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 세상은 내편 Jun 03. 2020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3)

나깨순


인생이 도박은 아니지만 때로는 느낌에 맡기고 질러야 할 순간도 있는 것 같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하나를 선택하며 후회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은 흔하지 않다.


대출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도 나의 확신에 이끌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 자리에서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상담사와 대출 가능금액을 계산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살고 있는 집을 얼마에 팔아야 하고 적금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하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잠시나마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는 시기까지 우리가 계산한 대로 딱 떨어져야만 했다.

만에 하나 대출이 계획대로 나오지 않아도 큰 일이다.


내 느낌과 운을 믿고 정식 계약서를 작성할 날짜를 잡았다.

지금이 아니면 내 마음에 드는 집을 못 살 것 같았다.

결단력 있게 밀어붙인 당시의 나와 남편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집에 돌아와서 우리 부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작은 테라스를 어떻게 꾸밀지 이야기하며 늦게 잠이 들었다.


이사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5일에 가계약하고 8일에 정식 계약서를 썼다.

동네 부동산에 살고 있는 집을 내놓았다.

평수를 늘려 이사하고싶은  같은 단지 주민 캠핑을 자주 다니는데 1층이라 짐 나르기도 편할 것 같다며 마음에 들어하셨다.

원했가격으로 15일 계약서를 썼다.

23일 잔금을 치렀다.


모든 것이 지금 생각해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사려는 집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시기여서 대출 결정이 나기까지 며칠간 피가 마르는 시간도 있었다.

다행히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졌고 한눈에 반한 집이 꿈같이 나에게 왔다.

게다가 산지 한 두 달 만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잡 값이 뛰 기쁜 마음보다 그때 안 샀더라면 가지지 못했을 거라며 안도했다.


계약서 쓰고 테라스 공사하느라 회사 마치고 이사 갈 동네를 왔다 갔다 하던 그 시간조차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회사를 마치고 모든 길이 산책로인 동네에 들어서면 공기가 달랐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콧구멍을 열고 길게 숨을 들이마시면 풀내음 꽃내음이 함께 밀려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면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감돌아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그냥 항상 좋은 느낌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산에 초록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창문을 열면 새소리가 들렸다.

테라스에 나가서 하늘을 바라봤고 비가 오는 날엔 테라스로 나가 어닝 아래서 커피를 마셨다.


내 집 안에서 바깥과 이어주는 공간인 테라스가 주는 기쁨도 컸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시시각각 바뀌는 산을 보며 먼저 알아차렸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집 때문에 실망하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이 동네, 이 집에 살면서 좋은 인연들과 닿고 늘 행운이 따라다녔다.


집의 기운일까?

감사하는 마음 때문일까?

꿈도화지 때문일까?



2019년 3번째 꿈도화지를 또 만들었다.

나는 또 5가지를 이뤘다.


다음에서 이어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