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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Apr 06. 2017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

댄 앨런, 2016년 10월 20일, NBC OUT

원문: Tarell Alvin McCraney - The Man Who Lived 'Moonlight'


약 몇 년 전에, 극작가 타렐 앨빈 맥크레이니(Tarell Alvin McCraney)는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그저 연극학교 프로젝트로 완성한 바 있었는데, 그때 그는 자신의 학교 숙제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직접 제작하는 영화의 대본으로 바뀌고, 2017년 아카데미 영화제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줄 조금이나마 상상을 해봤을까. 작가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나 다를 바 없던, 미국 마이애미의 가난하면서도 험한 리버티 시티(Liberty City)에서 동성애 정체성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야만 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인 [문라이트]는 어린 소년인 샤이론(Chiron)을 내세우며 서사를 시작하는데, 코카인에 중독되어 자신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엄마 때문에 극도의 심리적 고통을 겪지만,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마약상과 그의 여자친구에 의해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학생으로 성장한다. 또한 이 영화는 샤이론의 어릴 적 동네 친구였던 케빈과의 관계를 그린다. 성적으로 강력한 연대감을 지닌 그들의 끈끈한 관계는 3막에 다다르면서 극적으로 변화된다. 10세에서 16세까지 그린 그들의 우정이 3막에서 갑자기 30대 초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한 맥크레이니는 졸업 후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서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상주하는 현지 극작 레지던시에 머물렀다. 그리고 영화감독인 배리 젠킨스(Barry Jenkins)가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그는 자신의 졸업 프로젝트 작품인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까먹었다. 2008년에 개봉되어 각종 영화제를 휩쓴 [멜랑콜리의 묘약(Medicine for Melancholy)] 이후로 자신만의 창작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젠킨스는 우연히 맥크레이니의 글을 보게 되었다. 동성애자가 아니었지만 그는 작품을 읽고 난 후 커다란 감동에 휩싸였고, 특히 그도 맥크레이니처럼 마이애미 리버티 시티 출신이었기 때문에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실상, 젠킨스와 맥크레이니는 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그들은 서로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맥크레이니의 허락 하에 젠킨스는 그의 작품을 영화 [문라이트] 대본으로 바꿔놓았고 원작이 아닌 부분은 스스로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창작했다. 능수능란한 영화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흠 없는 연기와 가난한 흑인 동성애자 소년의 삶을 들여다보는, 미국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내용으로 인해 [문라이트]는 엄청난 화제를 몰고 있다. 또한 한 남성이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서사구조 역시 모든 사람들이 이해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늘 NBC OUT은 맥크레이니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에서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쓰고 있었을 때 오늘날과 비슷한 상황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었나요?


전혀요. 영화 대본을 쓰면 연극 대본을 쓰는 것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거라고는 쭉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저는 언제나 연극 대본이 소소하면서도 독립적인 기운이 더 내뿜어진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저는 오늘과 같은 상황이 저에게 닥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젠킨스가 영화 촬영본의 첫 번째 장면을 저에게 보여준 이후, 영상에 아름다운 무언가가 어떻게 실려 있는지 잘 몰랐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젠킨스가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고요. 저는 예술 간 협업을 좋아하는데요, 특히 젠킨스처럼 재능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죠.


당신과 인터뷰하기 전에 학교에서 썼다고 한 당신의 프로젝트 작품인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읽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그 작품은 앞으로 상연되지도, 출판되지도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오스카 수상 가능성과 관련된 높은 관심과 영화 [문라이트]의 대대적인 성공이 예견되고 있는 이 시점에 당신의 그 작품을 외부로 공개할 여지는 없습니까?


예, 없어요. 우선 무엇보다도,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는 연극으로 상연된 적이 단 한 번도 않었어요. 그저 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글로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서, 이 작품에서는 "이 부분에서 조명을 켠다", 아니면 "커튼이 열린다"나 "무대 좌측에서 배우들이 등장한다" 같은 지시사항이 전혀 없어요. 굳이 지시사항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두 가지밖에 없을 건데요, "장면 변환: 주인공 블랙이 얼굴을 씻는다"와 "장면 변환: 주인공 리틀이 필드 중앙에 선다"가 다예요. 그래서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연극 대본으로 사용한다면 주변 스태프들이 스트레스받아 다 미쳐 가겠죠.


[웃음]


그리고 이 작품을 가지고 공연하자고 말한다면 다시는 나와 작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연극 공연장 몇 군데가 속출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젠킨스가 이 이야기를 영화 대본으로 바꾼다고 할 때 그나마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제 작품에서 보기 어려웠던 그 시절의 분위기를 영화에서 대신 보여줄 수 있다는 확언 같은 게 존재했었어요. 제 원작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돌고 도는, 일종의 순환론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래서 직접적인 서사구조의 배경으로 사용되긴 어렵다고 봤습니다만, 영화감독인 젠킨스는 이 부분을 그렇게 하도록 원했고요, 또 잘 해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가 대략적인 서사구조의 틀을 완성시켰고, 원작처럼 3막으로 유지하면서 단지 배우들의 연기를 추가적으로 보탰을 뿐이에요.


그렇다면 당신의 원작인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는 영화 [문라이트]보다 뛰어넘는 시간대가 더욱 긴가요?


예. (세 막의 이야기가 각각) 동시에 진행되거든요. 관객들은 각각 등장인물들의 일생의 어느 단면, 어느 하루를 동시에 바라보는 거죠. 제가 왜 이 작품은 연극 대본이 아니라고 말한 까닭도 바로 이것 때문이죠. 관객들은 이런 장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글로 중간 지점까지 읽으면 3명의 등장인물들이 원래는 한 인물의 특정 나이대를 각기 표현한 거라고 이해 가능하지만, 직접 공연을 보게 되면 이해를 못할 거라고 보거든요. [달빛 아래에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는 내 인생의 여러 조각들을 다시 맞추면서 과거의 나날들을 새롭게 정립하자는 취지로 썼던 것이고, 지금도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있어요. 젠킨스의 [문라이트]를 보게 된다면 아마 고개를 끄덕거릴 것 같은데요,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나이대의 샤이론은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곤 합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몸을 물로 헹구고요. 3명의 샤이론들은 화장실 거울 앞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얼음이 가득한 물에 얼굴을 처박은 후 다시 거울을 쳐다보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이러한 장면은 다른 나이대의 샤이론을 투영합니다. 그리고 샤이론을 연기하는 각각의 배우들은 다른 사람들이지만 본질적으로 단 한 명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똑같은 행위를 하는 셈이죠.


저는 그간 게이 영화를 많이 봤지만, 여기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문라이트]는 제가 본 가장 강력한 게이 주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물론,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흑인 주제 영화이기도 하고요. 학대를 다룬 당신의 이야기가 흑인이나 게이 가운데 하나를 제대로 설명한다고 보는 지요?


당신이 영화에 대해 무엇이라고 평가하든 아마 유효할 테고 맞을 거라고 봐요.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전체적인 틀은 확실히 약해질 거예요. [문라이트]가 개인의 (성적) 학대를 다룬다는 주장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보다는 그것에 대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겠죠. 이 영화는 퀴어(queer) 이야기이고, 게이 이야기이고, 가난을 다룬 이야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약물 중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이 혼재되어 있는 실정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만약 어떤 특정 요소만을 빼서 다룬다면 그 무엇보다도 솔직하지 못한 내용으로 이어지겠죠.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가 당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보시는지요?


맞아요. 그렇게 했다고 전보다 더 강하게 확신이 드네요.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저 한 가지 내용만 보이지만, 영상으로 직접 볼 때는 뭔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면이 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갑자기 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음...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잘 모르겠네요.


영화가 개봉되었으니까 더욱 확실하게 알 것 같은데요.


저는 [문라이트]를 계속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는 어떤 해답을 갈구하려는 수도승 같은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무슨 뜻이냐면,  인생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근본적 질문들이 영화에서 계속 나타나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도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순간에 직면한다는 점에 저는 약간의 편안한 기분이 들더군요. 저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요. 뭔가 확실한 기분이 들어요. 굳이 행복감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기 성찰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혹여 고통을 경험할까 봐 걱정될 뿐이죠.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한 번쯤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심사숙고할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너무나 단순한 문제 말고요. 샤이론이 블랙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의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그리고 왜 그런 선택을 내렸던 걸까요? 영화 상에서 주인공이 마약상이라는 나쁜 인물로 돌변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도 경험 가능한 나쁜 순간들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한때 당신에게 해를 끼친 인물이 당신의 몸을 만져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영화는 너무 많은 단서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리버티 시티에서 당신과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낸 게이들의 반응도 알고 있나요?


그럼요. 성적 정체성 상관없이 리버티 시티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영화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가 나왔다는 점에 대단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처한 문제가 영에서 다뤄지고 있고,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비참하게 그려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제가 살았던 동네가 아름답게 표현된 것처럼 보입니다. 당신이 리버티 시티를 방문하면 꽤 친절한 사람들도 보게 될 테고요. 물론, 심성이 고약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좋은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 인생에서 케빈 같은 사람도 있었겠죠?


물론이죠. 


영화 속 케빈은 당신의 실제 인생의 그 인물과 비슷하게 표현되었나요?


영화 속 3막에서 나타나는 케빈은 실제 인물과는 다르다고 봐요. 하지만 저와 그의 상호작용을 다룬 장면에서는 맞는 부분이 꽤 있어요.


그럼 그 인물과 다시 연락해 본 적은 있으세요? 그 사람은 영화가 곧 개봉될 거라는 점을 알고 있는지요?


아니요.


그분으로부터 반응 같은 것을 듣고 싶으신지요?


(웃음) 아니요.


게이를 주제로 한 영화 가운데 당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지요?


가장 최근에는 [탠저린(Tangerine)]을 좋아하게 됬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봤던 게이 영화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입니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마이애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예술을 전공하는 여자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도 막 시작했고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작가들이 사회에 일찍 나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소명이기도 합니다. 


연극을 위한 대본을 써 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으셨죠?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영화 [문라이트]에 보다 집중하고 있고요, 가능하면 수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이런 기회를 갖는다는 것 자체에 흥분감을 느낍니다. 엄청나게 하얀 스크린에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게 실로 위대한 일이고, 저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오고 있네요.


앞으로도 당신의 작품에 게이 이야기를 계속 집어넣을 것인지, 아니면 게이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작품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요.


제 작품은 저에 대한 정체성을 대신 이야기해줍니다. 동성애 인물이 최소 1명이라도 포함되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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