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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o Nov 18. 2020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폐차는 자원을 남긴다

궁금 투성이의 너, 따랏땃따 널 해체할거야

자동차는 귀한 존재다. 우리가 가진 재산 중 몇 안 되는 취득세를 내는 고가의 장비이기도 하거니와 가격 역시 1년 연봉에 육박하는 존재이다(물론 껌값으로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그러다 보니 자동차를 처음 산 사람들은 자식 돌보듯이 애지중지 다루기도 하고 금이야 옥이야 어루만지며 운전을 하게 된다.


그래도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법. 10~20년을 달린 자동차는 결국 폐차의 과정을 거친다.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게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기계이다 보니 이 자동차에는 다양한 성질의 재료들이 투여될 수밖에 없고 이는 폐차과정에서도 다양한 부산물을 남기게 된다. 


폐차는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 흔히 말하는 폐차장에서 하게 되는데 이 단계는 자동차를 소재에 맞게 또는 부위에 맞게 분리 해체하는 단계(Dismantle)이며 폐차의 전체 재활용단계에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재활용단계에서 가장 선행되는 것이 올바른 분리선별작업인만큼 자동차해체재활용산업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물질들이 재활용단계에서 회수가 될까?


역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물질은 고철(Fe)이다. 철은 철기시대 이후부터 인류문명 발전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빠질 수 없는 문명의 보고이자 산업화의 쌀이었다. 201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만 14억 톤이 생산될 만큼 우리 삶의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이 철 역시 지구를 갉아내며 만들어내는 법. 어느 순간 고철을 다시 쓰는 재활용 개념이 중요한 철강생산의 구조가 되었고 현대사회에 와서는 전체 철강 생산량의 1/3 정도가 고철스크랩을 원료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폐차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의 고철이 회수될까? 2000년대 초반 제작된 차량을 기준으로 대략 70%에 가까운 비중을 철이 차지하고 있는데 무게로 환산하면 대략 한대당 700~1000kg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연간 60~80만 대가량 폐차되고 있는 국내 시장을 고려해본다면 한해 70만 톤가량이 폐차를 통해 회수된다고 볼 수 있다. 


※ 자동차의 성분 구성비는 차종, 출시연도에 따라 상이하다. 최근 들어서는 탄소섬유 등 신소재를 이용한 차량도 늘고 있어 철의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다 같은 고철이라고 재활용의 과정이 또 같지만은 않다. 차의 골격을 담당하는 차피는 압축되어서 파쇄재활용업자에게 인계된 후 슈레딩(Sheredding)을 거쳐 파쇄잔재물과 분리하여 제강사에 슈레디드 스크랩으로 납품하게 된다. 이러한 소재들은 제강사에서 제련을 거쳐 건축물의 H빔, 철근 등으로 쓰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차 부품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로어암, CV조인트 등 차량 하부를 지지하고 있는 부품류의 경우는 부품 자체가 철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어 이러한 하체부품은 상고철로 분류되어 파쇄재활용과정없이 바로 제강사에서 재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경우에도 부품 안에 들어있는 윤활유, 고무패킹 등을 완벽하게 제거할 경우 더욱 질 좋은 철강소재로 쓰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통돌이 세탁.. 아니 파쇄재활용시설. 이곳에서 자동차의 차피가 파쇄되어 고철로 다시 태어난다.


폐차의 재활용은 [전기ㆍ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게 되는데 국내법 상 95%의 자원회수를 달성화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70%에 달하는 고철 이외에도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재활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알루미늄, 황동 등 값비싼 비철금속의 경우에는 나름 재활용이 쉽다. 알루미늄은 바퀴휠, 엔진, 라디에이터그릴 등 다양한 부품에서 활용하고 있고 자원 그 자체도 가격이 높을뿐더러 중고부품으로도 수요가 있어 대부분 안정적으로 재활용이 되고 있다. 각종 부품의 체결을 위해 황동(신주)이 많이 사용되는데 작은 크기이긴 하지만 파쇄 재활용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져서 재활용을 하게 된다. 


또 [전기ㆍ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연료, 에어컨냉매, 액상폐기물, 부동액, 연료통, 액화가스탱크, 에어백, 배터리, 타이어, 촉매, 범퍼를 기본분리품을 지정하여 반드시 회수하여야 할 품목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무단투기 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철저히 분리하여 회수를 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내장재 등을 구성하는 플라스틱류, 유리, 고무 역시 가치는 떨어지지만 자원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폐차로 만든 자원순환생태계


해체단계에서 해체된 부품 중 해체가 용이하지 않은 것은 차피와 함께 압축하게 된다. 이 압축된 차피는 파쇄재활용업자에게 인계되어 전술한 것과 같이 슈레디드 스크랩으로 생산하게 되는데 이때 고철, 비철과 함께 배출되는 것이 ASR(Automobile Shredder Residue), 파쇄잔재물이다. 이 파쇄잔재물은 스티로폼, 시트폼, 기타 플라스틱 및 더스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열회수를 통해 그 쓰임을 다하게 된다.


해체단계에서 회수했던 냉매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이산화탄소보다 1,000배 이상 온난화지수가 높은 R-134a 냉매가스가 주로 쓰였는데 회수된 폐냉매는 플라즈마방식으로 소각하거나 재처리 후 냉동창고 등 필요한 곳에 재생냉매로 순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폐가스처리업체에게 인계하게 된다. 


또한 오랜된 부품 중 쓸만한 부속들(고품)만을 회수해서 재제조부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국자동차재제조부품협회'를 중심으로 수많은 회원사들이 신품 대비 30%이상 저렴한 가격에 신품 못지 않은 성능의 재제조부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자동차라는 단일품목만 이야기해도 자원순환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된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제품들을 떠올려보자. 수많은 전자제품, 비행기, 기차 등 운송수단,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자원순환산업에 있어서는 버려지는 모든 것이 원재료이자 전체 산업에서는 소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자원순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분리선별작업은 작업의 특성상 로봇이 노동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같은 재질의 재활용 대상이라도 차종별 분리가 다르다). 그만큼 이 산업을 육성하는 만큼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산업분야이다.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고된 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원을 살리고 원재료를 만들어내는 산업의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할 대목인 것이다.


'넝마주이', '양아치'라고 불리며 음지에서 성장해온 자원순환산업. 기후위기의 시대, 21세기 그린 뉴딜을 통해 제품 생산과정이 아닌 자원순환산업 과정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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