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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Mar 04. 2016

02. Meet is Murder

Virginia Heffernan Feb 25 2016 NY Times

원문 : The War on Meetings


올해 초, 태양빛으로 물든 스프링(Spring)의 사무실에서 옥타비안 코스타체(Octavian Costache)는 새롭게 만들어 겉이 번쩍거리는 부엌 근처에 서 있었다. 스프링은 뉴욕 맨해튼의 플랫아이언 지구에 있는 쇼핑몰 스타트업으로써 최근에 꽤 성공적인 투자를 받아냈다. 코스타체는 이 기업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였는데, 주간 전체회의(all-hands meeting)에서 발언을 하고자 기다렸다. 나는 스프링에 경영 조언을 건네주는 컨설턴트로 지난 몇 달 동안 일을 해왔다. 오늘은 컨설턴트로서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코스타체가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첫날이기도 했다. 나는 흥분되었다. 루마니아 태생의 올해 34세인 코스타체는 전직 구글러로서 지메일의 'multiple inbox(여러 개로 쪼개지는 메일받은함)' 서비스와 구글 지도의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 데 남다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코스타체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는 회의 자체에 대해 얘기하기를 원했다.


코스타체는 회의 시간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었다. 그는 회의를 좀도둑이라고 묘사했는데, 기쁨과 생산성, 그리고 심리적인 자유로움을 훔친다는 게 그의 이유였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구별 짓기'를 인용한 코스타체는 몇몇 직원들은 회의를 능숙하게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직원들을 '관리자들(Managers)'이라고 불렀는데,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주간 일정표의 빈 공간을 검은색으로 얼룩지게 만들어 최종적으로 포화 상태가 되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창작자들(Makers)'라는 직원들도 있다. 회의실에서 시의 적절치 않게 "동일화(sync)", "브랜드 연구(brand-lab)", 혹은 "분배(share-out)"라는 단어가 들리면 자신들의 행복감이 산산이 부서지는 시적 충만한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다. 창작자들은 관리자들처럼 인생을 살지 않는다. 그들은 "창작 시간(Maker hours)"을 요구하는데, 조용하고 그리 짧지 않은 오후 시간대이다. 그들은 보통 명상을 하거나 진리를 탐구하거나, 혹은 디지털 기기를 조립하거나 카르카손(Carcassonne)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한 그들은 풍부한, 혼자만의, 그리고 활기가 넘치는 시간을 요구한다. 폴 그레이엄의 공식에 따르면 창작자들은 쉬는 시간, 산책 등을 4시간 정도 하면 더욱 많은 성과를 거둔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각오한 이상 그들의 요구는 회의를 통해 간섭 없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레이엄의 "관리자들의 일정표"를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서 코스타체는 모자이크풍의 화려한 주간 구글 캘린더를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고 나서, 그는 창작자들의 요청 사항을 구두로 묘사하면서 스크린에 놀랄 만큼 멋진 새로운 주간 캘린더를 다시 띄웠다. 하얀 바탕에 부풀어 오르는 구름들이 가득 찬 모양의 캘린더였다. 마치 이것은 하늘(heaven)처럼 보였다.


그러자 회의는 갑자기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창작 시간은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느꼈던 모호한 감정이 예술가라는 자격이 새겨진 어른들의 두꺼운 외투와 잘 조화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Maker hours blend childhood summer-day vagueness with a thick coat of artistic entitlement). 회의가 끝나고 직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자 우리는 어떤 사실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우리 대부분은 관리자, 혹은 관리자를 사수로 둔 직원들인데 홀로 생각할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면서, 그저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엔지니어에게 전화로 코드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오늘날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제품, 디자인, 그리고 엔지니어 팀만이 일주일 가운데 단 하루의 창작 시간을 즐길 뿐이다. 창작자들의 일정표는 코딩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들의 특권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범위에는 찜 요리나 동영상 제작, 그리고 옥수수 껍질로 만든 인형 만들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핫도그를 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흔들리고 동요된 채로 회의실로 다시 복귀했다.


"회의"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기력을 소모시킨다. 평화롭게 모인다는 뜻의 자유(freedom)는 미국 건국에 있어 우선순위로 여길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자유로운 세계에서 일반 시민들은 애국심을 가지면서 한 자리에 모이곤 한다. 우리가 매번 예를 들듯이, 군대에 입대할 수도 있고 배심원단이 지켜보는 재판도 신청할 수가 있다. 그 대신, 사람들이 함께 모이도록 하는 정신(spirit)은 몇몇 전문직인 직종에서 낙담과 실망으로 끊임없이 변질되어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조직마다 하루의 업무 시간 가운데 약 15%를 회의에 소비하고 있다. 통신기업인 퓨즈(Fuze)가 그간 수집한 자료들을 대조한 결과, 미국 전역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크고 작은 회의가 무려 1천만 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회의 참여 피로감을 조사해서 수치로 계산하려는 계획과 딱 들어맞는다.) 또 다른 연구의 수수께끼 같은 계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회의" 때문에 한 해에만 370억 달러를 소모한다. 일련의 통계는 미국 기업들이 회의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을 실증한다. 나는 갑자기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과연 관리자의 일정표에는 지칠 줄 모르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파워포인트 신봉자들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고수한다. 회의는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동료 의식을 느끼거나 사무적인 외로움에서 도망치기 위한 방법으로써 말이다. 그렇다면 가려운 부분은 무엇일까. 전문직종에서 회의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뿐 아니라 업무와 직업의 외연과 똑같이 따라간다. 회사가 확장하면 할수록 회의는 더욱 많아진다. 회사의 직원수가 늘어나면 회의도 그만큼 늘어난다. (회사가 망하면 회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까?) 회의를 계획하고 장소를 섭외하며 토론과 논의를 진행하면서 당신은 경력을 쌓을 수가 있다. 회의를 하지 않거나 면제된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가 없다. 회의를 견딜 수는 있다. 하지만 회의를 피할 수는 없다. 혹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것과 관련해서 영리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한 번 알아봤다.



본래 IT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상위층 사람들은 이케아 가구 조립부터 이성(동성) 교제까지 모든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권력을 품고 있는데, 최근에는 회의 방식까지 조작하려고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자 코스타체의 영감을 준 사람은 바로 폴 그레이엄이다. 영국 출신의 프로그래머이자 칼럼니스트인 그레이엄은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를 창립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에 위치한 이 기업은 스타트업에 경영 조언을 제공하거나 투자를 한다.


지난 2009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자신의 에세이에서 그레이엄은 "약속은 전혀 없고 하루 온종일을 자신의 업무에만 매달리는 상상만 하더라도 당신의 기분은 매우 좋지 않을까?"라고 운을 뗀 뒤에 "다시 말해서, 상황이 그렇지 못할 시에는 이것과 부합하여 당신의 기분은 울적해질 것"이라고 서술했다. 상황에 따라 울적해진다는 것은 내가 요사이 참석한 회의에서 자주 목격한 사람들의 얼굴을 멋지게 묘사한 구절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는 폴 그레이엄에게 7년 전에 강조했던 관리자와 창작자 간의 분리를 지금도 믿고 있는지를 이메일로 물었다. 그는 "물론 저는 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무뚝뚝한 영문 산문체의 글귀로 답장을 보내왔다. "그 에세이를 쓴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러고 나서 그레이엄은 자신이 꿈꿨던 이상적인 회의 체계를 묘사했다. 이것은 마치 유쾌한 판타지를 상기시키는 것과 같았다. "회의 참석 인원수가 4~5명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각자가 서로를 잘 알아야 하고 믿어야 해요. 미결 안건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재빨리 진행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점심을 먹는 등 딴짓을 해도 됩니다. 프레젠테이션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 누구도 동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 모두가 회의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하거든요."


폴 그레이엄의 미니멀리즘에 근거한 회의 접근법은 브라이언 로버트슨(Brian Robertson)이 주창한 그것과 완전한 차이점을 지닌다. 로버트슨은 '홀라크라시(Holacracy)'라고 불리는 소문이 자자한 경영 기법을 개발한 사람인데, 여기서 말하는 홀라크라시는 강력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회의를 통해 소수의 경영진을 제외한 직원들이 가능하면 모든 언행을 상호 작용을 거치도록 유도하고, 그들 스스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자신을 "회생하는 C.E.O(recovering C.E.O.)라고 자칭한 그는 지난 2009년에 '홀라크라시 헌장(Holacracy Constitution)'을 발표한 바 있다. 그때는 대형은행들의 대거 파산 등 기업 구조에 대한 심각한 회의주의가 꽤 설득력을 얻고 있던 시점이었다.


브라이언 로버트슨의 저서인 "홀라크라시: 급변하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경영 체계(Holacracy: The New Management System for a Rapidly Changing World)"에서 매혹적인 이론 하나를 제시했다. 조직 내 소수파들이 다수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필요한데, 기업은 반드시 이때 "진화하는 유기적 조직체(evolutionary organisms)"의 구실을 다하면서, 너그럽고 정밀한 인상을 줘야 한다. 위계질서에 기초한, 매우 딱딱한 조직 행태는 과거의 산물이라고 여기면서, 이것을 언제든지 버려야 한다는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파괴적인 기술을 습득한 어린 직원들로 꾸린 소규모의 민첩한 팀으로 바꾼다. 로버트슨의 이러한 주장은 스타트업에 있어 한 편의 동화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창업가들은 홀라크라시를 좋아한다. 특히 자포스(Zappos)의 CEO인 토니 셰이(Tony Heish),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이자 온라인 출판 플랫폼인 Medium.com을 창업한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대표격이다. 


홀라크라시 체계는 '서클(Circle)'이라 불리는 작은 팀을 기초로 한다. 각각의 서클들은 주 1회, 혹은 주 2회 정도 최신 정보의 경과나 추이를 알아보는 전략 회의(tactical meeting), 그리고 격주, 혹은 격달마다 관리 회의(governance meeting)를 한다. 관리 회의는 보통 1) '체크인(Check-in)'으로 시작하는데,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홀라크라시 책의 글귀에 따르면) "참석자들 모두가 기분전환을 위해 큰 소리로 떠들면서 회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의견을 표명한다.


아마 짐작컨대 사람들은 "사무적인(administrative) 것과 실행(logistical)과 관련된 것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아니면 임의적으로 개인적인 사안을 소리 질러 말할 것이다. 홀라크라시의 전형적인 회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주제는 "조는 일찍 떠나야 한다.(Joe needs to leave early)"로 예를 들어보자. (추상적인 예시들은 회의-개선 담론(meeting-refrom discourse)에서 일반적이기 때문에 조의 일정 관련된 제약은 오늘날 회의에 있어 실제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사실에 의거한 예시를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다.) 조는 일찍 떠나야 하는가, 아니면 정시에 떠나야 하는가?


체크인 다음에는 2) '갈등(Tension)'이라는 단계가 있다. 갈등을 촉발시키는 모든 사안을 올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회의 참석자들은 다음 단계인 3) 질의를 명시하기(Clarifying Questions)를 통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동료들이 질문을 할 때 자신만의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반응은 후속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때 회의 조력자는 골치 아픈 일을 해야 하는데, 주제와 관련된 질문과 의문사로 가장한 쓸데없는 장광설을 구별할 수 있는 적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마침내 이 단계서 4)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유롭게 지껄인다. 사람들의 갖가지 다양한 반응도 이끌어낸다. 여기에는 심판 같은 사람도, 중재를 하려는 사람도 없다. "지적 비평부터 감성적인 폭발까지 수많은 반응을 환영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5) 수정 및 명확화(Amend and Clarify) 단계로 진입한다. 그리고 핵심 의제인데도 뜻이 불분명한 사안들이 존재하지 않도록 열렬한 6) 반대(Objection) 과정이 곧바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 다음 7) 통합(Integration) 단계를 거치는데, 반대 과정도 계속 존재한다. 이전  수정 및 명확화 단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반대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단계에서 숨어 있었던 8) 반응(Reaction)도 이제 막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9) 마무리(Closing) 단계로 들어간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최종 의견과 반응을 언급하고 서로 공유한 뒤, 다음 회의를 좀 더 효율적을 진행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끝나면 아주 확실하게 "더 이상 토론 불허"라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얘기가 남은 사람은 자신이 혹여 아데랄 중독자(Adderall Poisoning)가 아닌지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 홀라크라시 형식의 회의 진행은 불협화음에 부딪힌 조직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에게 제약을 가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때때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사람들 모두가 귀에 거슬릴정도로 소란스럽게 얘기를 주고받는다면 끝에 가서는 서로 결속을 다질 수 있다. 하지만 고대 때부터 내려온 인간의 습성을 단번에 바뀌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작년 가을 로저 하지(Roger Hodge)가 [더 뉴 리퍼블릭]에 기고한 글에서 자포스의 직원들은 2013년부터 홀라크라시 형식을 회의 시간에 적용한 바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갑자기 멈췄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이 서클 회의 시간 때마다 겁을 먹으며 몸을 숙인 채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서클에서 목소리를 높에 의견을 말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혹시나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저의 의견을 반대하거나 불평만을 말할 것 같아서요." 회사 게시판에 자포스의 한 직원이 실명으로 올린 글이다. 


권력 구조, 아니면 사람들 간에 아주 다루기 힘든 역학 관계가 히피족 같은 멋진 삶을 사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 구석구석 스며드는 게 가능할까? 이것은 지난 1960년대의 코뮌 운동(commune movement), 아니면 프랑스의 68 혁명에서 나타난 결과와 비슷해 보인다. 홀라크라시 정책을 적용한다는 발표 이후 자포스의 전체 직원들 가운데 18%인 250명 정도가 작년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 토니 셰이는 임직원 유출의 원인을 홀라크라시가 아닌, 매우 관대한 퇴직금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을 (직무나 교양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독립된 역할로 나눈다는 점에서 폴 그레이엄의 아이디어는 조직 내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홀라크라시와 확연한 차이점을 지닌다. 하지만 특별한 직원들, 자신을 창작자로 여기는 사람과 자기표현을 할 때 잘난 척(florid)을 과도하게 쓰는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에는 우선권을 양보해야 하는데, 두 부류 다 한 가지의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예술가적 취향을 지니고 있고 매우 변덕스러운 기질을 보인다. 이렇듯 예술을 지향하는 체계는 옛날 것과 한치도 틀림없이 위태로운 사회적 계층에 있어 새로운 형태를 구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주 최근에는 냉정한 회의 개혁론자(meeting reformer)가 등장했다. 힘들고 단조로운 일을 과감히 배제하고 회의의 유용성과 직원들 간의 우정을 계속 보존하는 자신만의 체계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이고, 조직 내에서 직원들끼리 원활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도우면서 메신저와 갖가지 디지털 파일 공유를 편안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협업 도구인 '슬랙(Slack)'을 창업자 겸 최고경영책임자다. 슬랙이 2013년에 성장세를 기록함에 따라 창업자와 몇몇 임원진은 자신들이 만들고자 했던 기능에 대해 대대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사용자는 로그인을 한 후 채널에 접속한 다음, 업무의 실타래를 놀랄 만큼 편안하고 즐겁게 풀 수가 있다. 슬랙 안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대화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와 똑같은 기능을 내포한다. 당신이 만약 메시지를 보내거나, 특정 문장을 반복하거나 링크를 건다면, 인터넷 초창기 시절의 채팅방과 비슷한, 아주 고무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능과 별개로 버터필드는 슬랙이 회의 형태의 대변혁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한 기업의 대표자로서 버터필드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슬랙은 사용자 조직들로 하여금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동시적인, 그리고 비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일반적인 오프라인 회의보다도 더욱 지적인 생각을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시성(synchronous)과 비동시성(asynchronous)"라는 개념을 가지고 버터필드는 오프라인 회의(참석자들은 동료들의 의견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동시적인 상황)가 아닌 이메일(비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슬랙이 대체한다는 널리 퍼진 고정관념을 아주 조용히 바로잡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슬랙에서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자료가 가득한 회의를 하는데, 이때 소정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중요한 점은 회의 참여자 모두(일찍 떠나야 했던 조도 포함되어서)가 회의의 전체적인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가 있다. 또한 추후에 다시 볼 수 있도록 회의에서 나왔던 질의나 결론 내용도 기록 가능하다. 슬랙의 슬로건은 "덜 바빠지자(Be less busy)"이다.


슬랙을 지지하는 기업이 하나 있다. 언더아머(Under Armour)는 미국의 스포츠 의류 및 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써 회의용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채택하기로 최근에 관련 지침을 정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직접적인 실제 회의를 폐지할 수 있다는 점이 비제이 라그후나탄(Vijay Raghunathan)의 이목을 끌었다. 언더아머의 부회장이자 엔지니어 팀을 이끄는 라그후나탄은 직원들이 여러 곳에서 근무하고 소규모 사무실이 많은 기업 입장에서 슬랙은 하늘이 준 선물인 동시에 사실상 실제 회의실과 다를 바 없는, 매우 탄력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회의 내내 '말장난'을 하거나 쓸데없이 '농담 따먹기'만 하는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레크리에이션 전용 채널로 단번에 보내버린다. 회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채널로 옮겨진 직원들을 보통 "너구리 새끼(raccooning)"라고 부른다. 자기 자신이 너구리 새끼가 되었다는 것은 그래도 조금은 '쿨'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유치장들은 보통 회의나 업무와는 동떨어진 주제들로 가득하다. 말장난부터 아이 육아, 강아지 키우기 등등 수십 가지의 독특한, 그리고 특별한 취미나 관심사가 존재한다.



"우리 회사가 더욱 결속(결합) 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라고 라그후나탄이 말했다. 그는 슬랙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로 중요한 의사를 빨리 결정하는 것 대신 직원들 간의 결합(결속력)이 효율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선택했다. 슬랙의 자체적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슬랙을 애용하는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오프라인 회의를 무려 25%나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매우 좋은 결과다. 다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악수를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함께 빵을 먹거나, 서로 포옹을 하면서 상대방과 결속을 다지는, 이른바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결과다. 불완전한 자세로 서 있으면서 그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연신 쳐다보고 바로 옆자리 책상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온라인으로 말을 건네는 행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슬랙은 오프라인 회의를 대체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코스타체는 일언지하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화 통화로 나는 그에게 슬랙의 가능성을 물었다. "그냥 음료수 마시는 곳을 대체할 것 같긴 해요. (원문에는 water cooler라고 나오는데, 사무실 직원들이 예컨대 음료수 마시는 곳 근처와 같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사를 헐뜯는 곳을 가리킨다.) 그 순간 나도 스프링 사무실의 더치커피 마시는 곳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더치커피 원두가 보관된 통 주위에 직원들이 가끔 모여서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기억났다. 이미 슬랙은 음료수 마시는 곳의 기능을 대체한 것처럼 보였다. "말에 얹는 안장(saddle)을 팔고 싶은 사람들은 승마용 말을 대외적으로 홍보합니다. 슬랙은 자사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 회의 형태나 회의 장소에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물어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회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회의 자체를 금해야 되나? 


코스타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창업 동료들인 티쉬 형제(데이비드와 앨런)와 함께 스프링을 10억 달러 짜리 사업체로 발전시키기를 대단히 열망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는 자신의 조국인 루마니아로 돌아가서 "자비심 많은 독재자(benevolent dictator)"로 활약할 것이다. 아마 당신은 그가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옆에서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 부분에 대해 급진주의자가 아니에요." 마침내 코스타체가 말했다. "사람들과 실제 만나서 하는 회의에는 수많은 가치가 들어가 있어요. 저희 엔지니어 팀이 앞으로 2주 동안 무엇을 설계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회의 없이 진행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우선 저랑 몇 명의 선임급 엔지니어 동료들과 함께 파이썬 코드를 기본으로 한 구조적인 선택사항을 논의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폼으로 나오는 게 제일 좋을지도 얘기해봐야겠죠. 한 사람, 한 사람씩 피드백도 받아야 하고요....." 코스타체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회의시간에 오고 가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 막대합니다. 마치 정보가 흐르는 것 같아요. 소중하고 중요한 회의일수록 저희는 정보의 강에서 수도 없이 강물을 떠다 가져옵니다. 회의를 하면서 한 동료는 잠시 주제에 벗어난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고, 또 다른 동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더욱 충실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회의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포도주 통(pipe)과 비슷해서 풍부함이 그 어떤 것보다도 다릅니다. 슬랙에서는 실행시키가 어려운 과정이죠." 


코스타체의 문맥을 따져 보면 회의는 사치품(luxury goods)처럼 들린다. 뉴욕의 허드슨 강이나 인도의 갠지스강을 마음속에 그려볼 때마다 무미건조한 회의실은 내 기억에서 점차 사라진다. 


나는 코스타체 특유의 표현방식으로 되물었다. "쓸데없는 걸 솎아내고 중요한 것만 압축해 놓은 하나의 파일과 대비되는 고(高)대역폭 정보와 비슷한 것인가요?(Is it like high-bandwidth information versus a file that's compressed and thinned out?)"


"아니에요. 당신은 지금 디지털적 접근만 하고 있어요. 우리는 흐름이라는 다른 방법을 쓰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물방울이 조금씩 조금씩 흘러내리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잖아요. 저는 아날로그식의 비유 쓰는 걸 좋아해요. 아마도 슬랙은 실제 회의에 반하는 일종의 모스 부호(Morse code)인 것 같네요. 우리는 말을 더욱 많이 하고요, 슬랙 사용자들은 더 많이 글을 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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