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가는대로 Apr 15. 2024

모두가 함께 하는 육성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육성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조직에서 누구를 육성하고 있습니까?"


위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답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에 누구뿐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질문까지 함께 받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무엇이신지요? 조직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육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합니다. 그러나,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으면, 바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육성은 고위 리더의 몫이고, 적절한 후계자가 있는 경우에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육성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무를 통한 육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역할과 업무를 부여하지만, 역할을 주는 것에서 끝나기도 합니다. 사실인지는 의심스러우나,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리고 살아서 올라오는 새끼만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무를 통한 육성을 사자의 방식이 아닌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혹시 자전거 처음 배우실 때 기억이 나시는지요? 아이가 있다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신 적이 있으신지요? 저도 제가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저는 초등학교 3~4학년은 되어서 자전거를 배운 것 같은데, 제 아이는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는 차이만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는 누구나 넘어질 것을 걱정하고 바짝 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대개는 아버지가 아니면 큰 형이 걱정 말라고 내가 잡아줄 것이라고 하며 자전거에 아이를 앉힙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를 보지 말고 좀 멀리 보면서 페달을 밟으라고 합니다. 보조바퀴가 있을 때는 비틀거려도 넘어지지 않던 자전거가 더 비틀거리게 되고, 아무리 뒤에서 잡고 있어도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뒤에서 아버지가 잡아주고 있다는 믿음으로 다시 안장에 오르고 페달을 밟습니다. 자전거 뒤에서는 아버지가 자전거를 잡고 같이 뛰어갑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고 따라오고 있을 것이라 믿으며 조금씩 앞으로 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뒤따르던 아버지는 더 이상 쫓아갈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이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됩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웠던 때가 기억나십니까? 저는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에 육성의 기본이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겠다는 목표가 있고,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넘어진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면 잡아주고, 다시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버지를 믿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안장에 오르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아이와 멀리서 흐뭇하게 웃고 계신 아버지가 있습니다.


자전거 배우기를 회사로 가져와 봅시다. 육성의 시작은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역할로, 어떤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작게는 신입사원일 수도 있고, 크게는 CEO 후보일 수도 있습니다. 역할에 따라 기대치가 다르고,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다르지만, 육성이 필요한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대상에 맞게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목표가 있어야 방법에 구체화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을 육성한다면 3개월 내에 기존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설비 가동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후임 팀장이 대상이라면 1년 동안 다음번 팀장 후보로 준비시키겠다는 식의 목표를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에 맞는 교육 방법이나 해야 할 일들이 결정될 것입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로 육성하겠다고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주변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범위가 넓어지는 관리자로 육성을 하려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되어할 것입니다.


육성을 위해서는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격려하고, 잘하면 칭찬해 줄 아버지와 같은 선임자가 있어야 합니다. 멘토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지만, 멘토보다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필요한 순간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자전거를 배우라는 지시로 자전거를 배워오는 사람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전거 옆에서 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잘할 때 아낌없이 칭찬하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더 쉽게 자전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쉽게 배우고, 어떤 것은 어려워하는 지를 알고, 그에 맞는 조언과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절한 칭찬, 조언, 격려, 지원은 육성되고 있는 사람에게 본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그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아지게 합니다. 그냥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한다고만 한다면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자의 육성법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 전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옆에서 밀고 끌어주는 것이 확률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알아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직이 나를 키워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성 대상자의 태도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식사가 차려져 있어도, 먹고 싶은 것만 먹는 것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익숙함 안에 머무르려고 한다면 아무리 조직적으로 육성하고자 해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울타리가 되어주고 스승이 되어주는 선배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는 아이만 자전거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보다는 여러 번 넘어진 후에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회사 일은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작은 실패에 주저앉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일을 맡으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제대로 된 육성의 목표와 방법이 없을 때는 제가 절벽에서 떨어진 아기 사자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절벽을 다시 오르다 떨어지기도 했지만, 끝내 절벽을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제대로 육성의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 이후에는 새로운 자리로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후임자를 찾고, 그 사람에게 후임자가 될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저보다 제자리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제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성은 리더나 인사조직만의 역할이 절대 아닙니다. 육성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항상 수행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모든 구성원에게는 육성의 책임이 있습니다. 육성은 꼭 눈에 띄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라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나 진행되어야 합니다. 본인의 업무가 바쁘면 바쁠수록 일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고, 팀 업무가 늘어날수록 팀장의 권한은 나누어져야 합니다. 일이 없는데 직원을 뽑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보충하는 것은 그만큼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후배 육성을 등한시한다면 업무가 밀리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성장할 기회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후배가 자신보다 더 나아져야만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육성의 방법이 있지만, 리더로 육성을 한다면, 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지지하는 것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행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결정하는 것은 그 자리에 가기 전에는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기 권한을 넘어서서 결정하는 경험을 해봐야만 더 큰일을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결정은 다른 사람이 해주기를 기다린다면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자신이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에 망설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팀장님들은 업무 방향을 명확히 하고 틀을 만들어주어야 하지만, 가끔은 팀원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놓아두고 그 방향으로 일이 잘되도록 지지하고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일이 조금 늦어질 수는 있지만, 본인의 결정대로 결과를 만들어본 사람은 분명 한 단계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신입사원들에게 리버스-멘토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MZ세대들의 생각과 행동을 배워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활동에서 제게 남은 것은 그들을 움직이려면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중요하고, 당근보다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고 싶어야, 본인 생각과 비슷해야, 이해해야만 일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MZ세대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들도 자신이 하고 싶고 이해하는 일에 더 집중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적절한 육성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은 좋은 동기부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한 것처럼 앞으로 정말 멀리 가야 한다면 이 순간 내 옆의 동료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이 순간부터 하나 더 찾아보십시오. 그것이 육성의 시작입니다.

 


이전 20화 직급별 역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