2월에 걸린 감기는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구는 믿었던 사람의 낯선 얼굴이 무서워 이별을 고했고 또 다른 누구는 하던 일을 던지고 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하필 2월에 말이다. 하긴, 그 모든 것이 다 어리고 서툰 2월 때문이었겠는가! 아프지 않은 몸이 살아 있다 할 수 없듯, 삶 또한 아프고 힘들어야 生이라 할 수 있겠지. 그저, 마음의 감기를 앓기에 좋은 계절이 2월이라며, 그럴싸한 핑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2월의 마지막 날, 어리고 서툰 계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어서 빨리 따뜻한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