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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Jun 15. 2017

유명 발레리나를 위해 1만 km를 홀로 뛴 남성

크리스토퍼 마그, 2017년 6월 7일, 노스저지 닷컴

원문: Garden State of Mind - Going the distance for love


미국과 쿠바, 그리고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와 스위스까지 총 6개국을 달리기로 혼자 가로지르며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의 환심을 거머쥔 슬라바 코자(Slava Koza)이지만, 그는 강인한 사람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장이 187cm이지만, 등이 앞으로 굽어져 있는 골격 때문에 코자가 달리는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게(crab)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오른팔은 공중에서 폭이 좀 있는 원호를 그리듯이 흔들면서, 왼발은 육중한 망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강하게 지면을 힘껏 내딛으면서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발레리나인 알리나 드로노바(Alina Dronova)는 자신의 새로운 약혼자의 신체적인 약점에 개의치 않는다. 또한 그녀는 그간 혼자서 6개국을 돌며 6,290 마일(약 1만 1백 km)을 뛴 그의 별난 사랑고백 방식에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그녀의 친구들만 이런 방식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낭만적이거나 확실하게 미친 짓이라고 여긴다.


기실, 드로노바는 코자의 달리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달리기는 위대한 것입니다만,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라고 올해 33세인 드로노바가 말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현재 미국 뉴저지 주 포트 리(Fort Lee)에 거주하는 그녀는 지난 17년 동안 발레리나로서 많은 커리어를 구축했다. "달렸다고 해서 제가 그를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매력적이지만 약간 우물쭈물하는, 아직까지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평범한 30대 남성인 코자는 많은 업적을 이뤄냈고 그동안 세계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던 미모의 발레리나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의 애인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죠." 드로노바와 동갑이고, 전직 몰도바 체스 챔피언이었던 자신의 이모가 직접 이곳에 세운 체스 아카데미에서 선생님으로 일을 하는 코자가 말했다. "저는 그 기준에 맞지 않았습니다."


코자가 미국 로키산맥과 유럽의 알프스를 혼자서 가로질러도 드로노바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훗날 움직이게 된 결정적 요인은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이었다.


코자는 눈에 띄었다.

코자는 관심을 보였다.

코자는 경청했고, 그것에 따라 행동을 했다. 


"저는 한때 멋진 커리어를 이뤄낸 남성들과 데이트를 했었지만, 슬라바 코자는 뭔가 뚜렷한 성취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드로노바가 답했다. "이 사람은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돈이 많지도 않지만, 좋은 마음씨를 지니고 있어요."



슬라바 코자와 알리나 드로노바의 '러브 스토리'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원래 양쪽의 어머니들은 친구 사이였는데, 이로 인해서 2009년에 코자와 드로노바는 서로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뉴저지 주 북동부 지역인 해컨색(Hackensack)의 한 치즈케이크 가게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말이 잘 통했던 사이었다고 생각해요."라고 코자가 말했다.


드로노바의 답변에 따르면 코자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슬라바 코자는 훈남에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은 채 언제나 테이블을 쳐다봤고, 몸을 약간 돌려 뒤틀어서 앉았기 때문에, 그때 데이트는 최악이었다고 한다. 


코자는 안경을 벗더니 눈을 비비적거렸는데, 이것은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그릇된 행동을 할 때 종종 하는 버릇이라고 드로노바에게 설명했다. 가게를 벗어나고 그녀의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같이 간 코자는 드로노바가 차에 타자 "안녕히 가세요."라고 짤막하게 한 마디를 한 후 곧바로 뒤돌아갔다.


"그는 정말로 영리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았지만, 분명하게도 너무나 부끄러움을 탔어요."라고 드로노바가 말했다. "당신은 그동안 여성과 연애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들은 영화관에서 두 번째 데이트를 했다. 영화를 본 게 다였다. 그 이후로 코자는 여전히 뉴저지의 버겐필드에 위치한 자신의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학생들에게 체스를 가르쳤고, 드로노바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투어 다니면서 발레를 무대 위에서 했다. 그들은 종종 서로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드로노바는 자신이 코자와 데이트를 할 뜻이 앞으로 없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려줬다.


"우리는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슬라바 코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만났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소울메이트에게 차였다. 코자는 알리나 드로노바가 친절하고 똑똑하며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여겼다. 그는 다른 여성을 만나서 데이트를 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이 발레리나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두 번째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까?


하루는 코자가 자신의 부모님 집 주변을 한 바퀴 조깅을 했었는데, 어떤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사랑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 가버릴 거야'라고 말하잖아요."라고 운을 뗀 그는 이어서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죠. 만약 제가 진짜로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슬라바 코자는 직접 실천했다. 2012년 4월에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위치한 딜런 비치(Dillon Beach)에서 출발한 그는 계속 조깅을 하면서 118일 만에 뉴욕 링컨센터에 도착했다. 그가 달렸던 거리는 총 3.055 마일(약 4,916km)였다.


여기에 이해가 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코자는 달리기에 대해서 드로노바에게 절대로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얘기를 결코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왜 그녀에게 얘기하지 않았냐고요? 미친놈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요."라고 그가 답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얘기한다는 게 섬뜩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밖에도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 달린다고 말을 하지 않을 시에"라고 코자가 말했다. "희망을 계속 품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는 자신만의 비밀을 약 1년 동안 계속 간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에 그는 드로노바에게 838 마일(약 1,300km)이나 되는 영국 종주를 목표로 한 두 번째 달리기에 돌입한다고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날 밤에 문자를 보냈다.


코자는 여성들에게 순진한 편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연락을 받은 드로노바가 어떤 반응을 보여 줄 지 꿰뚫고 있었다.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뭐라고요? 그건 미친 짓이에요.'"라고 드로노바가 말했다. "그때 데이트는 형편없었고, 당신은 나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왜 저를 지금도 설득하려고 하는 거예요?"


슬라바 코자는 결국 영국 완주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는 프랑스도 조깅으로 종주를 했다.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는, 드로노바가 자신은 프랑스의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가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프랑스인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당신을 위해 달리는 것이니까 나도 프랑스에 간다."라고 그가 말했다. "지금 그 프랑스인이 뭐라고 말을 하던가요?"


프랑스를 홀로 달렸다고 해서 코자에게 마음을 주는 드로노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정 정도는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데 공헌했다.


"저는 그때 프랑스인 애인을 사귀고 있었는데, 저의 모든 애정을 그분께 드리려고 했지만, 그는 저와 다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라고 드로노바가 말했다. "그리고 그분이 아닌 이 남성은 저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내가 프랑스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에 혼자 와서 전역을 달렸잖아요."


 

2015년에 코자는 쿠바와 아일랜드를 홀로 달렸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드로노바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관심을 가져주었을 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외국에서 돌아올 때마다 미국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비누와 스킨로션(skin lotions)을 구입해서 줬다. 그녀가 식중독에 걸려서 병원에 잠시 입원했을 때에도 코자는 직장에서 연차를 써서 급히 응급실로 와주었다.


"이번에도 나타났어요." 드로노바는 말했다. "슬라바가 제 곁에 있고 싶다고 말을 했었을 때, 그는 진실된 의지를 보여준 셈이었어요."


2017년 5월 31일, 슬라바 코자는 5년 동안 지속되었던 자신만의 고유한 사랑 고백 방식이나 다를 바 없었던 대륙 횡단 달리기의 대장정을 마쳤다. 스위스 동부지역인 뮈슈타이르(Mustair)에서 출발한 후 310 마일(약 498km)을 달려 프랑스 국경과 맞닿는 서부지역에 도착했다. 드로노바는 그곳에서 코자를 기다렸다. 현지 로느 강(Rhone River)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그들은 마침내 첫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근처 레스토랑인 'La Virage'가 있는 조그마한 언덕으로 함께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강을 내려다볼 수가 있다.


코자의 무릎은 부상을 입었고, 발은 퉁퉁 부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레스토랑 밖에서 그는 무릎을 꿇은 뒤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녀는 울었고,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답했다.


"저는 약간 흥분된 상태였어요."라고 프러포즈를 받은 그날 밤에 드로노바가 전화통화로 나에게 말했다. "저는 정말로 행복해요."


이제야 한 유명 발레리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성으로서, 슬라바 코자는 이제 더 이상 대륙 횡단 달리기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무용 수업을 받을 거라고 덧붙여 말한다.


"굉장했어요."라고 그날에 있었던 청혼에 대해 코자는 짤막히 얘기했다. "모든 아픔을 상쇄할 만큼이었으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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