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 힐, 2016년 6월 3일, 뉴욕타임스
원문 : Can Tylenol Help Heal a Broken Heart?
영화가 끝나면 잠시 보자고 그가 나에게 연락했다. 나는 그가 거주하는 기숙사 주변의 한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키스를 했다. 커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인사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얘기가 나에게는 마지막일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내 남자친구는 긴장했었고, 내가 아닌 다른 모든 곳을 바라봤다.
그가 나에게 해줬던 이야기는 이제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문장을 끝냈던 것은 미세하게 기억한다. "더 이상 할 자신이 없는 것 같아."
왜 관계를 끝내고 싶은지 그가 설명하자 내 심장은 갑자기 격렬하게 고동쳤다. 물론 그의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날은 매우 추웠는데, 나는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여러 번 휘청거릴 뻔했고, 내 두 손을 재킷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이별을 고하는 그의 얘기에 반응을 보이려고 했건만, 나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외향적이면서도 말이 많은 성격의 나였지만, 이상하게도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내뱉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홍조를 띤 내 얼굴 어디선가 따스한 온기가 나왔다.
신경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나의 가슴과 상대방의 가슴이 연결된 관계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관계인 점을 수업에서 배운 바 있었다. 마치 엄청 친한 친구처럼, 커플이 사랑을 자연스럽게 속삭일 때면, 총경동맥(common carotid artery)을 통해서 심장으로부터 나온 피가 초당 1미터 속도로 이동해서 머리의 뇌까지 도달한다.
외부 위협을 감지하는 자제 메커니즘을 만들고, 실제로 어떤 위협이라도 느낄 시 즉각적인 반응을 보내면서,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만약 어떤 사람이 눈 앞에서 위협을 감지했다면, 그의 신체 내부의 호르몬 체계를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는 긴급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서 이 시상하부는 사람의 정맥을 통해서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를 작동시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급속도로 생성하도록 만든다. 아드레날린이 호르몬 체계를 뒤엎는다. 심장박동수는 갑자기 빨라진다. 심장이나 뇌 등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신체기관은 확 늘어난 혈액의 양 때문에 어떻게 대처할지 머뭇거린다. 이때부터 사람의 기도(airways)는 넓게 확장되는데, 숨을 쉴 때마다, 주위의 환경에 예민한 감정을 느끼고야 만다. 기도가 확장되니까 동공 역시 넓게 팽창된다. 결과론적으로, 우리는 위험의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그것에 대항하고자 자체적으로 준비한다.
하지만 이별을 당할 때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거절에 따른 생리학적 반응은 위협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본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무엇을 수용하거나 적응하려는 내재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섭취하거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정도는 위협과 불안에 적대적인 양상을 보인다. 거절당하면 인간의 신체 내에서 부교감신경계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의 뇌에서 감지한 신호는 미주 신경(vagus nerves)을 통해 심장과 위로 전달된다. 소화기 계통 쪽의 근육은 수축한다. 마치 흉부 제일 안쪽에서 구멍(pit)이 난 것처럼 느끼고 받아들인다. 그러면 이때 기도는 매우 좁게 닫히는데, 사람이 제대로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변한다. 그러면서 사람이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장박동수는 느려진다. 시간이 지나면 심장이 멈춘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주차장에서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관련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 방안에 처박혀 울었다.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은 크나큰 아픔을 겪곤 해."라고 내 친구가 말했다. "한번 겪게 되면 다른 어떤 일도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을 거야."
나는 친구의 말이 너무나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두통을 느낄 때까지 나는 계속 울었다. 밤새 울었더니 내 티슈가 동이 날 지경이었다.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너무나 많은 지식을 쌓았다. 내 뇌의 화합물이 나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작금의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과학 지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지나면 신체 내부로부터 특정 호르몬이 나와서 나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더 나은 기분을 맛보게 할 거라고 나 자신을 설득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 따위로 이별의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나는 전 남자친구와 연애를 했을 때, 연애 초반이 아닌 중반 때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 했다. 연애 초기는 그리 생각나지 않았다.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슴 설레는 감정이 교차되는 연애 초반을 그리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확실하게도, 나는 연애의 마지막을 떠올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와의 추억이 계속되려는 찰나, 연애기간의 중간 지점을 떠올렸다. 그때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다. 꽤 일상적이었고,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던 기간이었다.
나와 전 남자친구, 우리는 외향적이었고 활발했기 때문에 각자의 학교 생활을 열심히 보냈다. 내가 아는, 그도 역시 아는 제3자(mutual friend)가 소개팅을 해주며 우리를 만나게끔 유도하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 마주칠 수 없는 각자의 길을 활발하게 걸었던 학생이었다.
우리가 같은 학교 학생이지만,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리 놀랍지가 않았다. 그는 학교 운동선수였고, 나는 언제나 나만의 길을 성큼 걸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공대 건물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풀면서 미간을 찌푸릴 때면 나는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실험을 준비했다.
그리 노력을 안 해도 우리의 만남은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그의 기숙사 방에서, 아니면 나의 기숙사 방에서 우리가 나란히 의자에 앉으며 공부할 때면, 전공수업을 할 때 생겼던 불안감과 어려움이 잠시나마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뭔지 모를 안전한 감정을 느꼈다.
기숙사로 함께 돌아갈 때마다 그가 내 손을 잡는 데, 그만의 방식을 나는 대단히 좋아했다. 특히, 나의 조그마한 집게손가락이 그의 넓고 단단한 엄지손가락에 붙들려 어디론가 따라간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내 안에 그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의 손길이 닿게 되면 나의 뇌하수체 후엽으로부터 전기 같은 짜릿한 감정이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점차 줄어들었고,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깊은 연민이 내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도파민이 나의 측위신경핵(nucleus accumbens)으로부터 뛰쳐나오자, 나는 곧바로 더없는 기쁨과 환희, 그리고 활기를 느꼈다. 그의 넓은 가슴에 내 손을 대면서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의 규칙적인 심장박동수를 듣고 싶었나 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좋은 기분이 들면 도파민이 생성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거나 도움을 받아서 감사한 감정을 느꼈다면 심장박동수는 시종일관 매우 안정적인 속도로 뛰기 마련이다. 이처럼 고정된 심장박동수는 당신의 몸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불어넣어서 끝에 가서는 항상성 기제(homeostatic mechanism)를 꾀한다. 신체적 평행 상태가 이뤄지면 보다 쉽게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이별의 고통으로부터 재빠르게 회복되었다고 말하면 좋으련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없도록 나는 나만의 고통을 비밀로 해두었다. 울고 싶으면 샤워 시간을 이용했고, 밤에 갑자기 울으면 내 룸메이트가 상황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노력하기도 했다.
"만약 네 남자친구가 너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너도 그를 원하지 않으면 돼."라고 우리 엄마가 해주신 말씀을 기억할 때마다 나는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별 직후 나는 내 친한 친구들에게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수업 학점 관리를 하면서 몇 달 후에 있을 의학대학원 입학시험에 준비할 계획이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리 우즈(Elle Woods)처럼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충만한 여성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고통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고통 역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낙담이나 절망 같은 정서적 고통에 대한 가장 기이한 점은, 인간의 신체는 이것을 물리적 고통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코카인을 흡입하는 것처럼 비슷한 신경학적 증상을 띠게 만든다. 그리고 이별이라는 감정은 마약이나 술을 끊은 중독자가 겪게 되는 금단현상과 비슷한 신경학적 효과를 내보낸다.
중독된 것을 끊으면서 겪게 되는 금단현상이나, 엄청난 감정적 고통을 안겨주는 이별 같은 상황이나, 이런 것을 마주치게 되면,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통합시키는 영역인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측두엽의 측열에 깊게 놓여 있는 삼각형의 뇌 부분인 뇌도(insula) 안쪽에 위치한 뉴런은 갑자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분이 나아지려면, 그와 맞먹는 흥분을 안겨주는 외부활동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이것을 갈망한다.
다른 수많은 중독자들처럼 이별을 겪은 평범한 사람들도 명확한 사고를 하기가 어렵고 모든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에게 연락해야 할까? 아니야, 굳이 노력하지 말자." 근육 안 통각수용기(pain receptor)가 신호를 보내면 우리는 감성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하 한 가지 장점은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장점 한 가지를 지닌다. 현대의학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치료약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별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호전시키는 약품이 요새는 많이 등장했다.
지난 2010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라는 약물이 연애나, 인간관계, 혹은 사회활동으로부터 받은 고통과 연계된 신체적, 그리고 신경학적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이 만약 심한 정서적 고통으로 신음 거리고 있다면, 타이레놀(Tylenol) 몇 알을 섭취해 보라.
금단현상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거절과 이별에 따른 심리적 고통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를 그리워하면서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밤새 울음을 훔친 나 자신이 이제는 너무나 부끄럽다. 이별 고통이 그때는 심했지만, 지금까지 나의 인간관계와 네트워킹이 존재한다는 점이 고마울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에게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 과거 남자친구가 내 손을 잡을 때 느꼈던 감정, 꾸준한 심장박동수와 도파민이 온몸을 휩싸게 만들어 줄 나의 또 다른 상대방을 만나 관계를 맺고 싶다.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게 말을 하거나, 홀로 방 한 편에서 침묵만을 유지할 때가 있어도 나의 이런 생각은 꽤 자연스럽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찾고자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꼭 이래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멀리하고 싶다. 그저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다.
최근에, 나는 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원래 친구였는데, 하루는 나에게 친구 관계 이상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그와 몇 주 동안 같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에는 같이 아침을 먹기도 했다. 또 다른 날에는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다. 또 어떤 날에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나를 언제나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감정이 드는 사건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나의 측위신경핵은 끝내 작동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내 손을 잡아주어도 내 몸에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았고, 내 심장박동수는 몸의 리듬에 맞추어 안정된 속도로 이뤄지지 못했다.
존경을 담아, 그리고 매우 예의 바르게, 나는 그에게 관계를 끝내자는 말을 건넸다. 내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자, 미묘한 움직임이 그의 동공에서 포착되었고, 약간 당황하는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다. 그의 부교감신경계가 작동된 듯 보였다. 그의 신체 내부에 있는 소화계 기관들이 수축되어 있을 게 뻔했다. 그의 심장박동수는 점차 줄어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나중에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그간 겪었던 고통을 알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했고, 결국 추가적인 설명을 그만두었다.
나의 머리와 나의 가슴은 종종 갈등을 일으킨다. 이별을 당하는 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도중에 나의 맥박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하지만 경련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를 포옹하면서 작별의 인사를 건넸고,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누군가가 그에게 타이레놀 몇 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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