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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Jan 19. 2020

조급함을 내려놓는 법

순간의 즐거운 그림 생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4번째 작품은 아크릴화였다. 캔버스도 처음, 아크릴 물감도 처음 써봤다. 초등학생 때 써 본 포스터 칼라와 비슷한데 빨리 마르는 속성을 지닌 재료다. 내가 이렇게 소심했었나? 새로운 재료 앞에 소심해져서 조심스럽게 아크릴 물감을 짰다.


 선생님은 스스로 질감이나 터치감 등을 느끼면서 사진에 보이는 대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컬러를 입혀 보면서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눈치를 살피게 된다. 눈치채셨는지 중간에 선생님이 보시고 붓 터치할 때 다양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해보라고 하신다.

 ‘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되지? ’

 조금은 속상하려고 했는데 이내 마음을 바꿨다.

 ‘끝까지 그려 봐야 알지. 완성된 모습이 아직 상상 안 되지만 마음 편하게 그리자.’


 20X20 작은 사이즈를 완성하는데 5주나 걸렸다.

 이번 작품을 하며 내 마음이 간사함을 느꼈다. 그냥 그려서 좋고 힐링이라 해놓고 언제부턴가 조급증을 냈다. 이제 겨우 4 작품을 하면서 연습량 생각 안 하고 욕심을 내다니 말이다. 그림뿐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그렇다. 하고 싶은 건 많고 노력에 비해 큰 것을 바라는 못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당시 나에게 한 질문이 있다.

1. 내가 가장 내려놓기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조바심

2. 그것을 내려놓기 위해 무엇이 필요 한가?

 글로 정리, 글 읽기, 롤모델, 멘토

3. 그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될 때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필요한가?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다. 3개월 안에 내려놓고 싶다.

4. 그것을 내려놓으면 내가 더 작아질까요?

 더 성장할 것이다. 오히려 차례차례 잘 진행될 것이다.


 내가 지켜보던 이들이 저만치 앞서 나가면 질투 날 때가 있었다. 내가 나를 믿고 하나씩 하고 있을 땐 부럽지만 나도 할 수 있어, 하고 나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의 정리가 안 될 때는 나는 왜 저들만큼 노력을 못해서 제자리걸음인가 한탄하고, 더 나아가 시기하는 것이다. 지금 내 상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멈추지만 말고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결국 나에게 하는 질문과 답으로 정리하게 됐다.


 완성하던 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시간 내어 야작 하며 마무리해서 아뜰리에 벽에 걸어 봤다. 레일에 달자 천정 조명과 어우러져 갤러리에 걸린 림 같았다.

 "예쁘다~ 이제 이 그림 다시는 아뜰리에서 못 보겠네요. 아쉽다. "

 이렇게 말해주시는 선생님 덕에 기분이 좋다. 선생님 칭찬이 후하다.

 그림은 선생님 칭찬 먹고 자라는 듯하다.



 그 전까진 항상 선생님이 제시하신 그림을 보고 그렸는데, 이번엔 여름 끝무렵 내가 주방창에 있는 화분을 찍었던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릴 땐 초겨울이었고 감기 기운으로 골골하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것에 의한 각성효과였는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가서 그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림이나 만들기를 가져오면 늘 자기 작품이라면서 소중히 여기는 걸 보고 귀여워서 웃었는데 나도 내 작품이 소중해서 집에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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