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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Jun 01. 2020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2)

나깨순

꿈에서도 언제나 근사한 집은 나에겐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더욱 집에 대한 욕망이 커졌다.

그저 그런 집 말고 내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사고 말 거라고 다짐했다.

비록 현실에 가진 돈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포기할 꿈이 아니었다.


2013년에 모츠즈키 도시타카  '당신의 소중한 꿈을 이루는 보물지도' 라는 책을 읽었다.

꿈의 이미지화를 돕기 위해 꿈도화지를 만들라는 내용이었는데, 엄청난 동기부여를 받은 건 아니었다.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에서는 원하는 것, 꿈을 생생하게 그리라 한다.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 시각화할 수 있는 보물지도 만들기가 도움 될터였다.

집 근처 문구점 가서 코르크 보드를 2개 사 와서 남편에게 각각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말에 남편과 바닥에 앉아서 사진을 오리고 붙이는 과정이 나름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마지못해 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커다란 보드를 채워 침실 벽에 나란히 붙였었다.

남편은 집과 근육질 몸 사진을 붙였고 나는 직접 찍은 테헤란로의 빌딩과 삼성동 단독주택가 타운하우스, 레몬테라스에서 찾은 예쁜 인테리어, 황금 이미지, 아기 공주님,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붙였었다.

당시 신혼이었고(3년째 신혼) 회사 근처 강남의 투룸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 아껴 쓰고 열심히 모으면 2년 후 전셋값 올려주느라 텅장이 되었다.

강남의 빌딩과 타운하우스가 내 현실과 갭이 너무 커서 사진을 봐도 내가 저걸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으며, 언젠가는 가질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였다.


2014년 원하던 시기에 아기천사가 왔고 우리가 바랬던 딸이었다. 2015년 우리 가족의 첫 집을 사서 경기도로 이사했다. 입주한 이후로 계속 주인이 살던 17년 된 아파트였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인테리어 업체를 찾을 때도 견적을 기다리며 초조해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좁고 답답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유모차도 사용할 수 없던 곳을 떠나 아이가 충분히 기어 다닐 공간이 있고 하얗고 깨끗하게 꾸며진 집에서 8개월 된 아이와 행복했던 첫날 밤도 기억이 난다.

육아 휴직 중 친구도 없고 혼자 아이와만 있는 생활이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 가족이 행복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꿈에서는 여전히 멋진 집이 나오고 나는 내 것이 아닌 집을 가지고 싶어 하염없이 바라본다.

왜 여전히 그런 꿈을 꾸는 걸까? 욕망이 커서일까?

이사하며 비전보드를 잃어버리고 기억 속에서도 잊혔다.


2016년 본 시크릿 영상에서는 사업가가 나오는데 으리으리한 집에 이사하는 날 가난한 시절 만든 비전보드를 발견하고 지금 그가 산 집이 비전보드의 바로 그 집이라는 걸 깨닫고 감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6년 말 두 번째 비전보드를 만들었다.

당시 테라스, 타운하우스에 제대로 꽂혀서 테라스하우스 사진을 붙여 잘 보이는 곳에 비전보드를 달았다.


비전보드를 만든 지 1년도 되지 않아 2017년에 정말 테라스하우스를 갖게 되었다.


남편에게 몇 달 동안 테라스 노래를 불렀다. 희한하게 남편 회사 동료가 얼마 전 신도시의 테라스하우스에 입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 회사 동료도 얼마 전 그 신도시에 임장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래도 그 동네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보면 분명 마음을 뺏길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가계약금까지 챙겨서 갔다.

동네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차분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좋았고, 주택단지와 나지막한 테라스 단지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그림 같았다.


입주를 시작한 테라스 아파트가 2단지 있었고 부동산을 통해 매매로 몇 개 남지 않은 집을 둘러보았다.


역시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거실에서 보이는 자연에 한눈에 반해 버렸다.


머릿속에서 바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예상은 하고 왔지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고 무엇보다 3주 안에 잔금을 치뤄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팔려야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3 편에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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