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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Jan 05. 2016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존경받는 사람이기보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얼마 전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려고 헌헐센터에 갔었다.

주변 사람의 소중한 사람이 급성 백혈병에 걸려 혹시 몰라 조혈모세포 기증의사를 표현하려고 헌헐 센터에 갔었다.

나도 보통의 사람처럼 내 몸이 가장 소중하기에 여러 가지를  알아본 후 나의 생체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한 것이었다.

헌혈 센터에서 생체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피를 뽑는 순간, 간호사가 나에게 말을 하였다.

'참 힘든 결정을 하셨어요. 저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일반인분들이 결정하는 것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렇게 별거 아닌 대화를 하는 동안 내가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때에 내 짝꿍이 생각났다.

존경스럽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이 부끄러워 생각났던 것 같다.

내가 과연 존경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인가?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되물었다.

나는 존경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인가 중학생 때의(오래된 일이라 정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일이다.

그때 당시에 담임선생님은 남과 여를 함께 짝으로 하여 자리를 배치하셨다. 이름순으로 배치를 했는지 아니면 키 순으로 배치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에 내 짝은 소아마비를 앓던 아이였던 것 같다. 말은 정확하지 않았고 걸음도 이상했었다. 그때의 어린 마음에 보기에는 정상은 아니었고, 일반적인 범주안에 있으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 했던 내 마음에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친구에 대한 내 마음은, 특히 교실 안에서의 내 마음은 불쌍함 이었다. 그 친구를 일반적인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알림장(알림장 생각을 하니 초등학교 때의 일인 것 같다.)을 내가 대신 써 주었고, 각 교과의 준비물 등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이러한 행동은 그 친구가 조금 불편한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넘어서 불쌍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친구, 모자란 친구, 혼자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친구라는 생각이 먼저였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도와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도왔다. 우리는 그저 교실 안에서만 마주칠 뿐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낸 후에 다시 내 짝은 바뀌었고 학년도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는 졸업을 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친구를 길에서 보았다.

나는 도서관에 가는 길이었고 그 친구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그 친구와 눈이 마주친 순간 조금은 깜짝 놀랐었다.

머릿속에 참 많은 생각들을 하였던 것 같다.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나는  그때에 중학생이었고, 참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우리 동네의 가장 번화가였다.

나는 그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왠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인사를 하기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참 많은 사람들이 그 친구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였다. 그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더니 인사를 하였다.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무어라고 할 수 없는, 곰의 외침과 같은 느낌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다리를 끌면서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더 빨리, 그 전의 걷는 속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로 그 친구를 무시하며 지나갔었다.

그 이후 그 친구를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그 친구는 단순히 반가운 마음에 나에게 인사를 하러 왔는데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그때의 충격으로 혹여나 세상을  사는 데에 불신을 품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 일로 세상에 담을 쌓거나 좋은 사람들을 만날 때에 마음을 열기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존경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참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었을 것이다.

저 친구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존경스럽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친구가 떠올랐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나는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평생을 살면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그 부끄러운 마음을 잊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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