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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Dec 24. 2021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흔히 경험하는 어려움 중 하나

공적 사회에서 정상적인 퍼포먼스를 요구당함에 붙여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흔히 경험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공적 사회에서 정상적인 퍼포먼스를 요구당한다는 점이다.


어떤 종류의 우울증은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큰 어려움이 없다뿐이지 소소하고 사소한 어려움을 겪는다. 대체로 치명적이지 않지만 작은 실수들이다. 예를 들어 결재를 올릴 때 예산 담당자를 빼먹는다던가 하는 일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 사회가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대 놓고 알리고 다닐 수 있는 형편이나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자신조차도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공적인 공간은 틈이 보이면 틈을 메워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들쑤셔서 틈을 더욱 벌려 놓으려고 하는 곳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계실 듯 하다. 팔이 부러지거나 통풍 때문에 다리를 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공적 조직은  암암리에 비밀들이 퍼져나간다. 관심을 아예 끊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뒷말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누군가 우울증에 걸렸고, 휴직이나 휴가 같은 건 때문에 비밀리에 그 사실이 보고 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가 우울증에 걸렸거나 투병 중임을 알 수 있다.


목발을 짚고 있거나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을 돕는 일은 오히려 간단하다. 이런 환자들의 목발을 걷어 차거나 깁스를 망치로 때려서 부수는 사람은 없다.


우울증의 경우는 약간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강박에 따른 피해의식이라고 해도 좋다. 오히려 우울증에 따른 작은 실수를 틈을 놓치지 않고 낚아 챈다. 이들은 틈바구니를 찾는 맹금류라고 해도 좋을 지경이다. 업무에 작음 흠집이 생기면 해당 실수에 대한 지적이나 조소를 흘려댄다. 일부러 어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원래 우울증은 강박이나 완벽주의를 동반하는데 널리 알려진 대로 안 좋은 방향으로 그렇다. 완벽주의라는 것도 결국 실수에 대한 지나친 자책이나 자기 비하, 폄하된 자기 평가로 귀결된다. 그런 환자들에게 일부러가 아니더라도 조소어린 표정과 어의 없다는 식의 반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가 있을까? 그 치명적인 행위를 일부러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적이 되거나 표적이 되거나 싫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라면 응당 좋고 싫음의 감정을 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람이 목발을 부러뜨리거나 목 지지대를 주먹으로 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물리적인 행위는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기에 하고 싶어도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면 할 수 없다.


이게 조소나  비난 등은 물리적인 것도 아니고 음성이나 행동 뿐 아니라 메신저나 이메일 같은 업무 툴로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남들이 알지 못하게 끔찍한 상처를 줄 수 있다. 심리적 목발을 부러 뜨리거나 깁스를 부수는 것은 외려 손쉬운 일이 된다.


문제는 이런 악의적인 행동이랄까,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할 수 없는 병적인 상황들이 용인되는 조직들이 많다는 거다. 조직의 문화 자체가 병들어 있거나, 폭력적이거나, 특정한 누군가에게 조직 내 정무 권력이 치우져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그렇다. 추측컨데 영리를 추구한다고 하는 우리 사회 조직은 거개의 조직이 크던 작던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울증을 지닌 사람은 어디 수준까지의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것일까? 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우울증 탓에 오래 받거나 오인되는 실수도 있지 않을까? 조직은 어느 정도까지 조직원을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심리적인 문제로 불편함 이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도 해당 인력에 대한 실제적인 업무적 도움은 커녕 업무에 대한 폄하가 있다면 그 조직은 어떤 조직인 것일까?


해당 조직이 내는 생산성이라 정말 생산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생산성이라기 보다 일종의 악의나 살의에 의한 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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