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완성은 실행이다
소통의 목적이 전달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제가 가까이서 함께 한 모든 상사분들의 소통은 전달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소통을 통한 변화가 목적이었습니다. 회사가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고 합시다. 회사의 대표가 지난 분기는 예상하지 못한 전염병과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변화로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앞으로 2~3년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면, 대표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직접적으로 긴축을 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새로운 활로를 찾아보자고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구성원들이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만일 직접적으로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어떤 CEO도 내가 상황을 전달했고 다들 잘 이해했으니, 이번 소통을 잘 되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고, 새로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아야 자신이 말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소통은 실행되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소통이라고 말하기 힘든 질책이나 잔소리조차도 목적은 사실은 비난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게 변하기를 바라는 것들입니다. 숙제부터 하고 놀아라라고 하는 것은 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숙제부터 하고 놀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숙제를 해야 소통이 잘 된 것입니다. 방학이 끝나갈 때 방학 숙제를 못했다고 찡찡대는 아이에게 엄마는 숙제 먼저 하라고 했었다고 하는 것은 그 순간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목소리가 큰 편입니다. 거기에 톤도 좀 높아서 듣는 사람이 공격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정말 많이 조용해지고, 공격성이 줄어들었음에도 360도 평가로 제 단점을 물으면 강한 주장, 다른 의견에 대한 수용성 부족이 나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까이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제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윗분들은 저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씀하기도 셨습니다. “다른 사람 의견을 반대하고, 본인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네 의견이 맞다는 것을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인정해 달라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강하게만 이야기하면 누가 네 이야기를 듣겠느냐? 시끄러워서 알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진심 어린 동의를 끌어낼 수는 없다. ” 결국 당시 제 소통은 주장이었지 실행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소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들 동의하고 실행하지 않는다고 불만만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때로는 저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제 소통의 목적이 변화보다는 제 의견을 주장하고 전달하는 것에 머물렀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통이 변화와 실행으로 연결되려면, 듣는 사람의 동의를 끌어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경청과 질문이 동의를 구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의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가능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의를 물어보는 것이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실행 계획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세요 나 합시다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겠습니다라고 스스로 제안하는 경우가 실행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행 계획에는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가 들어있어야 합니다. 기간이 길고, 난이도가 높다면 중간 점검의 시기와 방법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할 일을 정할 때 저는 일을 단순하게 4가지로 구분합니다. 해야 할 일과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거나 매우 어려운 일을 조합해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 이렇게 4가지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할 수 있고, 없고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누구나 4가지 중에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먼저 합니다. 할 필요도 없고 하기도 어려운 일은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일보다 꼭 할 필요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야 하는가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해야 하는 일과 할 필요가 없는 일을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하기 어렵지만 성공하면 가치가 있는 일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중간 점검은 진도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계획을 세울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진행을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래서 중간 점검에서는 진도를 확인하기 전에 방향을 확인하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고려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는지,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은 없는지, 지금 투입한 자원으로 완성할 수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고, 지난 결정이 맞다면 그대로 진도를 확인하고, 지난 결정을 수정해야 한다면 다시 방향 설정을 해야 합니다. 일단 시작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고, 다음 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면 상황이 다소 바뀌었어도 끝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이제는 할 필요가 없는 일로 바뀌었다면, 바로 해야 할 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만일 진행 속도가 계획대비 느리다면, 구성원의 역량이나 태도를 문제 삼지 말고, 자원 투입이 충분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자원을 추가 투입하던지 일정을 변경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것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가진 것만으로 성공시켜 봅시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마지막에 한 번만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이라는 자원이 필요한데, 50을 투입하고, 1.5배의 노력으로 75를 달성하는 경우와 120을 투입해서 85%의 효율로 102를 달성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면, 결국 1.5배의 노력을 했어도 실패한 것이고, 85%만 일을 했어도 성공한 것입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일부 자원 낭비가 있어도 꼭 성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50을 투입하고 2배의 효율을 내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것이나 150%의 효율을 보였으니 실패했어도 수고했어라고 하는 것은 다음 과제에도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게 할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이 동의하고, 해야 할 일로 계획을 세우고,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고, 적절히 점검한다면 소통은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실행을 통해 완성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