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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Jun 29. 2016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얼마 전 남은 두 개의 사랑니를 뽑았다.

살에 파묻혀 있던 이 사랑니는 주기적으로 내 잇몸을 부어오르게 만들었다.

심하게 부어오르면 밥을 먹기에도 많이 불편했고, 계속 아파서 가만히 있을 때도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아파 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피곤한 내 몸을 쉽사리 잡에 들지 못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약을 먹으면서 혹은 얼음 찜질을 하면서 붓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갔다.

2~3일 정도 약을 먹으면 다시 괜찮아져다.

잇몸이 붓고, 약을 먹고 낫는 이런 행동을 몇 번쯤 반복했다.


주기적으로 잇몸이 부어올라 불편하던 차에

큰 맘먹고 이 사랑니를 뽑기로 하였다.


의사선생님께 주기적으로 잇몸이 붓는다고 하니

내 몸 상태가 괜찮을 때는 문제가 없으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을 때에는 살에 파묻혀 있어도

음식물이 끼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해진 만큼.


보통 때는 괜찮은데 내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몸이 피곤 하거나 그로 인해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붓게 되는 내 잇몸은 내 마음과 닮아 있었다.


보통 때는 참 즐겁게 장난도 치고 허허실실 웃으면서 지내는 나지만 2015년 연말부터 현재까지 회사에서의 크고 작은 제와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해 내 마음은 지쳐있었다. 마음이 지치니 별 것 아닌 일에도 기분이 나빠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상처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부어오른 잇몸이 약에, 얼음에 위로받던 것 처럼...


친한 친구들한테 말해봤자 진지한 이야기를 견디지 못하는 여느 남자 놈들이 그렇듯이 위로해주기 보다는 욕을 하거나 나약하다고 놀림만 하고 끝낼게 뻔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놈들 이었으니까 말이다. 남자는 강인해야 하며 힘들어 하면 안된다고 배웠던 우리들 이었다.


그래서 이럴 때에는 하는 수 없이 마냥 즐거운 듯한 모습으로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면서 가끔 신세한탄을 하곤 다. 혼자서 영화를 보기도, 가끔 전시회를 가고 산책을 하며 내 문제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다. 그렇게 아픈 내 마음보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아픔을 마주하지 않을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것도  이지 결국 더 외로워지고 만다. 문제는 더욱 커지고 앞으로 다가 올 나의 미래는 그 문제에 짖눌려 숨조차 쉬기 힘든 내가 수도 없이 그려졌다. 더군다나 혼자 하는 모든 것은 결국 나눌 이도 나 혼자밖에 없어서 그 외로움과 문제점도 나 혼자 해결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해결된 것은 없고 외로움과 내 앞에 닥친 어려움은 더욱 커져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내 마음은 내 잇몸과 사랑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던 내 입 속에서 쉽사리 염증을 일으키던 내 잇몸과 사랑니. 쉽게 부풀어 오른 사랑니 근처의 내 잇몸처음에는 죽도록 아프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에 불편함을 선사 했지만 결국에는 지금처럼 다 아물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씹어 먹어도, 양치를 해도 괜찮은 것 처럼 말이다. 아팠던 순간은 이 세상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듯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찾아온 이 외로움도 내 마음속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상처와 염증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따라 결정 된다. 지금은 그저 그런 내 마음이라 조그마한 상처에도 쉽사리 염증이 생겨 나를 힘들게 하지만 조금 더 지나고 마음속의 건강함이 자라나면 작은 상처가 있더라도 활짝 핀 얼굴로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에서 봤던 어떤 분의 글처럼

'바라건대 부디 서로 밝아지길' 란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도 쉽게 상처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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