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키우는 질문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
TV 예능 프로에서 질문을 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평소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다 보니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출연자들은 자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교육생들과 같은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정말 엉뚱한 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꾸 제대로 답을 하려고 하고 있어서, 오히려 생각 없이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 차리고 답을 해야 엉뚱한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마치고 강사님이 엉뚱한 답을 하기 어땠냐고 묻자, 모두 쉽지 않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님이 그게 질문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질문을 하면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답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입으로 답을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은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즉, 질문이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질문에는 다양한 질문이 있습니다. 특별히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의례적으로 하는 질문도 있고, 때로는 이미 정해진 답을 듣고 싶어서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질문은 상대방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질문은 상대방의 가슴을 뛰게 하기도 합니다. 질문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순전히 질문 속에서 길을 찾기도 합니다. 좋은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게 질문의 힘입니다. 질문이 생각을 넓히고, 깊어지게 만듭니다.
조직에는 실행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답을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답을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일들도 있습니다. 예상하고, 계획한 일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이미 예상했고, 답도 알고 있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시를 통해 일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미 해결책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고 답을 모르는 일이 닥치면 한두 명의 경험과 지식이 아니라,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이때는 지시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이 많이 쓰입니다. 만일 브레인스토밍으로 다양한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면 질문이 좋은 단초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요? 좋은 질문은 질문을 받는 사람의 생각을 넓힐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답까지도 스스로 끌어낼 수 있어야 좋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답을 정하고 질문을 해서는 안됩니다. 윗사람, 아랫사람이라는 표현이 좀 불편할 수는 있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질문 중에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질문이 그렇습니다. 공부 언제 할 거야라는 질문은 지금 할게요라는 답이 따라올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못마땅한 일이 생겼을 때 왜 그랬어라고 묻는 것은 이유를 알고 싶기도 하지만, 잘못했습니다라는 답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회사도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습니까에는 가능한 빠른 시간을 기대하고 있고, 이 일은 누가 한 것이냐고 모두에게 물을 때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덜 불편하기도 합니다. 오늘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요라고 묻는 팀장에게 팀장님은 어디를 원하세요라고 되묻는 것도 팀장님을 맞춰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객관식보다는 주관식 질문을 해야 합니다. 단답형 보다는 객관식이 더 좋을 수 있지만, 다양한 답이 가능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스무고개라는 게임을 아실 겁니다. 답이 예, 아니오 또는 흑백, 밤낮과 같이 대비되는 것 중에 하나만 고를 수 있는 질문을 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답이 돼지라면, 질문은 살아있습니까? 답은 예. 동물입니까? 예. 하늘을 날 수 있습니까? 아니오. 물에서 삽니까? 아니오. 뿔이 있습니까? 아니오. 애완용으로도 키웁니까? 예. 등등으로 질문을 하는 겁니다. 쉽게 맞추기도 하지만, 꽤 많은 질문이 오가야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정말 잘해야 합니다. 대답하는 사람이 질문을 다르게 해석하면 답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애완용 돼지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관식으로 질문을 한다면 전혀 다른 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돼지에 대해) 어떤 추억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사람마다 다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냄새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을 수도 있고, 애완용 돼지를 키웠던 사람이라면 함께 뒹굴었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돼지고기에 얽힌 이야기도 나올 수 있고, 고사에 사용된 돼지머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른 답을 이야기하지만, 모두 맞는 것입니다. 상황이 다른 것이지요. 이런 질문을 열린 질문이라고 합니다.
열린 질문이라도 제한 조건을 통해 답을 더 구체화할 수 있고, 불가능한 것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조건을 잘 정의해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불가능한 모든 것까지 열어두고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조건을 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미 풀었던 경험이 있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속 풀지 못했던 문제이거나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까지 열어두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충분하다면 무엇을 할까요? 경쟁사라면 어떻게 할까요? 자원이 충분하다면 어떻게 할까요? 등등. 만일 그 안에 이제까지 실행하지 못했던 의미 있는 답이 있다면, 왜, 우리는 실행할 수 없었나요? 지금도 과거와 같은 상황인가요? 그렇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따라갈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말 다양한 답을 기대한다면 질문이 간단할수록 좋습니다. 상대를 위해서 질문을 구체화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질문을 구체화하다 보면 답이 점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취미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과 다양한 취미가 있을 텐데, 그중에서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있다면 전자는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것, 지금 새로 시작한 것들도 언급될 수 있지만, 가장 잘하는 이라는 말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지금은 하지 않지만, 과거에 오랫동안 투자했던 취미가 언급될 수도 있습니다.
자각과 책임이라는 질문과 답변에서 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질문을 잘하면, 답을 하면서 문제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고, 고민하고 답을 하면 그 답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건강하려면 운동을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 그렇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서 스스로 운동이라고 답을 했다면, 운동을 해야겠구나라는 자각과 책임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질문이 책임질 사람을 찾거나, 실행할 사람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당신이 의견을 냈으니, 당신이 맡아서 해주십시오. 당신 뜻대로 결정되었으니, 이 문제가 잘못되면 책임지십시오. 이런 대화가 오간다면 질문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표적을 찾는 화살이 됩니다. 답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살을 피하게 되겠지요. 이미 답을 하는 중에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생겼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극만 주면 됩니다. 여기에 더 좋지 않은 것은 원하는 답을 유도해 놓고, 여러분 뜻대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책임조차 지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어느 누구도 마음에 있는 생각을 꺼내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이었다면, 질문과 실행을 구분해야 합니다.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정하고, 생각을 다양하게 합니다. 어떤 답이라도 상황에 따라 정답일 수도, 오답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과 입을 열고, 생각하지 못한 답을 찾아내고, 스스로 하고 싶다는 자각과 책임을 불러일으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연습을 한다면, 누구나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