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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Feb 24. 2020

컨테이젼

코로나19 이후에는...

마스크는 필수품


온 세상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어수선하다. 이 재난이 얼마나 계속될지 모두가 불안하다.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재난은 정부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짜 뉴스가 팽배하고 이 난리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이들도 있다. 생존과 연결된 문제이기에 사람들은 스스로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11년작 <컨테이젼>은 오늘 우리가 겪는 상황에 대한 미친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컨테이젼>은 치사율이 25%에 달하는 바이러스 전염병의 발생 이후 130여 일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패닉 상황을 보여준다. 소더버그의 스타일대로 다수 인물의 행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아주 높은 몰입감을 가지고 시청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게다가 기네스 펠트로, 맷 데이먼, 주드 로, 로런스 피시번, 케이트 윈슬렛, 마리옹 코티야르 등 스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많은 등장인물들에도 불구하고 헷갈리지 않고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다. 그들 중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는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 극도로 이기적이 되는 사람들, 혹은 그 속에서 한 탕의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 설득력과 개연성을 갖춘 훌륭한 캐릭터들이다.


나와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이기심

영화 속 바이러스 MEV-1은 코로나19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병의 진행 속도도 빨라 감염 이후 2-3일 만에 사망한다. 대신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거나,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 감염자가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는 등 코로나와 비슷한 점도 많다. 그 시작점이 박쥐이며 지역이 중화권 (영화 속에서는 홍콩)이라는 점도 놀랍다. 이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의 사람들의 반응도 우리가 보는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고 정부를 불신한다. 가짜 뉴스가 팽배해지고 근거 없는 치료법에 희망을 건다. 이 위기를 이용하여 한탕하려는 이기적인 집단이 생겨난다. 놀라운 통찰력이다.


또 다른 놀라운 인사이트는 감염자의 루트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숨기고 싶었던 치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최초 감염자인 베스 엠호프 (기네스 펠트로)는 홍콩 출장에서 MEV-1에 감염되었고 미국에 돌아온 다음 날 사망한다. 그녀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홍콩 출장 중 일본인 남성과 음식점, 카지노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귀국 중에도 시카고에 들러 전 남자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염병 발생 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그녀의 남편 미치 엠호프 (맷 데이먼)는 괴로워한다.


역학조사로 밝혀지는 베스의 일탈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예측했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카고와 같은 지역 사회는 고립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그 지역은 무정부 사회가 되고 이제 바이러스뿐 아니라 이기심으로 위험해진 타인이 더 큰 위협이 된다. 또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다른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하지만 그 와중에 남들보다 먼저 정보나 해결책에 가까이 간 정부 책임자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생존을 위한 이기심과 공적 책임에 대한 갈등으로 고민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많은 상처를 받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그 위기 중 생긴 상처를 봉합해 나간다. 오늘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국 이 위기는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다. 그 이후 우리에게는 우리 사회 속에 남겨진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더 큰 숙제가 남게 될 것이다. 큰 재난을 겪고 난 이후의 우리는 아마도 그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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