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는 다시 두려워졌다

수행은 무너지기도 한다

by 명리하는 영화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마음도 정리했다고 믿었다.

평범한 아침이었다.


출근해서 일을 보는데

동료가 구운 계란 하나를 내 책상 위에 놓았다.


“어제 간식인데 하나 먹어봐요.”

요즘은 계란이 잘 안 맞는 것 같아

사실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둥굴레차 한 잔을 옆에 두고

껍질을 까서 먹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잠시 후,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트림이 올라오고

배 안에서 뭔가 끓는 느낌이 올라왔다.


‘소화제를 먹어야 하나.’

구급함에도 소화제는 없었다.


조퇴를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불편해할 것 같아

동료에게 말하지도 못했다.


그저

온종일

점심식사도 거르고

버티고 있었다.


아,

통증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게 시작이면 어떡하지.’

그 생각 하나가 올라오자

숨이 얕아지고

몸이 굳었다.


그동안 내가 붙들고 있던 말들.

좌탈입망(坐脫立亡),

존엄한 죽음,

삶의 주권.


그 모든 것이

그날의 나에게는

아무 힘도 없었다.


나는 다시

그저 두려운 사람이었다.

도망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그 감정과 함께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속이 조금 편안해졌다.

아, 살았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때 알았다.

나는 아직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나

괜찮았다.


마지막 순간에도

나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가만히 나의 두려움과 함께

숨을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