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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Sep 24. 2024

북촌 작업실에서 길어 온 생각

꿈을 꾸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갑자기 많은 오늘, 

어렸을 때부터 친한 절친인 친구와 북촌으로 나들이했다. 

평일이고 환절기여서였는지 다른 날보다 사람이 적어서 

붐비는 수준은 아니라 나들이가 더 신났었다.

친구가 예약해 놓은 맛집인 깡통 만두에서

만두전골을 나누어 먹은 후

노무현재단의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고 소문나서 

커피 맛도 확인할 겸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창경궁의 담과 나무의 윗부분 그리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의 오보였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커피 맛은 좋았다. 



북촌에는 사랑하는 후배의 작업실도 있어서 

둘이서 이야기를 실컷 한 후 후배의 작업실로 갔다. 



후배의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와인 두 잔을 비우면서 

그녀가 했던 작업들을 보고

현재 하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후배의 두 분은 더욱 반짝였다.

내일부터 전시가 시작된다고 해서 일찍 작업실에서 나왔다. 



작업을 지속하는 지인들의 작업실엘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잊고 살던 

열정이 활활 불타올랐던 기억들이 고개를 내민다. 


그랬었지. 

그래 꿈이 나를 삼켰던 시절이 있었지. 회한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 셋을 키우면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작업실을 갖고 작업을 이어가는 후배, 

지치거나 중간에 꿈을 꺾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후배의 열정에 알 수 없는 감동과 응원이 

저절로 나온 시간이었다. 


사실, 후배가 결혼한 후 아이들을 여럿 낳아서 

중도에 꿈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남에 대하여, 성급하게 판단하고 말했으며, 

마음을 둔 사람에게 몰두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예의를 지키지 못했고, 

세상살이에 필요한 예의범절을 너무 쉽게 무시하는 등 

그와 메리앤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엘리너로서는 그가 그렇게 조심성 없는 것은, 

좋게 볼 수 없었다. “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리다가 

현실과 타협하면서 슬그머니 꿈을 잃어버리거나, 

지치거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북촌에 작업실을 갖고 꾸준히 꿈을 향해 가는 후배가 대견했다. 

꿈에 다가가는 데 속도전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 후배에게 배운 게 있다면, 

꿈을 방해하는 일이 다가오면 묵묵히 

그 어려움을 견디어낸 후 중단되었던 

그 기간의 열정을 모아서 다시 시작할 용기로 만들고,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메모했다가 

새로운 도전에 더해가는 지혜다.



”어떤 자질이든 

때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본래의 가치 이상으로 치켜세워지기도 하는 법이다. 

가끔 그녀는 쓸데없는 애도에 질릴 대로 질려서, 

좋은 품성보다는 좋은 예절이 사람을 편하게 하는데,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 “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집으로 오는 길에 자질에 대해 묵상했다.

창의적인 일에 몸담은 사람들이 지닐 덕목은 

자질과 관여되었을까 와 더불어 


무엇이 제일 중요한 자질일까?


 결국엔 <끈기>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들과 견주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지 않는 자질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즐기면서 끈기를 가지고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자질을 제일 중요하게 꼽은 날이다.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으면 행복하지만, 

공감하는 분이 적어도 지치지 말고 계속 지속하자. 하고 

마음속으로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꿈을 향해 가는 길은 

평평하고 안전한 땅에서 걷는 게 아니라

나무 위를 걷는 것처럼

난이도가 많은 삶인 듯해서 나무 위에

신발을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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