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민하는 삶과 일의 균형
균형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다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그 중요성이 강조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면 항상 제가 받았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떻게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고 있냐고 질문을 받으면, 사실 잘 못 지켰다고 대답을 먼저 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균형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삶과 일의 균형을 잃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균형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양팔저울이 멈춰있는 상태를 생각하시나요?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생각나시나요? 조금만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무너질 것 같은 동전 쌓기가 생각나시나요? 저는 이러한 균형을 정적 균형이라 말합니다. 멈춰있는 균형입니다. 정확히 중심을 찾아 그곳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조금이라도 치우치면 균형이 깨어지는 그런 균형입니다. 그런데 균형에는 동적균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나간 만큼 들어와서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바다처럼 말입니다. 화학반응을 배우면, 화학반응에서 말하는 평형이 있습니다. 화학적 평형은 반응이 멈춘 것이 아니라 양쪽 반응이 같은 속도로 일어나고 있어서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좀 더 확대해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상태도 균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고무줄을 당겼다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무 당겨서 끊어지면 제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또는 그네나 시소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균형점을 지나는 것도 균형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주일 7일 하루 24시간 중에 어느 만큼을 삶에 어느 정도를 일에 배정하였는지를 말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보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말에 회사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킬 수 없으면 심지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폰과 회사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치 회사폰은 회사에 두고 다니는 것처럼 근무시간이 지나자마자 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앞에서 이야기한 정적 균형을 삶과 일에 적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개인 일도 회사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 때 제가 잊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동적 균형이었습니다.
삶과 일에서의 동적 균형은 양쪽 모두에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주중에는 개인을 돌보지 않고 회사에만 몰입하고, 주말에는 회사는 싹 잊고 개인의 삶만을 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근무 시간이라고 해도 자신과 가족을 돌봐야만 하는 때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가로운 개인의 일상이 아무리 소중해도 회사 일에 휴식 시간을 내어 주어야만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정말 모든 에너지를 회사 일에 쏟지만, 어느 순간이라도 개인이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동적 균형입니다. 주말에 완전한 휴식이 꼭 필요하지만, 휴식 대신에 일을 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다 며칠은 밤을 새울 수도 있지만 매일 잠을 잘 수 없다면 미쳐버리는 것처럼, 하루 이틀은 야근을 해야만 했다면 또 며칠은 휴가를 가거나 정시 퇴근이 꼭 필요합니다. 어쩌다 한 번은 근무 시간에 개인 업무를 볼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 저는 이러한 균형 감각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중요했지만, 회사 일과 경중을 비교했었습니다. 가장 제가 후회하는 사건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해외출장을 간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태어나면서 어려움이 있어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와 아내를 병원에 두고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출장 계획이 잡혀 있었고, 아이가 비록 중환자실에 있었지만, 상태가 괜찮을 것을 보고 출장을 갔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회사 생활에서 한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이었습니다. 한 동안은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커가고, 유학 생활을 거치면서야 제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삶과 일의 균형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에는 회사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 조금씩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이 아니면 돌아올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완전한 균형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균형은 찾았습니다. 너무나 긴박한 회사 일이 있다면 잠시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있고, 지금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라면 어떤 회사 일이라도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렇게 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성찰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하루이틀의 휴가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적어도 한 달은 일에서 빠져나와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랬습니다. 40일간 자리를 비우고 800km를 걷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당시는 퇴직을 하려는 마음이 더 강했던 시절이라 회사에 대한 미안함이 전혀 없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다녀오고 나니, 다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육아휴직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 달을 함께 하는 동안 할 수 있는 일과 6개월을 함께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 대신 가끔은 회사를 위해 자신의 삶에 멈춤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회사가 개인의 삶을 살기 위한 경제적인 기반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회사에서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인지는 인지했으면 합니다. 고무줄이 끊어지기 전까지만 늘려야 합니다.
정확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균형점이 항상 제자리에 있지도 않습니다. 균형이라고 믿었던 지점도 어느 순간에는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되기도 합니다. 양팔 저울의 양쪽에 올라가 있는 것들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거나, 진급을 하고 새로운 업무를 맡거나 하면 양쪽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긴급한 회사일이 생기면 저울이 한쪽으로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시간이나 회사의 일이나 모두 자신의 삶의 일부입니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는다면 조금 흔들려도 앞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면 균형이 잡혀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벼랑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만 흔들리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 페달을 밟으면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개인에 따라 삶과 일의 균형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한 번에 균형을 잡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나는 어디까지 기울어져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