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벼운 옷을 입을 때, 죽음도 가벼워진다.
가장 가벼운 옷을 입을 때, 죽음도 가벼워진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이 되었고,
그 설명은 대부분 타인의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실은 시선을 입고 있었다.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어떤 옷을 입는지를 가까이서 보았다.
병원에 들어온 순간
사람들은 평생 입어온 자신의 옷을 벗는다.
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환자복을 입는다.
누구의 아버지였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는지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지워진다.
요양원에서는 더 분명해진다.
기저귀를 차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옷을 입고 벗는 몸.
그 앞에서 나는 여러 번 생각했다.
우리는 왜
살아 있는 동안 그렇게까지 옷에 대해 집착하는 걸까.
나는 어느 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입지 않는 옷,
불편한 옷,
나를 과장하기 위해 샀던 옷들을 하나씩 꺼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몸이 가벼워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무엇을 입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 나는
옷을 입는 방식을 조금 바꾸었다.
너무 무겁지 않은가,
불편한 곳은 없는가.
그리고 밤에 옷을 벗을 때
하루를 함께 벗는다.
타인의 시선,
쌓인 감정,
붙잡고 있던 생각들까지
옷과 함께 내려놓는다.
그날의 나를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이다.
이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배워갔다.
그렇다면 죽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발로 걷고,
내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조용히 삶의 스위치를 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