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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Aug 19. 2016

참 특이하다.

모두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나는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물론 재미없거나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던 영화들은 절대 다시 보지 않지만 재미있게 본 영화들은 적게는 두어 번 많게는 삼사십 번을 보는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에 여러 번 봤던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다. 예전에 영화는 수다다라는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다가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을 하여 찾아보게 된 영화였다.

 사랑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재미있게, 그리고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가진 영화인데 이 영화도 수 십 번을 보았다.


 내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유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좋은 영화라야 여러 번 보기 시작하는 건 맞지만 단순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는 경우는 세 번 이상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런 대표적인 영화는 다크 나이트이다. 스토리면 스토리, 연기면 연기,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을 찾을 수 없는 영화다. 다크 나이트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딱 두 번만 본 영화다. 나에게 있어서 스토리나 연기 등 좋은 영화의 요소를 넘어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 이상 보는 영화는 주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을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대게 그러한 장면은 비슷한 느낌을 나에게 준다. 하지만 참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다. 그나마 비슷한 느낌의 단어는 '아련하다'라는 단어지만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느낌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잠들어 있는 남자 주인공의 가장 마지막 기억이 지워지는 순간이 나에게는 그런 장면이었다. 대게는 엔딩 장면인 두 주인공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최고로 꼽지만 나는 조금은 다른 장면인 이 장면을 좋아한다.

 둘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서로 사랑했던 기억이 없어지는 순간, 앞으로 다시 기억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쉬움, 도망쳤던 자신에 대한 후회, 발버둥 쳐도 지워질 수밖에 없어 느껴지는 무력감과 체념, 조엘에게 느껴지던 우울감.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순간에 작별인사를 하는 두 주인공. 이 장면에서 나도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는 것만 같다.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러브레터라는 영화다. 주인공이 도서대출카드 뒷면의 자기 그림을 마주하는 이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뜻밖의 사랑 고백,  동명의 이성에게 자기 또한 느꼈던 사랑의 기억,  말도 없이 떠나 버렸던 아쉬움, 너무 많이 흘러 버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후배들이 보고 있어서 느껴지는 약간의 부끄러움. 이 모든 것이 얽혀있는 감정이 왠지 모르게 그 순간 나도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이런 순간의 느끼기 위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영화를 봤다. 위에는 두 편만 이야기했지만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런 장면을 가진 영화는 의외로 많아서 세 번 이상 본 영화는 수십 편에 이른다. 위에 예로 들었던 것처럼 멜로/드라마 장르가 대다수이긴 하지만 액션이나 범죄물을 다룬 장르의 영화도 있어서 여러 번 보는 영화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는 편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나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뿐이라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런 취미생활(?)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나 특이한 점은 한 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인 것 같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나 또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행동을 특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모두에게 특이한 점 하나씩은 있다. 모두가 같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일까?


 이번 주말에 늦은 휴가를 떠나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 할 일이 있다. 아마 그때에도 난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있을 것만 같다. 나에게 있어서 요즘 가장 재미있는 영화니까!! - 또 모르지. 변덕이 죽 끓듯 해서 그 사이에 꽂힌 다른 무언가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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