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필런, 2015년 11월 10일, 에스콰이어
원문 : Caged, What Drives Ronda Rousey to Wake Up and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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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combat sport)에서 활약하는 여성 선수들은 한 사회 내의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대항하며 반기를 듭니다. 남성의 역할이 따로 있고, 여성의 역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을 하는 데 있어 ‘누구’인지를 구별해서도 안 되고요. 싸우는 것(fighting)은 그러한 관습을 타파하는 데 있어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종합격투기는 저항의 최후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사회에서 성공을 거두는 건 그간 여성들이 추구했던 신념을 현실화했단 점을 의미합니다. 우리 여성들은 (분노를 표출할) 배출구 같은 게 없어요. 저 같은 경우, 매우 운이 좋게도, 제 직업을 배출구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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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마추어 스포츠(유도)에서 프로 격투기 선수로 전향하면서 더 이상 조국을 대표할 명분이 없어졌네요. 프로 선수로서 제 자신만을 대표할 뿐입니다. 국가가 아닌 저만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더욱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이 업계서 최고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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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바빠졌어요. 가끔은 홀로 생각을 한답니다. 제가 뭐 특별히 다른 존재는 아닌데, 뭐, 하여튼 제 성공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성별에 관해 선입견이 그다지 없는 격투기 팬들에게 제 존재가 많이 어필된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러한 점은 그저 격투를 벌이는 것보다 더욱 크게 작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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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요. ‘너는 못 생겼다’부터 ‘남자처럼 싸운다.’라는 별의별 좆같은 얘기들(all shit)까지 말이죠.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은 주로 SNS에 글을 싸지르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는 않고요. 어디나 쓰레기 같은 놈들이 있지만, 그래도 20명 정도의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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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낮추는 걸 겸손이라고, 그리고 자신감을 표출하는 걸 거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 자신을 칭찬하고 높이면 나쁜 행위라고 여깁니다. 칭찬은 내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 해야 의미가 생기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좋은 거라고 우린 학습받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계속 겸손만을 떤다면, 언제나 몸을 낮추고 타인만을 생각한다면 과연 정신건강이 온전히 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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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spite)은 저에게 있어 최고의 동기 부여 역할을 해줘요.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악의를 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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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일정 정도 분노를 표하죠. 그들이 저를 싫어하는 건 어쩔 수는 없어요. 다만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저는 고수하지 않을 뿐이에요. 유도에서 격투기 선수로 전향할 때 주변 사람들이 저를 헐뜯었죠. 상처를 많이 입었어요. 그러나 지금 저는 매우 행복한 상태이고, 당시 저를 뒤에서 씹었던 이들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죠. 어쩌면 이것은 피상적인 관계에서 나타난 현상이에요.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쯤은 테스트하는 것은 매우 불편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에요. 인간관계에서 나타난 역경은 모든 관계를 파탄 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신을 보다 강인하고 훌륭한 존재로 탈바꿈시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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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 대다수가 보여주는 양태는 매우 흥미로워요. 하루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저를 쳐다보며 플로이드 메이웨더(남성 권투선수)랑 언제 붙을지를 묻더라고요. 저는 메이웨더는 관심 없고 단지 그란데 사이즈의 아이스커피만을 생각한다고 답했고요. 일주일의 며칠 정도는 타인들과 교류를 맺을 여력이 없어요. 예전에 이탈리아 베니스에 갔을 때 저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관찰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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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경기 시작 바로 직전에는 저는 오직 승리만을 떠올리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케이지 안에 있는 제 자신을 상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