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빌튼, 2015년 8월 7일, 뉴욕타임스
원문 : What Steve Jobs Taught Me About Being A Son And A Father
2010년쯤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내 지인과 함께 있을 때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종업원이 그에게 다가가 아침을 무엇으로 주문하겠냐고 물었다. 잡스는 방금 막 짜낸 오렌지주스로 답했다.
몇 분 후에 주스가 담긴 큰 컵을 웨이트리스는 잡스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조금 마시더니 종업원에게 이것은 내가 원하던 '막 짜낸' 것이 아니라면서 다시 가져와 달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또다시 몇 분 후, 웨이트리스는 다른 컵에 담긴 오렌지주스를 가져왔다. 내 지인이 보기에 그것은 막 짜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잡스는 약간 음미하더니 냉정한 말투로 찌꺼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오렌지주스도 역시 돌려보냈다.
그 광경을 끝까지 목격한 내 지인은 잡스에게 "왜 그렇게 찌질이(jerk)처럼 구시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잡스는 "만약 저 여성이 서빙을 천직으로 생각했다면,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인으로부터 이 일화를 들은 나는 곧바로 기분이 불쾌해졌다.
잡스는 오만방자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간에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해야만 하나?' 물론 이런 궁금증은 내가 하는 일이 그저 직업에만 한정되었을 때 아무런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직업이 항상 천적은 아니다. 특히 내가 하는 일이 남으로부터 공정한 평가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타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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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쯤, 어머니가 말기 암 증세라 손 쓸 틈이 없을 거라고, 앞으로 그녀가 2주 정도밖에 안 남았다는 통보를 듣기 전까지 나는 직업은 그저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런 통찰을 얻을 기회가 별로 없을 테고.
(...)
어느 날 밤, 어머니는 갑자기 새우가 먹고 싶다고 외쳤다. 알겠다고 답한 나는 쏜살같이 부엌으로 내달렸다. "금방 새우 가져다 드릴게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새우가 하나도 없다는 걸 인식하고야 말았다. 나와 내 여동생은 임시방편으로 포장음식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리즈(Leeds)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은 몇 마일 거리에 있는 별 특징 없는 태국 음식점이었다. 여동생이 전화 주문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며 그곳에 허겁지겁 향했다.
태국 음식점은 매우 혼잡했다. 오픈된 주방에서는 10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일 하고 있었다. 종업원들과 매니저들이 홀과 주방을 매번 왔다 갔다.
어머니의 마지막 식사, 어머니를 위한 새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식당 구성원들이 매우 열심히 일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지인이 알려 준 잡스의 호텔 일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잡스가 여성 종업원에게 보여준 행동은 매우 건방진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그저 돈을 주는 사람이 나에게 열심히 일을 하길 요구하는 것 때문은 아닐 게다.
내가 궁극적으로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현재 하는 일이 얼마나 하찮아 보이든 상관하지 말고, 다른 누군가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일로 인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감동을 받는지 확인을 못 할 뿐이다.
분명 영국 리즈의 작은 태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그날 밤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마지막 정찬을 요리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어머니의 부엌에서 포장 박스를 벗겨 내고, 조심스레 거기서 새우 4마리를 꺼내 든 다음 고급 사기그릇에 올려놓은 저녁식사였다. 이건 어머니가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작별 인사도 없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한 영국 악센트로 "오, 이거 정말로 맛있구나."라고 말했던 저녁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