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 나오는 메뉴는 바질 토마토였다. 사실 어제 찾아볼 때만 해도 다들 좋다고 추천은 하는데 화이트 와인에 절여져 있다는 설명이 살짝 거리낌을 주었다. 와인향이 싫어서 와인 돈가스도 안 먹는 나였기 때문에..
그래도 꼭 먹어보라는 추천에 시켰고 아무 정보도 없이 왔다면 애피타이저로 먹었겠지만나는 마지막에 디저트로 먹고 싶어서 나오자마자 사진만 찍고 옆에 두었다.
첫 튀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첫 튀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우 2 , 연근 1, 꽈리고추 1, 당근 1
사실 새우, 연근, 꽈리고추는 평범했다. 새우가 탱탱하고 연근이 아삭하고 꽈리고추가 쌉쌀하니 매콤 한 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맛이니 말이다.
하.. 당근튀김
근데 당근 튀김 이게 색달랐다. 소금을 찍어먹으라고 권해주길래 맨 처음에 먹어봤는데얇게 썰어서 튀겨놓으니 아삭 한듯하면서 쫀득한 맛이 소금의 짠맛과 어우러지니 별미였다.한입 먹고 밥도 조금 같이 먹어보고 한입 먹고 밥을 먹고밥과 당근 튀김과 소금을 같이 먹는 맛은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다.
텐동은 소스라도 버무려질 텐데 다 따로따로 노는 느낌. 근데 맛있다(?) 그게 정말 신기했다.
2차 튀김
그렇게 1차로 내어준 튀김들을 먹는 사이에 2차 튀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갑오징어 2, 가지 1, 단호박 1, 온천 계란
갑오징어는 탱글탱글하니 참 맛있었고. 가지랑 단호박은 예상 가능한 맛.굳이 찾아왔으니 맛있을 거야 라는 기대감과 함께 미각을 살려 어떤 맛일까 음미해보지만텐동을 많이 먹어본 것도 아니고 여느 미식가들처럼 튀김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기에소금과 간장을 번갈아 찍어가며 그냥 맛있게 먹었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니 그 흔한 항공 샷, 개별 샷도 없는 건 당연하다.
Tip. 나중에 계란과 밥을 비벼먹어야 하기에 먹는 동안 튀김과 밥의 비율을 조절해가며 밥을 절반 정도 남기자.
어느새 밥이 절반 정도 남았고 튀김도 거의 끝을 보일 때쯤 간장 + 계란 + 밥을 만들기로 한다.
계란을 한 손으로 예쁘게 툭 터트려 자르고 싶었지만 잘 안되니 두 손으로 힘을 주며 자르다가
젓가락을 부러뜨리고 만다. "호호호". 옆 테이블 중년의 여성분이 젓가락을 부러뜨린 현장을 보고 웃으셨다.
민망해서였을까? 실수로 간장을 들이부었다. 간~~~~~장 + 계란 + 밥이 되었다.
간장이 색에 비해서 많이 짜진 않았지만 원하던 맛은 아니었다.다행히 남은 튀김이 조금 있어서 같이 비벼가며 식사까지 끝냈다.
바질은 생각해보니 던져놓고 안먹은듯..
남은 건 이제 바질 토마토.
무슨 맛이길래 그토록 사람들이 칭찬할까 궁금했다. 색은 탐스러워서 사진 찍기 좋았던 건 인정한다.
부러진 젓가락을 뒤로 한채 수저로 4등분을 하여 먹어보기 시작한다.
새콤하면서 맛있다.
화이트 와인으로 절였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화이트 와인 앞에 레몬도 적혀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아주 적절한 새콤한 맛. 그리고 달달한 토마토의 맛이 어우러져 지금도 글 쓰는 동안 군침이 돈다.
유튜브에서였나 블로그에서였나 토마토에 절여진 국물까지 다 먹었다는 걸 봤는데나도 마셔버렸다. 맛이 괜찮다. 바질 토마토를 마지막에 먹길 정말 잘한 것 같았다.
원래 마지막에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게 제일 좋으니깐..
이치젠 정식 + 바질 토마토 메뉴가 정말 맛있냐고 물으면 사실 평소에 내가 맛집을 소개하듯이 푼수처럼 침 튀겨가며 칭찬은 못하겠다. 튀김과 밥을 따로 먹는 메뉴가 대중적이진 않기에,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하지만 당근 튀김과 바질 토마토는 충분히 매력 있었고 다시 숙대입구에 온다면 한번 더 찾아볼 의향이 있다. 그렇게 식사를 끝마쳤다.
만족스러웠던 식사였고 젓가락 부러트린 걸 사실대로 고백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식사는 어떻게 하셨냐'라고 물으시는 사장님의 배려에 감사했다.
보통의 맛집 리뷰라면 여기서 끝나겠지만
나는 가게를 나와서 그림을 그리기로 시작한다.
한 건물을 정면으로 그린다는 것. 잘 살리지 못하면 정말 심심한 그림이 될 수 있기에 쉽지만 쉽지 않은 구도이다. 하지만 좌우대칭이 잘 맞고 가게 하나만의 매력이 풍부할 때는 억지로 틀어서 구도를 만들기보다는 정면이 나은 경우가 많기에 정면에 앉아서 그리기로 한다. 딱히 공간이 마땅치도 않았다.
하.. 그런데 해가 좀 위험하다
이치젠을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은 햇빛을 가릴만한 그늘이 없고 해가 내 뒤통수에서 정면으로 넘어오는 최악의 상황이다.
스케치를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의자를 펴고 집중하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단순하지만 매력 있는 건물의 외관에 집중하며 한선 한선 긋고 있을 때
사장님이 나오셨다.
내심 걱정이 된다. 그리는 걸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본인의 가게를 그리는 모습을 보면 호의적이지만 아닌 경우도 많기에..
더운날 음료수는 최고의 호의이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사이다를 주고 가셨다. 그림을 좋아해 주셨고 응원해주셨으며
관심도 보이시길래 명함도 한 장 드렸다.
이 정도면 아주 운수 좋은 날이다. 감사합니다!!
스케치를 마치고 음료수에 힘입어 채색까지 하려는 찰나 해가 머리 90도 위에서 비추고 있음을 느꼈다.
올해는 특히 더 마스크 라인만을 남기고 태울 수 없기에 채색은 미루고 다음 일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