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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Aug 21. 2016

뒤를 돌아본다는 것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돼

 이번 휴가때는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정말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아니고 충동적으로 선택한 여행지였다. 회사 때문에 바쁜 와중에 알아보기도 힘들었고 알아보려는 의지도 별로 없어서 생각없이 현지 일일투어를 예약했다. 내가 신청한 일일투어 중에 다자이후라는 곳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다자이후는 조금 유명한 신사인데 그 신사 입구에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연못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것이 있었다. 호수 중간에는 자그마한 두개의 섬이 있어서 다리 세개를 만들어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영문 설명에 의하면 첫 번째 다리는 과거를, 두 번째 다리는 현재, 그리고 마지막 다리는 미래를 뜻한다고 한다.

 다자이후를 방문하기 직전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이 다리를 건널 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말하였다. 다리는 과거를 뜻하기 때문에 뒤를 돌아보면 시쳇말로 '재수없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과거를 뜻하는 다리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다리 위에서 수 많은 일본인들은 일행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늦게 오는 이를 부르려고 뒤를 돌아봤다. 그래서 시덥잖은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마지막 미래를 뜻하는 세 번째 다리. - 다리를 다 건넌 후 뒤를 돌아 사진을 찍었다.



저런 생각을 도착하자마자 했음에도 왠지 돌아보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리를 다 건너기 전까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봐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돌아보고 싶었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처음 가이드가 저 이야기를 했을 때에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것은 이 영화였다. 미야자키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에 치히로가 충고를 듣고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밖으로 나가는 그 장면이 좋아서이기도 했다. 이 부분을 볼 때마다 나도 뒤를 돌아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영화에서의 의미도 신화적인 의미도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되고, 그렇게 돌아보다 보면 과거에 얽매여서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 지기 때문에 '재수 없다.'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인지라 가끔 뒤를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친구에게 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 한마디. 지금 생각하니 잘못된 선택이었던 일. 내 마음을 말하지 못했던 후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웠던 나의 행동.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냈던 일.

 그런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하게 된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 시간을 앞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에 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인 것은 알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뒤를 돌아보게 되면 쉽사리 현재로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자책감만 더욱 커지게 되고, 자책감이 커지면 후회와 자기비난의 단계를 반복하며 오랜 시간을 버리고 결국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으니 현재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결국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정말 '재수없는' 일이었다. 다리를 처음 봤을 때는 시덥잖은 이야기만 하는 가이드라고 생각했지만 그 가이드의 말은 나를 돌아보니 사실이었다.


 가이드의 말을 듣고 내가 다자이후의 다리를 건널 때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리고 돌아봐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지 않고 잘 건너왔던 것 처럼. 또한 치히로 처럼. 돌아보는 일을 당분간은 꾸욱 참아봐야 겠다. 재수 없는 일을 최소화 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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