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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Feb 05. 2024

생각을 전하는 대답

좋은 대답이 소통을 편하게 만듭니다.

실과 바늘처럼 대답은 질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 특히 자기 의견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나도 아는 이야기인데 정리가 안되어 답을 못하거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논리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말을 꺼내지 못할 때까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생각을 알 수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내 눈만 봐도 내 마음을 알면 좋겠지만, 그런 상대를 찾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대답을 잘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지식일 것입니다. 아는 질문이 나오면 대답하기가 쉬울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대답을 가장 잘하려면 먼저 문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중이라면 경청이 되는 것이고, 문제 풀이를 하고 있다면 문제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묻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적어도 아는 문제는 틀리지 않습니다. 아는 문제를 틀리는 이유가 잘 알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적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요? 제가 보고를 받거나, 보고를 할 때 보면, 잘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상대방의 질문에 귀 기울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어려운 자리, 긴장하고 있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정답을 이야기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질문에 집중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자리일수록 답변을 고민하지 말고, 우선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문을 잘 이해했으면, 이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들은 지식보다는 제 경험과 지식에 비춰 제가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다행이지요. 모르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들 중에 답이 될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답변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봅니다. 제가 아는 것으로 충분한지, 제가 아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이 같은지, 때로는 지금도 유효한 답변인지 등을 잠시라도 고민합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답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잠시 시간을 갖는 것이 질문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신중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답변을 할 때도 내가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 상황에 맞춰 정리된 생각을 전달합니다.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같은 문제라도 대답의 형식은 달라져야 합니다. 질문의 형식에 따라 예, 아니오로 대답을 해야 하기도 하고, 다소 긴 설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질문한 사람도 충분한 지식이 있는 경우이고, 배경도 이미 잘 알고 있다면, 서론이 필요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라는 한마디로 해결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때로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라 바로 답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질문한 사람이 배경을 잘 몰라서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어떤 답변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경 설명과 과정을 먼저 이야기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편이 이해를 더 쉽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경을 잘 모르는 경우에도 먼저 답을 이야기하고 배경 설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반대로 일단 답을 알고 나면, 더 이상 듣지 않기도 하지만, 더 귀를 기울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답을 하는 중간에 질문자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대답의 목적이 내가 아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고, 내 생각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청은 듣는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말하는 사람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대가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답변에 만족하는지, 가끔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지,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관찰해야 합니다. 대답을 하는 중간에 잠시 멈추고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요약을 해서 다시 이야기할 수도 있고, 답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잘 못하는 경우를 보면, 몰라서 답을 못하는 것이 많지만, 너무 알아서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공학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정확한 답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로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기준으로만 설명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주 나쁘게 이야기하면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못하고, 유사하게 알고 있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무의식 중에 허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는 것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예”라고 하면 끝날 질문에 왜 예가 되는 먼저 쭉 설명하고, 예, 아니오는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를 들으면 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상대방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이면 다 들어도 예라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곤 합니다.

 

가끔은 질문을 하는 상대방을 동등하게 생각하고 존중하지 않아서 답을 잘 못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비슷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열린 질문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경청한 후 자신이 이해한 언어로 되물어가며 확인하는 것이 완전한 소통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시간 제약과 정보나 지식의 비대칭으로 질문자와 답변자가 다른 출발선이 상황에 있는 경우도 많기에, 이에 맞는 대화를 이어가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나 본인이 긴장하고 있다면, 이렇게 답변을 하면 좋겠습니다. 두괄식으로 예/아니오 또는 단답형으로 먼저 대답을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려주십시오. 추가 설명을 요청받으면 추가하시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질문을 기다리거나, 다음 설명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모르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고, 상대방이 편안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꼭 대답을 해야 하는데, 질문이 안 나오는 경우라면, 오늘 논의할 것 중에 무엇이 빠졌습니다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과 대답 모두 상대방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화라면 편안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집니다. 답변을 잘하려면 당연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된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답변하는 태도에서 질문자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아는 것 그 이상의 소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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