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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Jan 01. 2024

다양성이 인정되는 조직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서 다양성은 시작된다

답정너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사지선다형 시험이 생각이 납니다. 답은 꼭 4가지 예 중에 있고, 저는 그 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말입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답만 맞추면 되는 수학의 단답형 시험이 함께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습니다. 이미 참으로 확인된 것을 외워서 답을 적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때 정말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은 국어 시험에 나오는 은유 뒤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님의 침묵에서 “님”은 누구인가 같은 문제 말입니다. 작가가 그렇다고 한 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글을 읽는 제 생각이 들어갈 자리가 없이 느낌조차 강요되었던 것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떠신가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정답을 잘 찾고 계신가요? 여러분에게 여전히 보기가 4개 주어지고 있나요?


저는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10년 사이에 이미 표준이 되어 버린 것을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작가나 감독들은 대단하다는 말도 함께 합니다. 10년, 20년 전에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현실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타임머신이 아직 없기는 하지만, 터미네이터에서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은 세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걱정을 하고 있고, 이미 많은 분야에서는 사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려고 하면서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말은 하는 것은 세상에 영원한 정답은 없다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입니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던 시절에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고 말한 갈릴레오는 처벌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돌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태양계는 9개의 행성으로 이뤄졌다고 저는 학교에서 배웠지만, 지금은 8개의 행성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굵직한 자연현상도 정답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다른 것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이제는 학교 교육도 달라지고 있지만, 예전 교육을 받은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답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지금 가장 적절한 것이 정답이라고 말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만 외워서 더 이상은 답을 써 내려갈 수 없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함께 따라가야 합니다. 변화를 앞서가고, 변화를 이끌어 가면 더 좋을 수도 있으나, 최소한 변화에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새로운 혁신이 찾아왔을 때 함께 변화하여 동조하지 못하고, 한발 벗어나 변화의 구경꾼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 기존에 답을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배운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다양한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 조직은 늙어갈 것이고,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조직을 새롭게 하는 것은 새로운 사람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생각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새로운 생각에서 새로운 답이, 새로운 결정이 만들어져야 조직이 새로워집니다.


조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다양성이 인정되려면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시작은 서로에 대한 존중입니다. 내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지 말고, 그저 나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구분할 수 있으면 됩니다. 과거의 정답은 과거의 정답이지 현재의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제 과거 상사 중에 한 분은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해봤어가 아니라 “언제” 해봤어라고요. 과거를 묻지 않고, 현재를 물어보셨습니다. 지금도 제게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문제라도 과거의 경험이 오늘도 유효한지를 확인하고 답을 찾는 것입니다. 리더가 먼저 내가 해봤는 데로 이야기를 꺼내면, 다양성을 가지기 참 어렵습니다. 내가 해봤는 데를 이야기하려면, 시작과 끝이 아닌 과정과 전제도 함께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당시의 상황과 자원도 언급되어야 합니다.  지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안자와 제안이 구분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상 맞는 사람도 항상 틀리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제안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제안자가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그 사람 의견이라면 해볼 만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누구 의견이라고 하면 자세히 듣기도 전에 무시하기도 합니다. 제안 자체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자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제안이 한 번 두 번 채택되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 사람은 더 이상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무기명으로 설문을 하면 의견이 있다가도 논의를 시작하면 조용해지는 경우를 보기도 하고, 반대로 그 무기명 의견 덕분에 논의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무기명 제안을 받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실명으로 제안이 넘어오고, 제안을 통한 불이익이 없다는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을 주어야 합니다.


리더들은 답을 하거나, 지시를 하는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판단을 하고 평가를 하는 것을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판단하고 평가하고 지시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물어보는 것이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새로운 의견을 판단하기 전에 좋은 질문으로 의견을 구체화시켜 보고, 가장 좋은 의견을 채택하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해 본 의견이라면, 그때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것만으로도 제안이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는 이야기를 저는 다양성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힘을 준다는 말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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