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지 May 20. 2021

막 글 드림.

셋, 책일기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며 살고 싶어요.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모든 것에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싶고요. 자경님과 리밍 님이 쓰신 것처럼요. 그런데 자꾸만 마음이 구겨져요. 그냥 새카만 어둠이 찾아들어 평안하게 휴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요. 제게 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에요. 어쩌면 좋나요?


 여러분. 저는 원래 징징거리는 편이 아니에요. 밝고 긍정적인 편이랍니다!! 크크. 거짓말이에요. 그냥 이렇게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요즘 드는 생각인데, 저는 태생적으로 슈퍼 징징이가 맞아요.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책의 블로그 독서평을 찾아보는 편인데요. 어떤 분이, 내로라 출판사는 왜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작품만 선정해서 내는지 모르겠다, 편집장이 누군지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라고 쓰셨더라고요. 처음에는, 1900년대 초반의 영미문학 분위기가 대부분 그런 것뿐인데!라고 혼자 변명했지만, 사실은 그런 게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충격을 받고 ‘이거닷!’하는 작품을 선정해왔거든요. 물론 지금부터는 균형을 맞춰서 선정할 예정이긴 합니다. 게다가 제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저는 후회 쟁이에 약간은 허무주의자인 것 같기도 해요. 제 안의 모든 긍정적인 부분은 낙관이나 허무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검열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저를 대방출(!!) 해보려고 합니다. 단숨에 끝까지 쭈욱 써보려고 해요. 리밍 님의 조언대로 말이죠! 사실 글은 생각을 담고 생각은 일상을 담으니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내 일상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이 게시하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검사하고 검수하고 검렬하고 또 반복하며 약간은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오늘은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요. 첫 번째로 책 읽기가 떠오르네요. 글쓰기도 일단은 좋아하는 편이고요. 머리가 저릿해질 정도로 글을 읽고 쓰다가 극적인 제스처로 모든 것을 탁! 덮어놓고 벌러덩 드러눕는 그 순간도 좋아요. 자연도 좋고 강아지도 좋으니, 전깃줄이 매립되어 전경이 깔끔한 산 위에 20평대의 세모 집을 짓고 강아지와 단 둘이 살면 좋겠네요. 일층은 벽면은 통유리로 되어 바깥이 훤히 보이고요, 오래된 통나무로 바닥을 깔아서 누워서 어루만지면 나무의 결이 다 느껴지면 좋겠어요. 손에 가시 박히지 않으려면 칠을 잘해두어야겠군요. 통유리 밖으로는 완벽하게 관리된 푸른 잔디가 드넓게 펼쳐지고, 닿을 수 없는 저 멀리에는 고요한 호수와 드높은 산이 보여요. 강아지는 제 옆에 누워 있거나 한가롭게 잔디밭을 뛰놀 거예요. 무취 무해한 농약을 잔뜩 뿌려서 그 일대에는 벌레가 하나도 없게 할까, 지금 고민 중이에요. 저희 강아지는 지렁이를 좋아하거든요. 추울 땐 코코아를 마시고 더울 땐 얼음 꿀차를 마시려고요. 커피는 필요 없을 거예요.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밀어둘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휴대폰이 없어서 아무도 제게 연락할 수 없고, 티브이도 없어서 눈이 피로해지지 않을걸요. 전구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어두워지면 잠을 자거나,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면 되니까요. 그 일대에는 정말 아무도 없어서, 동물도 사람도 아무도 없고 식물밖에 없어서, 하나도 위험하지 않아요. 강아지와 저, 이렇게 딱 단 둘이서 사는 마을이거든요. 그래도 조금 불안하니까 마을을 빙 둘러서 커다란 방벽을 세워 볼게요. 좀비도 차단시킬 수 있는 그런 무시무시한, 뭔지 아시죠?     


신중히 바라라. 어쩌면 얻게 될지니. 
                             <<원숭이의 손>>     


 이렇게 쓰고 나니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의 손>>이 생각나네요.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불행을 남긴다고 했었죠. 분명 제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제가 감당해야 하는 대가는 고독이 되려나요? (개인적인 차원에선 고독이지만, 다른 말로는 세계 멸망이 될지도 몰라요. 저를 혼자 남기기 위해 세계를 멸망시키다!) 


 지금은 분명 피곤하고 힘들어서 이런저런 꿈을 꾸지만, 막상 그런 세상이 펼쳐지면 강아지를 많이 괴롭힐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슈퍼 징징이니까요. 외롭다고, 힘들다고, 괜히 소원을 빌었다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일상을 즐길 걸 그랬다고요. 어느 날은 분노해서 가진 책을 다 던져버리고, 어느 날은 머리가 회까닥 돌아서 잔디를 다 뽑아버릴지도 몰라요. 그러다가 결국은 체념하고 시들어 가겠죠. 죽음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히익. 만약 감내해야 하는 불행이 고독이 아닌 ‘불사’면 어쩌죠? 그렇게 영원히 사는 건 정말 자신 없는데. 

 리밍 님의 생각이 맞았어요. 때론 이렇게 막 쏟아내는 것도 좋아요. 막 쓰다 보니 주어진 오늘에 다시금 감사하게 되네요. 역시 마음에 쌓인 것이 많을 땐 마음의 말을 손가락으로 쏟아내는 편이 좋아요. 


 어머나? 갑자기 편지를 유리병에 곱게 접어 바다에 띄운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네요. 행운에 편지 따위를 바다 너머로 보내는 그런 사람들이요. 사실 저도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메모장을 열어 분노의 타자질로 갈기(?)거든요. 그렇게 하면 마음이 아주 약간은 시원해져서요. 털어놓은 속마음은 바로 지우지 못하고 컴퓨터 속 가장 복잡하게 숨겨놓곤 했거든요. 바로 지워버리면 응어리가 다시 생겨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이 제 한풀이를 읽어준다고 하니, 어쩐지 훨씬 개운해지는 기분이에요. 


 역시, 저는 여러분이 참 좋네요.

 마음껏 좋아해 볼게요.


 갑자기 궁금한 건데. 여러분도 한 번씩 꿈꿔보는 행복의 장소가 있으신가요? 제가 그려낸 외딴 산골 마을의 농약 천국 세모 집처럼요.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날 글을 올려놓고 계속 후회할 것 같은,


영지 드림.     



ps.1

아니, 오늘따라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도 안 돌아가네요? 

정말 날것의 글을 여러분께 드립니다. 크크.


        

ps.2

구호를 외쳐봅니다.

막살자!

막쓰자!

막내자! 


매거진의 이전글 빛나고 빛내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