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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Dec 25. 2023

격렬한 논쟁이 허용되는 조직

결정되기 전에는 치열하게, 결정된 후에는 쿨하게

저는 새로 조직을 맡으면 인사말을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 기본적인 성향과 함께 논쟁과 실행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때 이야기하는 말이 “결정되기 전에는 치열하게 결정된 후에는 쿨하게”입니다. 쿨하다는 본인의 의견과 달라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씁니다.


제가 만난 많은 분들은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의견에 확신이 없어서 말을 못 하기도 합니다. 상대방 의견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고, 본인이 가장 전문가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에 한발 물러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튀기 싫어서 조용히 있기도 합니다. 다른 의견이 나오면 자신이 거부당하는 것으로 과대해석하기도 합니다. 반대 의견을 내었다가 본인이 그 일을 맡을까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안건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자신이 낸 의견이 무시당한 경험도 입을 다물게 합니다. 너무 강한 리더가 있어서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회의 중에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며, 건전한 논쟁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선의 결정을 위해서는 치열한 논쟁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성공 체험이나 실패 경험을 포함한 과거의 경험이나, 뛰어나 전략가 한 명이 모든 정보를 파악해서, 가장 적절한 판단은 내리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령 방향은 소수가 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행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검토는 모두가 함께 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정보와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가 더해져야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 조직이 치열한 논쟁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책임입니다. 구성원들이 소극적인 성격이 문제일 수도 있고, 구성원의 경험 부족을 탓할 수도 있고, 그들의 관심 없음이 이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경직성은 무조건 리더의 잘못입니다. 리더의 작은 말과 몸짓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게 하기도 하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의견을 꾹 참게 만들기도 합니다. 본인이 리더라면, 변명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리더가 소위 말하는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그 의견이 다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의견이 잘못되었거나, 채택되지 않더라도 의견을 낸 사람의 능력이 의심받아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적극적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게 되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눈치를 보게 됩니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브레인 스토밍을 활용하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브레인스토밍이 원칙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의견을 모으고, 의견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고, 그 의견들에 가지치기를 하거나 덧붙여서 새로운 의견을 내고 하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의 중요한 기본 원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하나하나의 의견을 평가를 합니다. 시간을 아끼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이겠지만, 구성원들의 의욕을 꺾게 됩니다. 해봤는데 안되었다. 우리는 할 수가 없다. 다른 팀과 차별화가 안된다. 때로는 의견을 넘어 제안자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경험이 부족하다던지, 그 정도밖에 생각을 못하냐든지 하면서 말입니다. 적어도 의견에 즉각적인 평가만 하지 않아도 도움이 됩니다. 일단, 좋은 의견입니다. 의견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의견이 다 모이면, 누구의 제안인지는 잊고, 개별 의견 하나씩 다시 추가 질문을 하면 됩니다. 그 의견대로 할 수 있는지, 하면 해결이 되는지, 과거 경험이 있었는지, 실행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하면서 가장 좋은 의견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선택된 의견대로 모두가 역할을 나눠 맡고 최선을 다해 실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줄곧 들어왔습니다. 다양한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에 나오는 것만 반복해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더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의견을 평가하고 재단하여 가장 효율적인 어쩌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해진 답을 만들어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검증된 반복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맡은 조직의 규모와 범위가 커져서 제 지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제 생각에는 가장 맞는 답이 아니더라도, 제안자가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면 그대로 채택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한 방향과 조금 다르더라도 그렇게 합시다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 시간 여유가 있는 결정 중심으로 그렇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결정에서 한발 물러나면, 저는 몇 가지 좋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제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기에 구성원들의 참여나 열정이 조금이라도 더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에 과제가 성공하면 제가 직접 한 것이 아님에도 제 경험은 긍정적으로 성장하였고, 구성원들의 자신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만일 과제에 실패해도, 실패를 할 때까지의 경험이 남아 다음 과제에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말 반대 의견이 없는 경우에는 레드팀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몇 사람에게 반대 의견이나, 해당 의견의 약점을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선택된 의견의 보완점을 찾는 것입니다. 아니면, 실행을 위해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보거나, 이제까지 그 방법을 실행하지 못한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논쟁이 자유로와야만 조직은 건전해집니다. 작은 결정에서 자신과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는 경험을 해야만 더 힘든 이야기도  꺼낼 수 있습니다. 사소한 것은 무시하고, 중요한 것만 인정받는 곳에서는 무시당한 경험이 더 커져서 중요한 것도 점점 논의하기 어려워집니다. 작은 의견부터 존중하는 것이 바로 리더가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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