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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환 Feb 15. 2016

시대의 감성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자유'를 찾는 이들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

‘중동호흡기증후군’ 일명 ‘메르스 사태’는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같은 해 12월 23일 자정을 기해 공식적으로 종식되었다. 약 7개월 동안 약 12,000여 명이 의심환자로 격리 조치되었고, 그중 186명이 감염 확진을 받았으며,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공포의 바이러스’는 갖은 논란과 사건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중세 유럽을 공포에 빠뜨렸던 '흑사병'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흑사병, 나병, 콜레라, 사스, 에볼라 등 수없이 많은 전염병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의학이 발달 하기 이 전 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중세 유럽을 강타했던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1/3 이상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었고, 강력했던 로마제국 멸망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어떤 강력한 바이러스라도 백신이 개발되거나 자연 소멸되는 등의 일정 과정을 지나면 확실히 그 세기는 약해졌다. 현재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처럼 앞으로도 미생물에 의한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앞 선 바이러스들과 같은 과정을 거쳐 사라지거나 약해질 것이다. 


21세기형 병리학적 증상은 '정신질환'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질병은 앞서 말한 미생물에 의한  바이러스뿐이 아니다. 그것은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은 신경성 질환들, 이를테면 우울증, 공황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소진증후군 등 소히 말하는 ‘마음의 병’, ‘정신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여성의 10~25%, 남성의 5~12%가 일생 중 최소 한 번은 이런 질병을 겪는다고 하니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보다 훨씬 심각하다. 자살의 원인을 이런 ‘정신 질환’에서 찾는다고  가정했을 때 치사율이 27.3%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률. 2014년 통계청)나 될 정도로 위협적인 질병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 질병들은 항체를 형성하는 세포가 없기 때문에 면역학적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간혹 항우울제 처방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21세기형 질병의 바이러스는 미디어이다


신자유주의 태동과 더불어 자본주의는 이익과 효용의 최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는 사회적 평등을 약화시켰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런 사회적 배경. 즉, ‘부의 쏠림 현상’은 부를 취하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일의 사회학자 클라우스 후렐만은 “2000년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매우 고조되고 있다. 바야흐로 잘 먹고 잘 사는 시절이 도래하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의 두 세대는 극심한 취업난과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일단 취업 자체도 너무 힘들거니와 그 이후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총체적인 미래 분석 능력이나 미래지향적 능력에 발맞추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Super-spreader : media virus

이런 불안감은 미디어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 수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되어 사람들의 심리 속에 깊이  파고든다. 이제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겉으로 ‘사회의 변화’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불안감은 ‘자유’보다는 ‘안정’을 선택하게 만든다. ‘안정’을 추구하다 보면 사회를 변혁하려는 의지가 사라진다. 말만 무성할 뿐 사회를 비판할 의지도 힘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번진 바이러스는 다시 미디어를 통해 ‘외로운 늑대’라는 신종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예측할 수 없는 ‘폭두’가 되어 ‘걱정’과 ‘두려움’ 보다 훨씬 강력한 불안감인 ‘공포’를 퍼뜨린다. 

이것이 21세기형 질병의 증상이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 질병은 치료하기 힘들다. 백신 개발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만 무성할 뿐, 실효성 있는 치료법은 없어 보인다. 

나름의 치료법을 제시한다면, 우선 '인간성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최근 ‘인문학’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도 인문학이 나와 다른 시선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인기를 모았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담고 있는 시대의 감성은 악성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면역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80년대 젊은이들에겐 ‘안정’ 보다는 ‘자유’가 더 멋진 단어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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