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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Feb 19. 2024

결론이 나는 보고

보고의 분위기는 리더의 작품입니다.

조직 생활을 하면 정말 많은 보고와 회의가 있습니다. 단순한 진도 파악에서부터 심각한 방향 전환까지 보고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비가 필요 없는 보고는 거의 없지만, 때로는 며칠밤을 세워야 할 만큼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고를 마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제가 가장 허탈해지는 경우는 다시 봅시다로 결론이 나는 경우입니다. 때로는 정말 중요한 것을 검토하지 못해서, 누가 생각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충분히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의의 주관자는 판단 근거가 부족해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하고, 필요한 자료를 다시 준비해서 며칠 후에 다시 보자고 합니다. 물론 많은 보고, 회의가 목적대로 잘 마무리되지만, 재논의하는 보고가 늘어날수록 조직은 생산적인 업무가 아닌, 보고를 위한 보고에 점점 시간을 쓰게 됩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은데 말입니다.


보고는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피보고자가 관심이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흐름을 따라가고, 꼭 필요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결론에 도달했다면 보고는 잘 마무리될 것입니다. 즉, 보고자의 준비와 태도, 전달력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피보고자가 보고를 더 충실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피보고자의 태도와 성향에 따라 준비가 조금 부족한 보고에서도 필요한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피보고자 관점에서 보고를 잘 이끄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리더가 보고 지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느냐가 자료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합시다.“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내년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니 잘 챙겨주세요.“,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니, 이 부분도 잘 고려해 주십시오.“라고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업계획 논의 자체가 이미 명확한 목적이 있지만,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이 추가되면, 더 구체적인 준비가 가능해집니다. 리더가 구체적으로 보고의 목적과 방향을 정해준다면, 논의는 꼭 필요한 곳에 자원을 투입해서 심도 깊게 이뤄질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목표를 잡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지연되지 않도록 챙겨볼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무심하게 내 마음을 알지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막연하게 한마디 주제만 던지고, 나중에 보고 자리에서 내가 말을 다 해야 아냐는 식으로 질책을 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주제가 막연하다면, 자료도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보고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니,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챙기느라 보고서는 방대해지고, 준비하는 사람은 지치게 됩니다. 정말 마음이 잘 맞고, 수년간 함께 하면서 착 하면 척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특별한 경우입니다. 알아서 맞춰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리더의 기본입니다.


보고 자리에서 리더가 먼저 큰 그림을 보고,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오늘 할 주요 논의 사항이 뭔지를 물어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리더가 준비가 안되었다면 보고의 결론이 제대로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보고자가 완벽한 준비와 전달력으로 보고를 잘 끌고 갈 수 있으나, 관심과 배경 지식이 없는 피보고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리더가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보고를 이끌어간다면, 보고자들의 불필요한 자료 준비와 걱정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보고의 핵심을 정리하고, 논의 방향을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에 더 집중한다면, 보고자들에게 보고는 힘들고 불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불필요한 업무를 배제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보고자가 당연히 보고 시작에 논점을 집고 들어가야겠지만, 리더가 무엇을 왜 보고하라고 했었는지 확인해 주고, 그날 기대하는 결과를 공유하고 보고에 들어간다면 보고의 초점이 계속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리더는 보고서의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지 말고, 큰 흐름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세밀한 지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자료에서 중요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보고자가 엮어 온 스토리라인 이면에 있는 내용이나 때로는 보고자는 생각하지 못한 시장의 흐름을 읽고, 보고의 방향이 맞는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장점만 나열되어 있다면, 단점을 점검해야 하고, 부정적인 의견으로 가득 차 있다면, 긍정적인 시각을 찾아봐야 합니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면서 봐야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만, 리더는 해야 하는 일에서 눈을 떼면 안 됩니다.


리더도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보고 중에 모르는 내용이 나오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한번 더 설명을 요청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가끔 중간 관리자 중에 후배들에게 모른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화를 내는 분들도 봤습니다. 세상 일을 다 아는 사람은 하느님 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정상입니다. 스스로가 모른다고 할 수 있어야, 직원들이 모른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모르는 것을 무시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은 리더의 잘못입니다. 리더가 잘 모르는 내용이 보고서에 많이 들어가면 재보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모두가 아직 충분한 공부가 안된 것이라면, 다시 논의할 부분을 명확히 해서 재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것인데, 리더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 오히려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이 부분은 모팀장님이 가장 잘 아시니, 팀장님 의견대로 해봅시다라고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리더는 리더이기에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가져가야 합니다. 리더가 책임진다고 리더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우보다는 책임감 있는 리더를 위해서 한번 더 고민하고 한 발 더 움직이는 구성원들이 더 많습니다.


리더는 매 보고마다 결론을 내주어야 합니다. 무엇이 부족하니 다음에 다시 봅시다라고 할 수는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다면 제시된 자료에서 중요한 점만을 연결해서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99%의 확신을 가지면 누구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80%면 누구나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변화와 성공을 가져온 CEO들을 보면 처음 그 결정이 본인에게는 확신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구글이, 테슬라가, 애플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이 반도체를 하고, LG가 배터리를 하고, 70년대에 고속도로를 깔 때 객관적인 판단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90%의 확신을 가질 때는 늦습니다. 또 그때는 누구나 결정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fast fail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과감히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대안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세상이 빨리 변화할 때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을 가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입니다. 결정은 내용이 더 중요하지만, 시점 또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렇게 합시다라고 하고, 부족한 점은 재점검을 명확히 지시하는 편이 실행의 관점에서 실기하지 않고 한발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부족한 자료를 통한 결정 역량이 리더의 중요한 역량으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고를 마칠 때는 칭찬과 기대를 전해야 합니다. 기대를 넘어선 부분은 반드시 칭찬하고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오늘 보고 좋았어라고만 해도 보고자는 자신의 고생은 잊고 다음을 준비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만, 적어도 수고했어라는 말은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부족한 점을 언급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숫자가 더 정확해야 한다던지, 빠진 관점이 있다던지, 논리가 허술하다던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정확한 피드백 없이 보고가 반복된다고 원하는 수준으로 보고의 품질이 좋아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리더는 괜히 리더가 아닙니다. 좋은 선수들로 가득한 스포츠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항상 리더의 부재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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