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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Jun 25. 2016

서른 두 살의 사랑

진정한 사랑은 어디로 간 걸까

 몇 년전 마지막으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참 많이 소개팅을 했다. 대학교 4학년때에 사귀고 3년정도 만난 후 헤어진 것이 내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렇게 헤어진 후에 몇 년간 홀로 남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같겠지만 해어진 후 처음 몇 달 동안은 예전 사람이 생각나 힘들 때도 있었다.그러나 친구들과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고 그 동안 해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하며 대체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하나 둘 여자친구가 생겨 모임에 소홀 해지는 친구들이 생기고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남이 줄어들자 나도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나 5일간 일하고 이틀간의 짧은 주말에 집에서 빈둥빈둥 대며 책을 하루종일 읽고 있는 날을 몇 주째 맞을 때면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이도 부탁을 했었던 것 같다. 부탁도 많이 했지만 대부분 결혼을 했거나 여자친구가 있는 주변 친구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서 그런건지 아니면 더 이상 남은 주변의 남자가 없어서 그랬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소개팅(이라 말하고 '선' 이라고 읽는다. 32살이 넘은 남자가 무슨 소개팅이랴)을 했었다. 지난 2년간 말이다.

 공대를 나오고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일은 소개팅을 하지 않으면 거의 없다. 그렇게 지난 2년간 내가 만날 수 있었던 모든 여성분들은 대부분 괜찮은 여성들 이었다. 모두들 장점이 많은 여자분들 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나에게 과분했다. 대부분 같이 시간을 보내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웃음 속에서 몇몇과는 소위 말하는 '썸'을  탔다.

 만날 때 즐거우면 대부분 그 사람에게는 호감이 있다. 그게 이성이든 동성이든 말이다. 특히나 시작하는 이성 관계에서의 호감이라는 감정은 더욱 중요하다. 계속 그 사람을 만날 당위성이 생기고 그렇게 만나다 보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니까 말이다. 나도 그렇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호감이 사랑으로 발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사랑으로 발전을 한 적이 없다. 단순히 단편적인 내 밝은 모습만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보여주어 친해진 관계에서 내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무서운 마음에 더욱 발전된 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보니 보통때의 내 삶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 조금 더 즐거운 모습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 후에는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지만 이것은 호감에서 사랑으로 진전되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다. 특히나 나는 그런것에 어려움을 느끼던 사람은 아니었다.


 '무엇이 이유였을까??' 라는 결론을 요 근래에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내리게 된 것 같다. 물론 이 결론은 서른살이 넘은 모든 남성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동의 하였기에 어느 정도의 신뢰성은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 사랑하던 사람은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같이 만나면 설레었고 즐거웠다. 언제나 항상 보고 싶었고 시도때도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을 시작하면 항상 그러리라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사랑이었고 내가 사랑할 때 내가 변하는 정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2년간 만났던 참 좋았던 여성분들과도 내 사랑의 기준은 그것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번 만나다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어렸을 때의 감정과 같은 사랑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서부터 나는 그 답을 찾기 시작하였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내 안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성이 파괴되어 그런 것인지,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한 삶을 겪으며 회의감이 들었던 것인지, 사랑에 대한 감정을 처음 느낀지 십 수년이 넘어가면서 그 감각에 무뎌져 버린 것인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슬펐다. 왠지 내 사랑은 끝난 것만 같았다. 아니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한 것 뿐이라는 말을 믿고 싶었지만 지난 2년간의 내 경험은 그것이 맞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 감정들이, 호감의 감정이, 사랑하는 감정이 예전에 비해 적게, 어렸을 적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 감정이 사랑이라고 부를 만큼은 아니었던 조금은 작은 사랑.

어렸을 때 처럼 콩깍지가 씌여지는 사랑은 찾아오기 힘들어 보이는 이 사랑이 서른 두 살의 사랑이라는 것이 내 생각의 끝에 서 있었다.


이제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 버린 것 같다.

이 서른 두 살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적응하거나 내가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정한 사랑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


어떤 선택이 옳은 일일까? 삶에서의 선택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만큼은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 말, 나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글을 브런치에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표를 근 시일 내에 이룰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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