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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Jul 25. 2016

트럼프가 승리할 이유 5가지

마이클 무어, 2016년 7월

원문 : 5 REASONS WHY TRUMP WILL WIN


제군들이여..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참으로 유감이지만, 나는 지난 여름에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거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 바 있다. 지금 나는 이 전망보다 더욱 우울하고 최악인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올해 11월에 있을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형편없고, 사악하고, 평생 소시오패스처럼, 그리고 어쩔 때는 분노에 휩싸인 광대처럼 살아온 그가 우리의 대통령으로 나타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 이 문장을 한번 읊어보시라. 왜냐하면 앞으로 4년 동안 이 문장을 수도 없이 말해야 할 상황에 놓일 여지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내가 그간 살아오면서 나의 예상이 제발 틀리기를 이렇게 염원한 적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의 제군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머리를 강하게 흔들면서 “아니에요, 마이크.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가 없어요.”라고 외치겠지.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은 바보 같은 놈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주변 동료나 친구들의 확언이 음향 에코처럼 이곳저곳을 부유하는 거품 한가운데에 당신이 살고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얘기로 결론이 나서 듣기 매우 곤혹스러운 그만의 나르시시즘 자세나, 혹은 미친 헛소리 때문에 당신은 아마도 트럼프에 대해서는 비웃음과 공포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우리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라고, 세계가 존경하는 사람이자 매우 영리하면서도 아이들의 미래에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바마의 유산을 계속 전승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미국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4년 더 이것을 유지해야 한다!

     

당신은 앞서 언급한 그 버블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야 한다. 거짓으로 일관된 삶을 부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마주 보는 삶을 되찾아야 한다. 사실을 가지고 위안을 삼으려는 자세, 예를 들면 “유권자 가운데 77%는 여성, 유색인종, 35세 이하 미국 시민이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는 그들을 이겨내지 못해”, 아니면 논리를 가지고 위안을 삼으려는 경향, 예를 들면 “사람들은 허풍쟁이에 투표를 하거나, 자신의 이익에 반대되는 인물에게 권리를 행사할 이유가 없어”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자세는 트라우마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당신의 뇌가 일시적으로 내린 처방전에 지나지 않는다. 거리에서 엄청 큰 소음이 들렸을 경우에 아마도 당신은 “차 타이어가 터졌나 보군.”, 아니면 “누가 근처서 불꽃놀이 같은 걸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총으로 저격할 거라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9/11 테러 사건이 벌어졌던 직후에 국내 언론이나 현지 목격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소형 비행기가 뜻하지 않게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향해 날아갔다”고 묘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최상의 시나리오를 원하거나 필요로 한다. 이미 인생은 똥물로 가득하고, 매달 월급으로 빚을 계속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소식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을 가지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의 뇌는 ‘디폴트’ 상태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테러에서도 트럭으로 인해 사건 초반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트럭 주인이 운전 미숙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건을 벌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기 바로 직전에 도로변을 넘나드는 트럭 운전수에게 “이봐, 조심하라고! 여기 인도에 사람들이 있잖아!”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봐, 친구들, 이것은 사고가 아니야. 이것은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고. 만약 당신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사실과 놀리, 그리고 영리함으로 대선에서 무찌른다고 믿는다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개최된 56번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공화당 예비후보 16명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kitchen sink)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강력한 판세를 뒤엎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잊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상태로써는, 트럼프의 승리가 다시 나타날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먼저 작금의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쩌면, 아마도 이런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제군들, 오해는 하지 마시라.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위대한 희망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고 믿는다. 상황은 그래도 낙관적이다. 좌파들은 문화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게이와 레즈비언을 비롯한 동성애자들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미국인들 대다수는 설문조사에서 리버럴 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에게도 동일임금을 줘야 하나요? 체크. 낙태를 합법화해야 하나요? 체크. 강력한 환경오염 규제가 필요한가요? 체크. 총기류 규제가 더욱 많아져야 하나요? 체크. 마리화나 합법화는요? 체크. 실로 거대한 변환은 이미 벌어졌다. 올해 경선에서 무려 22개 주에서 승리를 거둔 한 사회주의자에게 물어봐라. 나는 집에서 엑스박스(X-Box)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을 하면서 쉽게 투표가 가능하다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거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현재 작동하는 방식이 결코 아니다. 유권자들은 집 밖으로 나간 다음 투표장 부근에서 줄을 서고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거나, 혹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들은 투표장에 들어갈 때까지 줄을 서면서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모든 사회적 체계가 그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이미 구축된 셈이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투표율이 절반 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이 11월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투표장에 직접 가서 줄을 서며 장시간 기다릴 수 있는 유권자들,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거나 영감을 특별히 받은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당신은 아마도 이 질문에 해답을 찾았을 것이다. 매우 급진적인 성향을 지닌 유권자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날뛰는, 선거날 새벽 5시에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마지막 투표장의 투표함이 봉인될 때까지 하루 종일 근처를 서성거리는, 그리고 주변의 탐(Tom), 딕(Dick), 해리(Harry)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들 [거기에 더해서 밥과 조, 빌리 밥, 빌리 조, 빌리 밥 조까지 포함시켜서]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렇다. 바로 이런 현상이 우리가 처한 가장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제군들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지 말라. 아무리 힐러리 측이 경쟁력 있는 TV광고를 내놓아도, 토론에서 그가 허튼짓을 해도, 혹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이 트럼프 표를 갉아먹어도, 도널드 트럼프의 열풍을 중단시키는 데 소용없을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이유 5가지가 있다.  

   

1. Midwest Math, or Welcome to Our Rust Belt Brexit


일단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오대호(Great Lakes) 지역의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곳)에 해당하는 민주당 성향의 4개 주인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았는데, 2010년 이후로는 공화당 소속의 주지사들이 대거 선출되었다. [오직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만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올해 3월에 개최된 미시간 주 프라이머리에서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가 아닌 공화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다. [132만 명 vs 105만 명] 펜실베이니아 주 최신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앞지르고 있고, 오하이오주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잠깐, 동률이라고?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을까? 왜냐하면 나프타(NAFTA) 조약을 지지하는 클린턴 부부가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의 산업에 크나큰 시련을 안겨 준 주범이라는 트럼프의 말이 잘 먹혀들어가기 때문이다.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는 이 지점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여타 몇몇 경제 조약을 유지하려는 힐러리 클린턴이야말로 앞서 언급한 4개 주의 지역 경제를 파탄 낸 주요 인물이라고 대외적으로 비난할 것이다. 미시간 주 프라이머리 때 트럼프 후보는 포드 자동차 공장 건물 때문에 생긴 그늘에 서서 이 회사가 계획대로 문을 닫고 멕시코로 이주한다면, 그리고 거기서 생산한 차를 미국으로 수입한다면 차에 관세 35%를 때리겠다고 엄포를 내렸다. 이 말은 매우 달콤했고, 미시간 주 공업 노동자들의 귀에 달콤한 노래처럼 착착 감겼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서, 그가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것을 멈추고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도록 압력을 가하겠다고 위협을 가하자, 사람들은 매우 황홀해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언급 때문에 바로 옆 주인 오하이오의 통수권자 존 케이식이 가져갔어야 할 승리를 트럼프가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제군들이여, 그린베이(Green Bay)부터 피츠버그(Pittsburgh)까지는 영국의 중부 지역이나 다름없다. 의기소침한 분위기에 망가진 지역경제를 그래도 유지시키고자 악전고투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골 곳곳에는 높은 굴뚝이 서 있고, 우리가 중산층이라 불렀던 것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분노와 적의를 품은 노동자들 [그리고 갑자기 노동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낙수효과라는 거짓말을 연신 퍼부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공약을 청산유수처럼 잘 하면서도 회의 장소를 떠나기 직전에 엄청난 금액을 수표로 건네줄 것 같은 골드만삭스의 로비스트에게 잘 보일 궁리만 떠올리면서 결국 이 지역 사람들을 내쳤다. 영국에서 벌어진 브렉시트 사태가 이곳에서 나타날 여지가 매우 높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같은 사람을 통칭하는 엘머 갠트리(Elmer Gantry, 말솜씨를 무기 삼아 유능한 전도사가 되는 사기꾼 세일즈맨을 다룬 이야기의 주인공)가 이 지역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주민들에게 떠날 기회가 지금 있다고 선동하면서 별 거지 같은 말을 다 해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붕괴시킨 주범을 찾아 복수하자! 비주류의 도널드 트럼프가 주범들을 확실하게 청소하러 나타났다! 그를 동의할 필요도, 좋아할 이유도 없지만, 당신의 경제를 파탄시킨 씨발놈들 한가운데로 화염병(Molotov cocktail)을 던질 능력이 그에게는 있다! 메시지를 보내자! 그러면 트럼프가 당신을 대신해서 메시지를 직접 보내줄 것이다!"


자, 한번 계산을 해 보자. 지난 2012년 미트 롬니(Mitt Romney)는 고작 64 표 때문에 패배의 잔을 들이마셔야 했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의 표를 다 합산해 보자. 64표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아이다호부터 조지아까지, 힐러리에게 결코 투표하지 않을 전통적 공화당 강제 지역의 표를 싹쓸이한 다음에 러스트 벨트에 해당하는 4개 주에만 이기면 되는 것이다. 도널트 트럼프에게 플로리다 주는 필요 없다. 콜로라도나 버지니아 역시 마찬가지다. 미시간 주, 오하이오 주, 펜실베이니아 주, 그리고 위스콘신 주만 이기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1위가 된다. 올해 11월에 이런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2. The Last Stand of the Angry White Man


미국에서 지난 240년 동안 작동되었던 남성 중심사회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성이 나타나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 남성들이 그간 지켜봤는데도 말이다. 징조가 나타났지만 우리는 그것을 싹 무시했다. 젠더 배반자인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은 성차별 금지법안인 '타이틀 엑스(Title X)'를 통과시켰는데, 이것은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도 운동을 할 동등한 권리를 말한다. 그다음에는 여성 민항기 조종사들이 나타났다. 어느새 비욘세(Beyonce)가 올해 슈퍼볼에서 흑인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경기장을 휩쓸었고, 무대 위에서 주먹을 높게 쳐들며 남성들의 지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오, 지구촌 인류여.


바야흐로 멸종 위기에 처한 백인 남성들의 마을 살짝 대변해 보자. 그들의 손에서 권력을 빠져나갔다는 양상이다. 그리고 그들의 언행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일찍이 "눈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피를 흘리는 괴물"이라고 묘사한 바대로, 소위 '페미나치(Feminazi)'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정복한 지 오래다. 어떤 흑인 남성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우리에게 이것저것 명령 내린 것도 그나마 견뎠는데, 이제 앞으로 8년 동안은 한 여성의 수발을 우리가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말인가? 그다음에는 게이가 나타나서 백악관을 8년 동안 점령할 수도 있겠는데? 그다음은 트랜스젠더 차례인가? 이런 추세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뻔하다. 그때가 되면 동물들의 인권이 제정되고, X 같은 햄스터 새끼가 이 나라를 지도할 것이다. 이걸 멈춰야 해!


3. The Hillary Problem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 미리 언급하자면 나는 힐러리의 팬이다. 그녀를 많이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부당한 비난(bad rap)에 휩싸였다고 생각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내걸었을 때 나는 앞으로 그녀를 찬성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지금까지 나는 이 말을 어긴 적이 없다. 하지만 파시스트의 기질을 보이는 한 남성이 미국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의 맹세를 이번에는 지키지 않으련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대통령이 된다면 나중에 어떤 종류의 군사작전을 승인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매파다. 그리고 오바마 현 대통령보다 우파 성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이 된 이후 연신 발사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멸망이다.


까놓고 말해 보자. 우리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정말로 인기가 없다. 힐러리를 신뢰하지 않거나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 가운데 무려 70%나 차지한다. 그녀는 구식 정치 체계의 표상이나 다를 바 없고, 선거 승리 말고 다른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에는 동성애자 결혼식을 반대한 그녀였다. 이제는 표 때문에 동성 결혼식을 찬성한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엄청나게 비판하는 부류 가운데서 젊은 여성들의 수가 의외로 많은데, 힐러리와 비슷한 동년배 여성들이 희생까지 감수하더라도 사회에 대항하고 투쟁하며 지켜냈던 권리 때문에 오날늘의 젊은 미국 여성들이 바바라 부시 같은 사람들(Barbara Bushes)로부터 "그냥 입 닥치고 집에 가서 과자나 구워!"라는 말을 듣지 않는 사실을 기억하면 할수록 가슴이 저려온다. 하지만 어린 여성들이 힐러리를 싫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소위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선거날에 찍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나는 매일 듣는다. 민주당원 그 누구도, 그리고 무소속에 속하는 그 어떤 유권자들도 11월 8일에 일어나서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버니 샌더스가 경선 후보로 있었을 때처럼 아주 기쁘고 들뜬 마음을 지닌 채 선거장에 달려가서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당 대권 후보에 열광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번 대선은 결국 단 하나의 문제로 수렴될 수가 있을 텐데, 어느 후보가 더 많은 시민들을 집 밖으로 유도해서 부근 투표소까지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만드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더욱 크다.


4. The Depressed Sanders Vote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선거날에 클린턴에게 투표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조바심 같은 것을 내지 말자. 우리 모두는 클린턴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대통령 선거날에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준 사람의 수보다 경선 때 샌더스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 가운데서 올해 선거날에 힐러리에게 표를 줄 사람들의 수가 더욱 많다고 한다. 이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은, 샌더스 지지자들이 투표날에 그리 좋지 않은 기분으로 투표소를 방문하며 힐러리에게 표를 주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들에게 있어 선거는 "우울한 투표(depressed vote)"가 되리라는 예감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친구나 동료 5명을 데리고 투표소에 가지 않는다. 선거가 한 달이 남은 시점에서 그들은 힐러리를 위해서 10시간이나 자원봉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녀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본다면 그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을 해줄 것이다. 우울한 투표자.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겉치레나 헛소리에 능한 사람에게 그 어떠한 관용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클린턴/부시 시절로 회귀한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돈을 주고 음악 CD를 구입한다든가, 마이스페이스 계정을 판다든가, 아니면 아주 커다란 옛날 폴더폰을 다시 쓴다는 의미와 똑같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또 다른 후보를 찍을 공산도 크지만, 선거날은 집에서 푹 쉬는 날로 여길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을 지지할 이유가 될 수 있는 공약과 일을 실천해야만 한다. 아주 평범한 중년 백인 남성을 부통령 후보로 섭외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젊은층에게 표의 중요성을 감가상각하게 만든 아주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야 말았다. 대통령 후보가 여성, 그리고 부통령 후보가 여성이었더라면 정말로 흥미로운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겁을 너무 낸 나머지 안정을 추구하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젊은층의 투표율을 갉아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5. The Jesse Ventura Effect


투표소의 커튼이 닫히고, 그 자리에 홀로 있게 되면 유권자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밝히지 않았던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대놓고 짓궂게 발현하려는 행동을 하는데, 이것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커튼으로 가려진 투표소는 CCTV도, 음향을 체크하는 장비도, 배우자나 아이도, 직장 상사도, 경찰관도, 심지어 빌어먹을 시간제한도 존재하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몇 안 되는 곳이라는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되는 곳이자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신은 버튼을 누르면서 후표자의 이름을 가지고 투표하거나, 아니면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의 이름을 대신 기입할 수도 있다. 규칙 따위는 없다. 이미 한물간 정치 체계에 남다른 분노를 표하는 유권자의 수는 엄청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사람 됨됨이나 공약에 반대를 하거나, 그의 유별난 자존감이나 그릇된 편견을 좋아하지 않지만 공화당 후보에 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트럼프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른들을 방해하거나(upset the apple cart) 엄마나 아빠의 분노 가득한 표정을 지켜보기 위해 저런 선택을 내리는 젊은층이 나타날 것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끝에 섰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이 드는지 잠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은 꼭두각시를 놀리는 위치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고, 이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무척 궁금하다는 이유로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1990년대에 미네소타 지역 사람들이 프로레슬러를 주지사로 당선시켰던 선례를 기억하는가? 당시 지역 주민들은 제시 벤추라가 존경을 받거나 지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라서 그에게 표를 준 것이 아니었다. 주민들 자체가 바보라서 그런 선택을 내렸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그래도 되니까 그를 주지사로 당선시켰을 뿐이었다. 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들은 비극적 상황을 냉소적 유머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를 주지사로 선택한 미네소타 지역 주민들의 의도는 망가진 정치 체계에 대한 그들의 냉소적 유머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때문에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 HBO에서 방영된 빌 마허(Bill Maher)의 공화당 전당대회 특집 코미디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나서 호텔로 복귀하던 도중에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마이크, 우리는 트럼프에게 표를 줘야 합니다. 세상을 뒤흔들어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게 다였다. 세상을 뒤흔드는 것.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 물론 실제로 세상을 뒤흔들 것이다. 그리고 그때 유권자들 대다수는 경기장 외야석에 앉아서 트럼프만의 리얼리티 쇼를 내다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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