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넛 Sep 25. 2024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87일에서 고전발췌는 막을 내립니다.


지난 해인 2023년도에 

내가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는 고전 100권 읽기였다. 


1년 3개월 동안 그 프로젝트를 마쳤고 

책을 읽으면서 발췌했던 문장으로 쓰인 노트는 총 7권이다. 

그리고 지난 6월 말에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0일 동안 매일 일기처럼 채집한 생각을 쓰는 프로젝트였다. 

오늘 소개하는 돈키호테에서 발췌한 문장이 

고전 백권 읽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책이다. 




글쓰기 프로젝트는 아직 백일이 되지 않았는데 

읽었던 고전의 작가는 이미 소개가 끝나서 내일부터는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도 발췌한 문장을 

내 글 사이에 끼워 넣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냥 내가 채집한 생각만 쓰기로 했다. 



백일이 되기 전에 고전이 끝난 것은, 


책 중에 상, 하권, 혹은 1, 2, 3으로 소설책이 나뉜 것들이 

여럿 있어서 발생한 일이다. 


나의 일기는 오늘로 87일이다. 

13일만 더 쓰면 백일 프로젝트의 완성이니 프로젝트의 하반부다. 

사실 그동안 검토하지도 못한 채 

날것의 문장을 발행했으므로 오타도 많았고 

문장에 매끄러움도 없어서 읽어주신 분에게 죄송했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좋아요>라는 표시로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특별히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진행될 때는 

존경도 모르고 이성의 한계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조건에 있어 죽음과 똑같다는 것을 말일세. 

사랑은 목동의 초라한 오두막이나 왕의 높은 성이나 

가리지 않고 덮친다네. 

그리고 한 영혼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두려움과 수치심을 빼앗아 버리는 일이지. “


-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서 발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일처럼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일은 없을 듯하다. 

아름다움을 쟁취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고, 

위험한 일도 물론 없을 듯하다. 

끝나지 않을 듯이 극성이었던 더위도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온과 만나는 환절기다. 

그래서였을까? 

어쩌면 사랑은 날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찾아왔다가 갑자기 떠나는 날씨의 변화처럼 

사랑은 움직이는 감정이고,

절대로 잡히지 않는 감정이라서 찾아왔을 때 

깊이 빠지게 되고 

홀연히 사라질 것을 알기에 사라지기 전까지 

사랑에 머무르게 되는 게 아닐까?



”잠을 자는 동안에는 

두려움도 희망도 고생도 영광도 없다는 겁니다요. 

잠을 발명한 자 복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은 인간의 모든 근심을 덮어 주는 외투이며, 

추위를 데워주는 불이자, 

더위를 식혀주는 차가움으로, 

결론적으로 말해서 무엇이든 살 수 있도록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돈이자, 

목동을 왕과 똑같이 만들어 주고 

바보를 똑똑한 자와 똑같게 만드는 저울이며 

추랍디다.

잠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흠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건대 죽음과 닮았다는 겁니다요. 

잠든 자와 죽은 자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거든요. “


-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서 발췌




돈키호테는 모든 이야기의 성경과 같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많이 함께 존재하는 소설이다. 

고전 다시 읽기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 이건만 처음 읽는 듯이 

완전히 새로운 문장과 만났다는 것이었고, 

중 고등학교 때 나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얼마만큼 이해했었을지 궁금했다. 

이해도 하지 못한 채로 읽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는?

그래서 다시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공책에 필사했었던 문장 전부를 온라인에 옮기지 못하고 

작가 한 명당 두 문장만을 이 기회를 통해 온라인으로 옮겼다.

온라인으로 옮기지 않은 문장은 깊은 잠을 잘 것 같다. 

의욕처럼 글을 매일 다시 읽게 되지 않을 게 뻔하니.

이곳에 옮긴 문장이 

그 작가의 글에서 최고의 문장이라서 옮긴 것이 아니다. 

그날의 내 기분과 가장 닮은, 

그날의 내 생각의 흐름과 가장 어울릴 듯한 문장을 골랐었다.




내일부터는 오로지 내 생각으로만 쓰는 시간으로 

백일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까지 이어갈 생각이다. 

그 이후부터는 생각 정리가 끝나고 

글에 오타도 없는 조금 더 완벽한 문장이 탄생했을 때만  

이곳에 올릴 계획이다.


<생각의 바다에서 채집한 단어나 문장은

위의 이미지처럼 섬과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북촌 작업실에서 길어 온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