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펜데믹이지만 조금씩 안정되어 가던 확진자 증가율이 다시 튀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가을 코로나 2차 대유행 예견도 있었고 이렇다 할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라 순식간에 지금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랐는데 대체 공휴일과 함께 3일의 휴일을 코앞에 두고 특정 교회를 중심으로 또 터지고 말았다.
뉴스를 보며 답답해하며 연휴를 보낼 바에 이런 상황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다.
회사일도 바빴고 장마로 집콕했던 몇 주동안 아이와 우리 부부 모두 마음의 여유를 잃어 가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우중충한 하늘을 보며 남편에게 어디든지 한적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졸랐다.
이 시국에 어딜 가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이 시국이라 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다.
산과 강이 있는 강원도의 펜션을 남편이 검색해서 예약을 하고 가볍게 여행 준비를 하고 떠났다.
마음은 가벼운데, 남편의 낚시 장비, 채집통, 밤에 할 보드게임, 노트북, 아이패드, 그림책, 음식 등 1박도 언제나 우리의 여행 짐은 많다.
홍천강이 코앞에 있고 뒤에 산이 있는 그곳은 기대 이상의 풍경으로 여행 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제의 우중충하던 날씨는 어디 가고 구름도 걷히고 30도가 넘는 올해 처음 제대로 된 여름이었다.
집에서 페트병으로 만든 통발과 채집통, 낚싯대를 들고 강으로 갔다. 강 건너편은 물살이 빨라 보였지만 자갈밭 앞은 아이와 놀기 좋은 얕은 물이었다. 몇몇 가족이 주변에 있을 뿐 한산하고 조용했다. 통발안에 물고기 먹이를 넣어 종아리 반 정도 올라오는 곳에 두었다. 멀리서 래프팅 하는 무리도 종종 보였다.
강이나 계곡에 온지는 10년도 넘었으니 아이와는 처음 강물 있는 곳에 피서온 것이다.
"엄마, 물이 너무 시원해요!"
참방참방 강물 위를 걸으며 자갈을 주워 멀리 던져 보기도 하고 맑은 물아래 다니는 물고기도 보았다.
한참만에 통발을 건져보니 송사리가 10마리는 들어와 있었다.
얼른 채집통에 담았다.
아이는 손을 넣어 물고기를 만지며 미끌미끌 간질간질하다며 신기해했다.
덕분에 나도 함께 손을 넣어 물고기를 만져 보았다.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느낌이 진짜 간질간질했다.
아이가 물고기를 만지다 물에 들어가 놀다 반복하는 동안 남편은 낚시를 했고 나는 큰 자갈을 골라 앉았다.
햇볕이 따가웠다.
한쪽에 그늘막을 치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근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가 부러웠다.
강물은 햇볕에 반짝이고 아이가 혼자 신나게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는 덥고 불편한데도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고 아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무작정 떠나오길 잘했다.
남편이 고른 펜션은 각 방이 인상파 화가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난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커플룸에 아이 추가 비용을 내고 빌렸는데, 동그란 침대에 레이스 커튼이 처져 있고 하얀 나무 창에 테라스로 우리가 놀았던 강과 펜션의 정원이 보이는 예쁜 방이었다.
"엄마! 여기는 침대가 동그래요! 우리도 동그란 침대 사요!"
아이는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그 방을 가장 신나게 즐겼다.
밤에는 아이패드로 그림도 함께 그리고 보드게임도 했다.
12시가 넘어 자려고 불을 껐더니 깜깜한 방 천정에는 온통 별이 쏟아졌다.
야광 벽지라니 옛날에 유행하던 스타일이지만 아이에겐 새로운 경험이었고 나도 향수에 젖어 보다가 바로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산책하려던 계획은 늦잠으로 틀어졌지만 창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아이는 물놀이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오전 9시, 통발과 채집통을 들고 또 강으로 갔다.
남편도 또 낚싯대를 들고 간다.
어제 한 마리도 못 잡고 비싼 루어만 잃어버렸지만 재도전할 모양이었다.
강에는 낚시하는 사람 두 어명만 있었다.
아이는 통발을 물에 담그고 낚시하는 아빠 근처에 큰 자갈을 골라 앉아 통발에 물고기가 갇히길 기다렸다.
"아! 물고기가 없네."
"아빠 오늘도 물고기가 안 잡히는 모양인데?"
"아빠! 물고기 잡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해. 기다림도 필요하고."
이건 또 어디서 배운 말인가 싶다.
인내심이 뭔지 아냐고 물으니 힘들어도 견디는 거란다.
아침에는 결국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그런 날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날도 있지.
그런데 코로나는 참 길게 느껴진다.
그냥 그런 날 중의 하루였으면 좋았을텐데.
우리 딸, 마스크 안 써도 되는 날이 엄마는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1월부터 <여행으로 준비하는 초등 입학> 팟캐스트를 기획해서 만들고 있다.
7살 딸과 여행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돈독하게 하고 초등학교를 준비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로 여행을 자주 갈 수 없었다.
무서웠고 여행을 가고자 하는 마음이 움츠려 들었다.
그 좋은 봄날 동네에서 산책하며 여행을 대신했다.
조금씩 잠잠해지면서 얼마 전 태안에 아이와 여행을 다녀왔는데, 작년과 다르게 어느새 아이가 자라 있었다.
집에서 평소에 보던 아이는 여행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엄마인 나도 여행지에선 아이를 더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도 있었다.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었다.
내년에 입학하는 아이도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과 상황이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코로나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최선의 방법을 찾고 대비하고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않으려 한다.
나중을 기약하는 것은 못 할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기간 많이 다니고 많이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될지 모를 내년도 준비해 보자.
팟캐스트는 매주 꼬박꼬박 올리고 있다.
여행을 할 수 없을 때는 초등 준비를 위한 독서, 수학 콘텐츠도 만들었다.
초등 준비와 관련된 책을 읽고 나누기도 한다.
여행 전문가를 모시고 코로나에 여행하는 법을 듣기도 했다.
코로나라는 상황이지만 1월부터 31개의 콘텐츠를 올리고 있고 12월까지 지속할 것이다.
쉽지 않지만 함께 진행하는 퀸스님, 맑음님과 마음을 맞췄기에 가능했다.
어쩌면 이렇게 콘텐츠를 준비하며 배우게 된 게 더 많았기에 우리에겐 서로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