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의 쓸모

12월 1일의 밤에 읽는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by 코코넛


달력을 12월로 넘어가면

습관처럼 깃드는 감정은

허전한 듯 벅찬 듯 쓸쓸하다.


여름밤에 길 고양이와 마주쳤을 때와

겨울밤에 길 고양이와 마주치는 감정의 차이처럼

상이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12월의 달력에 스며든 밤,

2024년은 이제 내 삶의 뿌리 부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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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휑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비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천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 송찬호



묘한 기분을 다스리려고

송찬호 시인의 시집을 펼쳤다.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세상에 쑥스러움을 불쑥 드러낸다.

시인이 고양이에게 내민 둥글고 흰 접시는

쑥스러움을 지운 접시일까?


생명, 살아 움직이는, 혹은 움직이지는 못해도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비어있음이

쑥스러움이고,

죄스러움이고,

미안함이고,

슬픔일 수 있는데

사물에게 비어있음은 쓸모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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