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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Jan 20. 2020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What is Makjang?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타워즈는 우주적 스케일의 막장 드라마이다. 출생의 비밀은 스타워즈를 관통하는 갈등의 원인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가장 큰 반전은 루크와 다스베이더의 관계이고, 시퀄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미스터리는 주인공 레이의 혈통의 비밀이다. 스타워즈의 웬만한 팬이 아니라면, 누가 누구의 (조)부모인지, 어느 인물들이 서로 남매 혹은 연인인지 (이었는지) 기억하기 쉽지 않다. 42년의 역사를 가진 복잡한 구도 때문에 최신 개봉작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라오스>)를 처음 접한 초보 관객은 당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진입 장벽은 이 시리즈가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가 낮은 이유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관객들은 워낙 센 막장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수준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조지 루카스가 77년 처음 시작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매끄러운 서사를 가진 드라마가 아니다. 인트로부터 빽빽한 자막으로 복잡한 배경 설명을 대체하고, 빠른 장면 전환으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복잡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우주적 스케일과 특이한 세계관, 바그너 스타일의 음악과 최고의 특수 효과 등으로 이 작품은 전설이 되었고, 팬들은 이 작품의 불편함을 독특한 스타일로 받아들였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나 전투 씬들이 마치 오페라처럼 독특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현대 기술로 구현 불가능한 최점단 무기들과 그 속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인 ‘포스’ 덕분에 많은 덕후들이 양산되었다.

 

"I am your father!"

외전 격인 <한 솔로>를 제외한 모든 영화에 흐르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스타워즈의 품격을 높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포스’다. 작품의 전개에 맞춰 바그너 악극의 무한 선율처럼 음악이 계속 이어지도록 만든 OST는 스타워즈의 다소 산만한 서사나 분장을 잔뜩 한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설득력을 갖도록 하게 한 가장 중요한 장치이다. 조지 루카스는 "감독의 마음속에 있는 바로 그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라며 존 윌리엄스를 극찬하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다. <라오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루크의 망령이 수장된 엑스윙을 들어 올리는 장면인데, 비약적이라 생각될 수 있는 이 씬은 오리지널 시리즈 <제국의 역습> 요다가 유사한 장면을 연출했을 때와 동일한 음악을 사용하여 골수팬들에게 감동을 준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에피소드 8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시리즈의 가장 망작으로 손꼽힌다. 그는 전통적인 설정들을 마음대로 바꾸었고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를 성격 괴팍한 늙은이로 만들어버렸다. 에피소드 9편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J. J. 에이브럼스 감독은 전편이 망가뜨린 구조를 다시 되살려야 한과 동시에 우주 전쟁을 마무리하고 42년간 얽힌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마무리지어야 해야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주요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하여 오래된 팬들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엄청난 숙제를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라오스>는 누더기 같은 작품이 되고 말았다. 

"I am your grandfather!"

원래 막장이란 혈통의 비밀 같은 스토리뿐 아니라 개연성의 부재가 큰 특징이다. 우연히 만난 인물들이 알고 보면 숨겨진 혈연관계였고,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나타나 문제를 증폭시키거나 해결한다. <라오스>는 한국 막장 드라마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것처럼 이러한 공식을 잘 따른다. 데스스타의 용광로에 던져져 죽음을 맞이한 팰퍼딘이 30년 후 갑자기 나타났고, 그동안 모든 악의 근원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전작에서 죽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망령이 나타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레이는 우주를 어둠의 힘으로 지배하려던 카일로 렌과 갑자기 키스를 한다. 이런 막장을 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한국 관객들에게 여전히 외면당해 개봉 이틀째 <백두산>에게 일등을 양보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42년 사가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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