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분비율에 대한 고민
악어와 악어새, 그리고 진딧물과 개미
악어와 악어새의 오류는 기원전 400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흔히 악어새로 불리우는 이집트물떼새는 벌레와 씨앗을 주식으로 삼는 잡식성조류로 강변에 널리 퍼진 맛있는 벌레와 과일을 먹고 생활한다. 악어 역시 평생 3,000개 이상의 치아가 새로 자라는 만큼 악어새같은 치과의사는 굳이 필요없을 것이다. 오히려 가젤로 점심식사를 하고 악어새를 디저트 정도로 생각하겠지. 맛있는 성찬이 가득한데 왜 위험을 무릎쓰고 악어의 입속을 들어가 고기찌거기를 먹는다는 루머가 2,000년 넘게 이어져 왔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맛있는 당분을 가득 품은 진딧물의 배설물은 개미와 파리의 훌륭한 식자원이 된다. 그렇게 개미는 진딧물을 무당벌레나 풀잠자리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하고 그 자양분을 함뿍 빨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야생의 피도 눈물도 없는 기브앤테이크, 공생관계이다.
악어의 이에 낀 썩은 고기찌꺼기를 위험을 무릎쓰고 먹고 싶은 동물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자원순환도 마찬가지다. 비철, 철강 등 유가자원은 시장원리에 따라 활발하고 재활용되지만 고무, 유리, 플라스틱같은 비유가자원은 아무리 분리 선별하고 잘 배출한다고 해도 그 경제성이 극히 낮아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게 될 뿐이다.
자동차 경량화와 소재전환
꽤 오래전부터 자동차의 경량화는 제작사의 큰 화두였다. 자동차의 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량이다 보니 이 중량 감소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그 결과 플라스틱 사용의 증가, 최근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이 대거 소재로 채택되어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의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 개선효과는 6~8%나 되는 만큼 무게를 줄이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소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재활용이 가능한 지, 재사용이 가능한 지를 충분히 검토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자동차자원순환에서는 생산자의 도덕적 책무가 더욱 크게 따라오게 된다.
대다수의 차량이 금속 70%, 기타폐기물 30%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 범퍼피와 같은 PP계열은 재활용수요가 있어 재활용이 용이한 편이지만 그 외 부품은 대부분 재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리의 경우에도 필름코팅이 되어 있어 대부분의 해체재활용업체에서 폐기물처리비용을 부담하며 처리되고 있다.
타이어의 경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적용되어 생산자 및 수입업체의 자부담금 부담으로 설립한 타이어산업협회를 통해 재활용하고 있다. 시멘트킬른이나 고형연료(SRF)등으로 절반가까이 소각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23퍼센트는 고무분말 등으로 재활용, 17%가량은 중고타이어로 재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플라스틱부품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서두에 말했던 범퍼피와 같은 PP제품 외에는 플라스틱을 받아주는 재활용업체도 거의 없는 실정이고 또 중량에 비해 부피가 커서 운송료 부담만 커져 수지가 도저히 맞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제작사에서 아무리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부품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라고 환경산업도 산업이다. 돈이 되지 않는 재활용소재는 말 그대로 쓰레기일 뿐인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부품의 대부분은 단일소재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만든 복합부품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사이드미러 등) 해체 탈거 시 선별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부분의 플라스틱 부품은 해체작업시 탈거되지 않고 차피와 함께 압축되어 파쇄재활용업자에게 인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ASR(Automotive Shredder Residue)로 배출되어 소각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재활용을 위한 공생은 어떻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생산자와 재활용업자의 관계를 진딧물과 개미같은 공생관계로 만들 수 있을까? 생산자에게 재활용의 책임을 묻고 생산과정에서부터 재활용을 위한 구상이 필요하다. 제작사는 재활용가능한 소재를 찾는 것에만 사고가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 소재가 재활용이 가능한 산업환경에 놓여 있는 지 어떠한 소재가 재활용이 되고 있는 유가자원인지를 면밀히 확인하여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모든 자동차 제작사는 국제해체정보시스템(IDIS : International Dismantling Information System)에 재활용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게시하여야 한다.
또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자동차에도 포함시켜 시트폼, 플라스틱, 고무, 유리와 같은 대체불가능한 비유가성 자원에 대한 폐기물 처리 분담금을 부담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자원순환산업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떨어지는 자원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진딧물의 달콤한 꿀물같은 존재가 될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 등 재활용업자는 자원순환법에서 정한 폐자동차재활용률 95%라는 목표달성을 통해 자동차제작사에 보답해야 한다.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부품이 더이상 없도록 해체재활용업자는 더 많은 부품을 선별하여 분리하여야 하며 파쇄재활용업자는 ASR의 발생량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제작사는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품질좋은 자동차를 소비하고 재활용업자는 재활용률을 극대화하여 생산 > 소비 > 폐기 > 재활용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폐자동차가 악어처럼 쓸데없는 고기찌꺼기만 남길 것이냐 아니면 진딧물의 꿀물같이 훌륭한 유가자원을 남길 것이냐는 제작사에서부터 시작한다.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제작사의 의지, 환경을 바라보는 공생의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