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은 그리움에서 출발할까?

공백을 건너서 그리움을 해소하는 순간들

by 코코넛


그리움은 추위도 잊게 하고

이해타산이 끼어들지 않는 무방비의

초연한 마음으로 이끈다.

그러한 과정에서 창의적인 발상이 샘솟는 걸까?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었던 지점처럼,

사진으로 찍은 순간처럼

그리움은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순간 강렬한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호출하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가 생각나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생각나면 안젤름 키퍼가 떠오르고

안젤름 키퍼가 떠오르면 캘리 그로비에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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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는 구간이 길었던 도로에서

잠시 마주했던 산자락과 산자락 사이의 아파트들을 바라보다

연상작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까닭은

오랜 공백을 건너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반가운 시간을 뒤로하고 집에 도착해서

안젤름 키퍼의 작품을 꺼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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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갈망이다.

결코 도달할 수 없지만,

결국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계속 나아간다."


-안젤름 키퍼



그는 금박과 은을 작업에 꾸준히 사용했는데

납과 금박의 혼용은

영적 깨달음, 초월의 은유로 작용하여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과 닮아서라고 했다.

그는 금박보다 납을 더 자주, 더 많이 사용했는데

그 이유가 납은 인류의 무거운 역사를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라고 믿어서다.


어쩌면 그리움도 믿음의 변형으로

갈망이고 추앙은 아닐까?

안젤름 키퍼의 그림을 감상하다

그러한 생각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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