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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Jan 15. 2024

소통의 시작인 경청

소통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소통 없이 공동체가 단단해질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문제를 파고들면 항상 소통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로 드러납니다. 리더는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고, 팔로어는 소통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소통이 부족한 것입니다. 양쪽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강자가 아니라 약자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만족해야 충분히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가장 기본은 상호 존중입니다. 수직관계에서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시와 이행만으로는 제대로 소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행을 하기 위해 지시를 명확히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은 소통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이 인정되는 분위기어야 온전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은 경청에서 시작이 됩니다. 의견을 내고,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부터 소통은 시작됩니다. 물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들을 수 있지만, 경청은 지시를 받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시하는 사람도 함께 하는 것입니다.


경청은 귀로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귀뿐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함께 듣는 것입니다. 가끔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내가 논리를 잘 짜고, 단어를 잘 선택하고, 상대방이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경청할 수 있도록 말하는 사람이 경청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들어야만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을 잘해야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들어주어야 전달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약자의 위치에 있을 때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내 말을 안 들어, 상무님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어, 팀장님께 내 의견을 말해봐야 소용이 없어라고 하셨을 때가 있을 겁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아버지이고, 팀장이고, 상무의 위치일 때 아들딸과 팀원들이 여러분을 말을 잘 들어주는 아버지, 상사로 이야기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경청은 상사가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하는 것입니다. 소위 강자가 하는 것입니다.


경청을 하는 것만큼 경청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청은 관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관심이 없는 이야기는 경청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가장 쉬운 예가 중고등학교 수업입니다. 가장 관심이 적을 법한 수학시간을 생각해 봅시다. 수학이 성적에 중요한 것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반에서 몇 명이나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던 것 같습니까? 그러다 선생님이 농담을 하시면 갑자기 집중이 되었던 기억이 있지 않나요? 수학에는 관심이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이야기한다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관심도 없는 이야기에도 경청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관심 없는 이야기는 언제나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아마 관심이 없는 이야기에도 잘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은 사람에게, 그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는 분이실 겁니다. 인간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관심이 있어야만 서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가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우라면, 해당 문제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공통의 문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문제로 만들어야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배경부터 잘 전달해야 합니다. 상사가 관심이 없는 문제를 구성원들만 관심을 가지게 할 수도 없습니다. 먼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됩니다. 반대로 부하직원이 상사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에도 상사가 그 문제에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살펴야 상사가 내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같은 배에 타고 있어야 경청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청을 유도하는 방법은 적절한 질문을 섞어서 대화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질문이 왔을 때 답변을 못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중간중간에 적절한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답을 못한다고 면박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답을 못해서 받는 압박은 스스로 받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자리라면 충분히 긴장할 것입니다. 가장 쉬운 질문은 나누고 있는 대화의 요약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누구님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것을 간단히 정리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요약이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날 나눈 이야기가 훨씬 잘 전달될 것입니다. 팀장이 중간에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 팀원들의 집중도가 올라갈 것입니다.


관심과 질문으로 경청을 유도할 수 있다면, 경청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판단하면서 경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이랑 맞춰보고, 약점을 찾고 있으면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본인이 조금 알고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미 머릿속에서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현재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꼭 아는 문제인데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틀리는 경우와 같습니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문제의 시작만 읽고 문제를 다 알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더 진한 감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감동을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사람은 다시 보지만, 다음 장면을 미리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다음 장면을 미리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으면 처음에 느꼈던 온전한 감동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릇이 비어야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아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경청을 잘하기 위해서도 관심과 질문이 필요합니다.  연애 기간에 애인을 말은 정말 귀에 쏙쏙 박힙니다. 이미 넘치는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 가까워질 작은 실마리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경청을 가장 잘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에 관심이 없다면, 그 주제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이나 그 주제가 앞으로 자신에게 줄 영향에라도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여러분의 역할을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도 관심이 안 생긴다면, 그 대화에서 나오는 것이 다음을 위해 서로에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이나 요약을 통해서 내가 잘 듣고 있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중간중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을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맞는지요? 조금 전에 이야기하는 부분은 잘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이렇게 질문이나 요청을 하면 자신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상대방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더 쉽게 요약해서 알려주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설령, 그게 아니지라고 잠시 타박을 하더라도 다시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게 됩니다.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듣는 사람은 적습니다. 말을 잘 못하더라도 잘 듣는 사람이라면, 이미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청은 듣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합니다. 경청이야말로 상대방의 경청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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