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시는 상사가 계셨습니다. 두 분이 같은 질문을 가끔 하셨는데, 같은 듯 다른 본인 만의 정의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한 분은 경영이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하셨고, 다른 한 분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경영의 본질이 사람에게 있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리더로 선임이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어떻게 구성원들을 동기부여를 하고, 그들에게 적절히 일을 맡기느냐입니다. 특히 스스로 알아서 일을 잘하던 사람이 리더가 되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은 알아서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성원들도 알아서 일을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팀장이 처음 되고 일을 시켜보면, 구성원들이 가져오는 결과물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많기 때문에 일을 어디까지는 맡기고, 어디서부터는 개입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추가로 일을 맡는 구성원들이 왜 이일을 자신이 해야 하는지 불만을 표현한다면 일 시키는 것이 더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리더는 일을 시키기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자신이 직접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리더가 일을 짊어지고 가는 것은 조직에도 리더에게도 심지어는 구성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더가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일을 통해서 성장해야 하는 구성원으로부터 성장의 기회를 뺏는 것이 되고, 리더에게 과부하가 걸려 어느 순간에 주저앉게 만들기도 합니다. 조직은 새로운 사람의 다른 시각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리더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적절히 일을 나눠주어야만 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일을 잘 못 맡기는 리더들에게 물어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듭니다. 시간이 없어서 본인이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역량이 아직 부족해서 중요한 일은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좋은 상사라는 덫에 걸려서 직원들이 싫어할까 봐 일을 지시하지 못하고 본인이 처리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일을 지시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자신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일을 파악하지 못해서 정확한 지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이제는 일을 잘 맡겨야만 합니다.
일을 잘 맡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의 역량을 가진 팀장은 200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8시간이 아니라 16시간 일한다고 하면 400까지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100의 역량을 가진 팀원 5명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주기만 한다면 팀장이 혼자 16시간 일하는 것보다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평균에 못 미쳐서 80의 역량을 가진 팀원만 있다고 해도, 5~6명이 함께 힘을 모으면 400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잠깐 동안은 혼자 일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습니다. 한 사건을 접하기 전까지는 저 역시도 웬만한 일은 직접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해외 자동차 OEM과 처음 일할 때였습니다. 서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우리는 저녁 8시에 고객은 새벽 6시에 매주 미팅을 하였습니다. 고객의 사양에 맞춰 신제품 개발을 하는 일이었는데, 매주 진행 상황과 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점검하는 미팅이었습니다. 1년여 이상을 발표 자료를 제가 혼자 만들고, 혼자 발표를 하였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저 이외에는 아무도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미팅에는 함께 들어갔지만, 제가 모르는 내용을 질문받으면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일로 제가 미팅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차선임자에게 자료를 만들어주고, 주요한 내용을 정리해 주며, 미팅을 맡겼습니다. 다음날 미팅 내용을 물었더니, 미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고객에서 제가 없으니 미팅을 하지 말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새벽 6시에 모였는데도 말입니다. 그제야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 실험을 한 사람들이고, 내용을 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고객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제가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넘는 시간에 걸쳐 제가 하던 일을 넘겨주었습니다. 과거에는 제 입맛에 맞춰 직접 수정을 하였는데, 그날 이후 팀원들이 초안을 만들어오면 수정할 것을 일일이 적어서 다시 만들어오게 시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마무리는 제가 하더라도 한두 번은 팀원들이 직접 수정하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의 초안에 손을 댈 것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발표를 맡겼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가 하는 것으로 하였지만, 발표는 작성자가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답변도 직접 하도록 했습니다. 답변을 못하거나, 잘못된 대답을 하면 제가 개입하기로 했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다음은 미팅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있기로 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들어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 번도 저를 부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미팅에 더 이상 참여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저를 대신한 많은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부서도 옮기면서 새로운 일도 하고, 더 큰 조직을 맡으면서 임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로 꼽는 일입니다.
리더로 처음 선임된 분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했던 사람들입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잘해서 리더가 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팀원보다도 일에 대한 이해가 높고 빠르고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에 서툰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지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결과를 얻는 방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시간이 걸릴 뿐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척’하면 ‘착’하는 것은 없습니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고 한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은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잘 안다고 생각하고 띄엄띄엄 설명하면 안 됩니다. 일의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를 일을 시키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본인도 불명확하다면 그 일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리더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일을 해야 하는 동기가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가 명확하다면, 그것을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확인하십시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뜻을 잘 전달하지 못합니다. 상대방 수준에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에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알겠지? “라고 묻는 것은 확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를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입으로 설명하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만일 본인 생각과 다른 대답을 얻는다면, 설명을 잘못한 것입니다. 다시 더 쉽게 차분히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못 알아듣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 번이라도 이야기를 못 알아들었다고 화를 내면 그 뒤로는 못 알아들어도 이해했다고 대답하고 그들이 이해한 방식대로 일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도 있지만, 그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습니다. 부족한 생각이라도 자꾸 생각하고 고민하는 습관을 만들어야만 언젠가는 적절한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항상 지시만 이행하던 사람은 지시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너무 엉뚱한 방법이 아니라면, 그럼 그렇게 해보라고 동의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대신 중간 점검이 꼭 필요합니다. 중간 점점에서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그대로 지켜보면 되고, 원하는 방향에서 벗어났다면 교정을 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적절한 개입입니다. 맡겨두고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결과물로 평가하는 것은 위임이 아니라 방임입니다. 일을 시키라고 리더로 선임된 것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라고 리더로 선임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의 역량과 수준에 따라 리더의 개입 정도도 달라져야 합니다. 처음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점검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딱딱한 보고서가 아니라, 지나가면서 한번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나요? ”,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정도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경험이 많고 역량이 충분한 사람에게 일을 맡겼을 때도 중간 점검은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수시로 점검하는 것보다는 미리 언제 어떤 식으로 점검할지를 합의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달짜리 과제라면, 미리 2주나 3주 후에 점검하기로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초안을 볼지, 대략적인 흐름을 볼지도 미리 이야기해 두면 불필요한 중복 작업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나 더 꼭 필요한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오던 대외적인 책임은 리더가 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은 반드시 실무적으로 그 일을 한 사람에게도 돌아가야 합니다. 어떤 사람도 공은 챙기고 과는 넘기는 상사를 따르지 않습니다. 공은 나누면 됩니다. 리더의 지시와 지지가 있었기에 일이 되었다면 리더의 몫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고생한 사람이 드러나야 합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었다면, 리더 선에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리더가 잘못 지시하고,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탓입니다. 공과에 대한 평가가 그다음 업무의 성과를 좌우합니다. 리더를 믿는다면 리더의 목소리에 귀만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게 만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통해서 일할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결정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