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뉴포트, 2012년 9월 29일, 뉴욕타임스
원문 : Follow a Career Passion? Let It Follow You
대학 졸업반이었을 2004년 봄에 나는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당시 나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로부터 스카우팅 제의를 받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으로부터는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합격했으며, 처음으로 내가 저술한 논픽션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막 넘겼다. [전업작가로서의 커리어도 시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MIT 박사과정, 그리고 전업작가로서의 활동은 각기 다른 경력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것들 가운데서 나는 나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했다.
내 동료들 대다수는 자신의 경력을 결정하고 시작하는 데 있어 극도의 불안감을 경험했다. 우리는 그간 성장하면서 심리상담가들, 경력 조언가들, 자기계발 도서들, 뉴스 및 미디어,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의 열정을 쫓으라(follow your passion)"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이 조언은 누구든 자신에게 존재하는 열정이 있으며, 이것을 올바르게 발견하면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명의식을 가지면서 돈벌이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용기만을 갖은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지론에 가깝다. 이런 용기가 없다면 삶은 지루해지거나 충만하지 않게 되고, 나중에 '로스쿨(Law School)' 같은 곳에 진학하는 아주 최악의 경우에 직면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조언이 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매우 뚜렷한 열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들은 의사나 작가, 혹은 음악가가 되기를 끊임없이 추구했으며, 다른 직업이나 직종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 안의 열정을 쫓으라" 같은 조언은 나머지 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이로 인해서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조언은 우리가 신중하지 않을 때 진실한 소명의식을 놓친다고, 비록 우리가 어떤 특정 커리어를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의 여파에 계속 시달릴 거라고, 일이 고되고 힘들 때마다 실존적 위기는 우리를 엄습할 것이며, 아주 불쾌하게도 결정적인 질문에 우리가 처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 일이 내가 정말로 원해서 하는 걸까?"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의구심과 질문은 불안감과 더불어서 '이직(job-hopping)'이라는 만성적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물론 나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몇 가지 커리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열정 교단(Cult of Passion)의 교리를 생각 안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런 교리를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주류 교단이 아닌 대안적인 커리어 관련 철학을 고수했는데, 이것은 아주 간단한 전제를 내포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요소는 일반적이며, 어떤 특정 직업의 특징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The traits that lead people to love their work are general and have little to do with a job's specifics).' 자신의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율적으로 스스로 하면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포함된다. 그간 수십 년 동안 발표된 관련 조사 및 연구가 이런 명제를 뒷받침한다. [대니얼 핑크의 저서 "Drive"에 이런 결과가 훌륭하게 요약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일반적 요소는 대부분의 직업에서 발견 가능하지만, (돈)벌이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일 테고, 습득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시간과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새로운 직급에 오르거나, 혹은 새로운 직장에 다니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주려고 할까?"가 아닌, "나는 왜 이 일을 선택하려는 걸까?"를 반드시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나의 일화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 나는 MIT 박사과정 입학을 최소한으로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대안적 커리어 철학을 적용시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MIT 입학, 그리고 글쓰기가 외양은 각각 다르지만 나의 노력과 열정을 비추어 볼 때면 결국 하나의 원천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깨달음을 느끼고 나서 나는 그릇된 선택으로 인한 불안감으로부터 멀리 도망갈 수가 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일단 MIT 박사과정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동부 해안을 조금이나마 더 선호하는 내 취향이 궁극적인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애틀 부근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일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꼈고, 나의 첫 번째 논픽션 저서가 출간된 이후로 시애틀의 길거리 구석에서 쭈그려 앉으며 글을 쓰기도 했다.
대학원생으로서의 나의 시절은 내가 진정한 소명의식을 받았다는 확신과는 좀처럼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MIT의 박사과정은 시작부터가 매우 고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논문 학술지에 글을 쓰거나, 관련 연구에 참여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말로 좌절스러운 느낌을 계속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MIT 같은 대학은 엄청난 인재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내가 정말로 학교를 다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만약에 "내 안의 열정을 쫓으라는"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대학원생 1학년 시절에 학교를 자퇴하고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시절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성취 의욕은 점차 불타 올랐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으며, 나중에 내가 속한 분야에서 월등한 성과를 내고야 말았다. 나는 열심히 일을 했고,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나갔으며, 적당한 직업도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나는 조지타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나의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가장 중요한 교훈 한 가지는, 내 일을 사랑하는 것과 20대 후반에 교수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교수가 되기까지의 나의 경력은 그리 특별한 게 없다. 내가 과거에 선택 내린 것을 그대로 따라갔을 뿐이다. 이게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커리어 관련 어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젊은 친구들에게 내가 조언을 하나를 한다면,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열정은 여러분이 따라야 하는 종류가 아니다. 오히려 열정이 힘든 일을 하는 여러분들을 따라가서 보다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