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2013년 12월 28일, 뉴욕타임스 블로그
원문: Bitcoin Is Evil
어떤 현상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규범경제학 가운데서 작동방식을 다루는 실증경제학을 따로 분리해 구별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실, 내가 그간 칼럼으로 썼던 여러 거시적인 주제들에 대해서 수많은 경제학자들조차 이런 구별을 좀처럼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활동주의적 정부를 싫어하고, 결국 왜 확장적 재정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지, 통화부양조치는 끝에 가서 처참한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를 두고 질이 낮은 논쟁에 허우적거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이 대칭성을 지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같은 사람들도 큰 규모의 정부를 지지하고자 거시적 현안들에 대한 논쟁을 일부러 조작한다고 크리스티 로머(Christy Romer) 일당을 재빠르게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통화에 대해서 거시적인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특히 비트코인과 그에 따른 모든 양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은 대부분 실증경제학 범위 내에서만 이뤄졌다. 과연 비트코인은 통화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아직까지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고 답해야 한다. 어떤 것이 화폐로써 성공적으로 작용하려면, 1) 교환 기능과 2) 가치를 저장하는 안정적인 수단, 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안정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아주 명확한 의문점이 남는다. 이에 대해서 브래드 드롱(Brad DeLong)이 지적한 바 있다.
"금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다른 모든 통화가 실패한 상황에서 그것을 통해 새로운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달러의 가치는, (a) 이것을 통해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할 수가 있고, (b) 연준은 이것을 잠재적으로 처리하는 장소인데, 만약 그것의 실제 가치가 2% 이상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서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금의 가치에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채굴 기술과 더불어서 오랫동안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거라는 전망이다. 달러의 가치에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실제로 화폐를 만드는 미국 연준의 역할과 더불어서 디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연준이사회의 의지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상한선을 결정하는 것은 컴퓨터 기술과 해쉬 기능의 형식이다. 아마도 2,100만 비트코인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하한선은 도대체 정확히 무엇인가?"
예전부터 나는 비트코인을 잘 아는 영리한 기술자들과 대화를 쭉 나누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해서 꽤 신뢰할 만한 가치 저장 수단인지를 설명해달라고 부탁할 때마다, 그들은 교환 수단에 있어 꽤 훌륭한 매개체라는 답변만 매번 들려줄 뿐이다. 만약 내가 비트코인을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이런 의구심을 해결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간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은 다른 성격이라고 얘기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서두에 내가 언급했듯이, 이런 논쟁은 실증경제학 범위 내에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규범경제학 시각에는 어떨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찰리 스트로스(Charlie Stross)의 얘기를 주목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세금을 모으고 시민들의 금융거래를 모니터하는 주정부에 피해를 입히려는 일련의 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선전에 힘 입어 중앙은행과 통화 관련된 일반은행을 고의로 해를 가하는 무기로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링크를 따라 전문을 한번 읽어보시라.
스트로스는 저런 자유주의자들의 선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성향이 비트코인을 실증 분석할 때 어느 쪽이든지 간에 편향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염려되는 점 하나는, 비트코인 애찬론자들은 스트로스가 묘사한 것처럼, "금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과 동일한 환상(same button)을 느끼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각각의 논의를 헷갈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비트코인이 지금 거품인지 아닌지를, 또 그것이 좋은 수단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한번쯤 논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