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M. 크리스텐센 / 2010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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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을 출간하기 전 인텔 회장이었던 앤디 그로브(Andrew Grove)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았다. 그는 ‘disruptive technology’(와해성 혁신 기술이라는 뜻. 업계를 완전히 재편하고 나중에 그 시장 대부분을 점유할 만한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에 관한 나의 초기 논문들 중 몇 편을 읽었다면서 자신의 질의에 답변을 해줄 수 있는지, 또한 나의 연구가 인텔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를 물어봤다. 흥분한 나는 곧바로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제 때에 도착해서 그들 앞에 섰는데 그로브는 “지금부터 시작하시죠. 당신에게는 10분이 있습니다. 당신의 연구 모델이 인텔이라는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분이 필요하기에 나는 안 된다고 답했다. 왜냐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인텔에 대해 그 어떤 얘기도 의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분 동안 설명하는 도중 그는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봐요, 나는 그 모델을 잘 알고 있어요. 단지 인텔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알려달라니까요."
나는 IT 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철강산업에서 ‘disruptive’ 프로세스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10분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그로 인해 그로브와 그의 부하들이 이론의 작동 방식을 능숙히 이해할 것임을 천명했다. 나는 뉴커(Nucor)와 여타 다른 중소규모 철강 기업들이 로우 엔드(Low-end) 제품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서 나은 결과를 이뤄냈는지를, 또한 전통적인 철강 기업들을 약화시킴으로써 하이 엔드(High-end) 시장에까지 어떻게 진출했는지를 얘기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그는 “알겠습니다. 또 인텔에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라고 말하면서, 셀러론 프로세서 사업의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 시장에 갓 진입한 인텔의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 후 나는 이 만남을 백만 번 이상 회고하고 또 회고했다. 만약 앤디 그로브에게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얘기했더라면,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나의 판단은 자기 자신에게도 옳은 선택이었음을 인정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심오한 통찰을 가져다줬다. 대중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어볼 때 나는 답변을 직접 말해주지 않는다. 그 대신 나의 이론 모델을 밑바탕해서 질문을 회자시킨다. 내 모델에서 작동 방법이 전혀 다른 산업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겠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의 질문에 나보다 더욱 고무되어 답을 찾을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 이하 HBS)에서 내 강의는 학생들이 무엇이 좋은 경영학 이론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이론을 실체화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학생들이 혁신과 발달을 유도하는 일반관리자의 업무의 여러 스펙트럼을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다른 모델이나 이론을 덧붙이기도 한다. 매 수업마다 우리는 이러한 렌즈를 통해 기업을 관찰한다. 이론은 그 회사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려주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관리업무는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하는데 유용하다.
수업 마지막 날에 나는 학생들에게 이론의 렌즈를 본인에게 적용시켜 다음과 같은 3가지 질문에 설득력 높은 답변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첫 번째, 내 직업으로 인해 행복할 것이라 확신하는가? 두 번째, 배우자와 가족 친지와의 관계가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하는가? 세 번째, 먼 훗날 내가 감옥에 가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가? 마지막 질문이 이상할 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로즈 장학생 동기 32명 중 2명이 감옥에 갔다. 엔론 사태의 주범이었던 제프 스킬링은 HBS에서 내 친구였다. 그들은 훌륭한 친구였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그들을 꿰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I came to business school knowing exactly what I wanted to do—and I’m leaving choosing the exact opposite. I’ve worked in the private sector all my life, because everyone always told me that’s where smart people are. But I’ve decided to try government and see if I can find more meaning there.
“I used to think that industry was very safe. The recession has shown us that nothing is safe.”
Ruhana Hafiz, Harvard Business School, Class of 2010
Her Plans: To join the FBI as a special adviser (a management track position)
“You could see a shift happening at HBS. Money used to be number one in the job search. When you make a ton of money, you want more of it. Ironic thing. You start to forget what the drivers of happiness are and what things are really important. A lot of people on campus see money differently now. They think, ‘What’s the minimum I need to have, and what else drives my life?’ instead of ‘What’s the place where I can get the maximum of both?’”
Patrick Chun, Harvard Business School, Class of 2010
His Plans : To join Bain Capital
“The financial crisis helped me realize that you have to do what you really love in life. My current vision of success is based on the impact I can have, the experiences I can gain, and the happiness I can find personally, much more so than the pursuit of money or prestige. My main motivations are (1) to be with my family and people I care about; (2) to do something fun, exciting, and impactful; and (3) to pursue a long-term career in entrepreneurship, where I can build companies that change the way the world works.”
Matt Salzberg, Harvard Business School, Class of 2010
His Plans : To work for Bessemer Venture Partners
“Because I’m returning to McKinsey, it probably seems like not all that much has changed for me. But while I was at HBS, I decided to do the dual degree at the Kennedy School. With the elections in 2008 and the economy looking shaky, it seemed more compelling for me to get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public and nonprofit sectors. In a way, that drove my return to McKinsey, where I’ll have the ability to explore private, public, and nonprofit sectors.
“The recession has made us step back and take stock of how lucky we are. The crisis to us is ‘Are we going to have a job by April?’ Crisis to a lot of people is ‘Are we going to stay in our home?’”
John Coleman, Harvard Business School, Class of 2010
His Plans : To return to McKinsey & Company
학생들이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고자 서로 논의할 때, 그들의 삶에 대한 결정을 도와주는 데 있어 내 강의의 여러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알려주고자 나의 인생을 공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로써 작용 가능할 게다.
‘내 직업으로 인해 행복할 것이라 확신하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뛰어난 영감을 제공하는 이론 중 하나는 바로 프레데릭 헤르츠버그(Frederick Herzberg)의 사상인데, 그는 우리 삶에서 강력한 동기 부여는 ‘부’가 아니라 배움의 기회, 책임 의식, 타인을 향한 협력, 인정받는 성과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내가 학교로 오기 전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하면서 느꼈던 여러 비전을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어느 날 아침이었던가. 임원진 중 한 명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부심을 가지며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시간이 지난 후, 좌절하면서 비참한 마음을 가지고 퇴근하는 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녀의 낮아진 자부심으로 자식들과의 관계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더불어 생각해봤다. 마음속 한편에 있었던 나의 비전은 그 날이 아닌 또 다른 날로도 넘어갔다. 이번에는 그녀가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 많이 배우면서 가치 있는 것을 이뤄냈다는 성취를 얻은 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요한 추진업무를 진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한층 고양된 자부심을 가진 채 퇴근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론 : 만약 잘 이뤄낸다면, 경영은 직종 가운데 가장 고귀하다. 그 어떤 다른 직종(직업)도 타인이 공부하거나 성장하게끔 도와주고, 책임의식을 길러내고, 성취에 대한 인정을 받으며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여타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수의 학생들이 시장에서 경력을 사고팔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한 채 MBA에 진학한다.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래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훈육시키는데서 촉발되는 매우 심오한 보상을 주지 못한다. 나의 학생들이 이 점을 알고 강의실 밖으로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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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인 ‘배우자와 가족 친지와의 관계가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하는가?’라는 질의에 답변을 제공하는 이론적 틀은 전략이 어떻게 정의되고 실현되는가와 관련이 높다. 조직 내 경영진의 투자 전략과 주요 추진업무에 따라 이론적 근거의 영향을 주는 영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만일 기업의 자원배분 프로세스가 명확히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경영진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다양하다. 기업 내 의사결정 시스템은 매우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투자 회수를 하도록 추진업무에 대한 지원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한 업무에 덜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나는 HBS 1979년 동기들의 운명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동창회에 나온 사람들 대다수가 행복하지 못한 채 이혼을 당하고 자녀들로부터 소외를 느꼈다고 실토했다. 나는 이들 중 그 누구도 이혼과 자식들과의 소외감을 미리 예감한 채 졸업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은 그러한 진행을 몸소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자신의 재능, 시간,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지를 인생의 목적에 최우선적으로, 중심적으로 두지 않았다.
HBS가 전 세계에서 선발하는 최우등 학생 9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의 인생 목표에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나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들에게 HBS 재학 기간이 아마 인생의 목표를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라고 귀띔해준다. 졸업하고 나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을 거라면, 그것은 바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일 게다. 그 이유는, 인생은 점점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집을 구입할 때 대출받은 상품의 이자를 꼬박 갚아나가야 하고 1주일에 7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며 자신의 옆에는 식솔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나한테 인생의 목표를 명확히 구체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그리고 매우 열심히 생각해봐야 할 종류이다.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때 나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1년 이상이나 걸릴 교과과정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매일 밤 1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왜 이 세상에 나를 태어나게 하셨는지'를 알기 위해 나는 읽고, 생각하고 기도했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다. 단 1시간만이라도 계량경제학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학업이 끊길 수 있을 단점에 대한 갈등도 하긴 했으나, 나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것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었다.
회귀분석에 있어 자기 상관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이론을 공부하는데 1시간을 소비했다면, 내 인생은 잘못되었을 것이다. 연간 계량경제학 도구와 이론을 종종 사용하긴 하지만 인생의 목적을 위한 나의 지식은 매일 사용한다. 이는 내가 공부한 것 가운데 가장 유용한 단일 지식이다. 학생들에게 인생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시간을 소비하게끔 요구한다면, 훗날 아마 이것은 HBS에서 취득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음을 회고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에게 말한다. 인생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방향타 없이 항해하는 거나 다름없다. 또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흔들릴 수도 있다. 인생 목표를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행위는 활동 기준 원가(activity-based costing), 균형성과평가(balanced scorecards), 핵심역량(core competence), ‘disruptive innovation’, 4P 이론(the four P’s), 5 역장 이론(the five forces) 보다 더욱 으뜸이다.
나의 목표는 종교적 신념 이상이다. 신념이 대중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유일한 척도는 아닐 게다. 예를 들어서 나의 제자는 조국에 정직성과 경제적 번영을 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그가 했던 것처럼 후세의 아이들도 자신을 따라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들 간에 유능하도록 헌신적 양육을 도모한다. 그의 목적은 나와 똑같이 가족이나 타인을 향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업의 선택과 성공적인 추구는 여러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생 목표가 부재한다면 자칫 인생은 공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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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시간, 에너지, 재능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고민은 당신 인생의 전략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을 경쟁적으로 요구하는 여러 ‘비즈니스’를 나는 가지고 있다. 나의 배우자와 보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하며 훌륭한 자식들을 키워내고자 하고 지역사회와 교회에도 공헌을 하기를 원한다. 기업이 직면한 문제들도 내 인생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나에게는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 및 재능이 있는데, 이들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투입해야 하는가?
배분하는 과정은 당신이 과거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좋은 방향이 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기회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자원을 잘못 투자했을 경우 결과는 끔찍하다. 우발적으로 공허한 인생에 매진한 내 동기들을 보면 그들의 문제는 오직 미시적인 관점에만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단정 내릴 수 있다. HBS 졸업생들을 포함해 경제적인 성공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30분 추가시간이나 1온스의 추가 에너지를 가졌다면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현실적인 성취를 이룩하기 위한 활동에만 투입할 게 뻔하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력은 계속 우리가 앞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는, 일종의 구체적 증거로써 산출된다.
아마 당신은 제품을 배에다 싣고, 디자인을 끝내고, 발표를 마치며, 판매를 마감하고, 강의를 하거나 논문을 발표하고 보상을 받거나 승진을 할 것이다. 대조적으로, 당신의 배우자나 자식들과의 관계에 있어 그와 똑같은 재능과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성취감을 안겨다 주지 않는다. 10대 시절의 아이들은 언제나 그릇된 행동을 한다. 이들이 20세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자식 하나 잘 키웠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당신은 배우자와의 관계를 무시하는 가운데 결과가 일일 단위로 쇠퇴해져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없다. 성공에 집착하는 이들일수록 가족에 덜 신경 쓰고 일에는 더 많이 신경 쓰는 경향이 높다. 비록 가족과의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관계가 가장 강력하면서 지속 가능한 행복의 주요 원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을 하면서 직면하는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공부하다 보면,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에서만 노력을 쏟아 붓는 반복적인 경향을 포착할 수 있다. 이론적 렌즈를 통해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아마 동일한 형태를 관찰하게 된다. 사람들은 한 때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점점 더 적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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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의에는 ‘협동 도구(Tool of Cooperation)'라는 중요한 모델이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자가 최고의 인물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겨냥한다. 물론 불명확한 미래를 예리하게 내다보는 것과 기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칫 수정 가능한 리스크를 도표화하는 것은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새로운 방향으로 회사가 나아가도록 정리하고, 자칫 협업이라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위는 그와 전혀 다르다. 필요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도구를 사용 및 결정하는 것은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스킬이다.
이론은 이것을 두 차원으로 분류한다. 사업에 참여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조직 내 구성원들의 누구까지 동의를 구해야 하는가? 어떤 활동을 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까지 동의를 구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차원에 합의가 없을 시 당신은 협업을 강제로라도 이룩하려면 ‘강력한 도구’, 이를테면 협박이나 처벌 등을 사용해야 한다. 많은 회사 창립 임원들은 무엇이,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순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안다. 직원들이 자신의 과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성공하면 그때부터 경영적인 합의가 저절로 따라온다.
MIT 대학의 에드가 슈아인 교수는 이 과정을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라 명명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직원들은 업무 방식과 성공의 관계를 잘 모른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명확한 선택에 따르기보다는 직관과 가정에 근거해 일을 한다. 아마 이것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행위의 총칭이다. 문화는 무언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증명되거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리고 이것에 의해서 조직 구성원들이 반복 노출되는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화는 당면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문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문화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배우자와 가족 친지와의 관계가 지속적인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하는가?’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이 모델을 사용한다면, 학생들은 아마 부모가 자녀의 협력을 얻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간단한 도구임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자식이 10대 이상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강력한 도구가 없다는 점을 또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모는 자식들 서로가 존중하고 자신들을 따르며 올바른 행동을 선택하는 가정 문화를 함께 이룩하기를 원한다. 가족은 회사처럼 문화를 가진다. 이러한 문화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만일 당신의 자녀가 높은 자부심과 함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재능을 가지기를 원한다면, 고등학교에서 마법처럼 쉽게 체득은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가족 내에서 미리 재능을 도출시키는 문화를 고안해 내야 한다. 그리고 매우 빠른 시기에 결정해야 한다. 직원들처럼 자녀들은 어려운 일을 직접 체험하면서 무엇이 효과적인 방안인지를 몸소 체득한 다음 높은 자부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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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재무관리와 경제학에서 대체 투자계획을 평가할 시 매몰원가와 고정원가는 무시하고 각 투자계획이 앞으로 수반할 추가적인 비용과 수익에 기초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배운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원칙이 회사로 하여금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는 대신 과거의 성공만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성도 배웠다. 미래와 과거가 똑같다면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옳다. 그러나 미래가 과거와 다르다면(항상 그래 왔다), 이 접근 방식은 옳지 않다.
이 이론은 내가 학생들과 논의하고픈 세 번째 질문인 ‘자신이 감옥에 가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가?’에 연결된다. 종종 우리는 옳고 그름을 선택할 때 추가 비용 원칙을 사용한다. 그때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래, 맞아.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안 된다고 확신하지만 상황이 그리 쉽지 않을 때 이번 한 번은 괜찮을 거야”라고 들려준다. "이번 한 번은"이라는 생각은 무언가 잘못했을 때 드는 추가 비용을 매혹적으로 낮게 보여준다. 이러한 매혹은 당신을 빨아들이고, 최종적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수반되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증상에 존재하는 불성실과 위선에 대한 정당화는 “이번 한 번만은”이라는 추가 비용의 경제학에 포함돼 있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잠재적 해악을 내가 어떻게 깨달을 수 있었는지를 관련해서 일화를 하나 알려주고자 한다. 예전에 나는 옥스퍼드 대학 농구팀 일원이었다. 우리는 열심히 운동했고 다행히 시즌을 무패로 끝마쳤다. 팀 동료들은 내 인생 최고의 팀원이었다. 우리는 NCAA에 해당하는 영국 대학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리고 준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 결승전은 일요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16살 이었을 때 앞으로 주일에는 절대로 대외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코치에게 내 문제를 얘기했다. 단연코 그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나는 팀의 주축 선수이자 주전 센터였기 때문이었다. 팀 구성원 모두가 나에게 다가와 “네가 뛰어야 한다. 이번 한 번만 그 서약을 어기면 안 되겠니?”라고 물었다. 나는 독실한 종교인이었다. 그래서 팀에서 도망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도했다. 절대로 맹세를 어기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나는 결승전에 출장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는 아마 미세한 결정일 게다. 내 삶의 수천 번의 주일 중 하나의 해프닝이니깐. 그때 한 번만은 용인할 수 있고 다음번에는 절대로 어기지 않겠다는 것이 설명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뒤돌아 회상해볼 때 “어려운 환경이니 만큼 이번 한 번만은 넘어갈 수 있을 거야”라고 추론하는 유혹에 즉각적으로 저항하는 내 심정은 매우 중요한 결정 중 하나였다고 본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내 삶은 끊임없는 어려운 환경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시 내가 ‘선’을 넘었다면 그 이후에도 편안히 계속 그랬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획득한 교훈은 원칙을 100% 지키는 게 98% 지키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예전 동기들처럼 당신이 만약 당신이 추가 비용 이론에 근거해 “이번 한 번만은 괜찮겠지..”라고 행동한다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된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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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내 단과대학에서 '겸손(humility)'에 관련한 강의를 요청받았을 때 나는 이러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 전원에게 겸손한 자세를 갖출 것을 요청했다. 겸손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은 바로 매우 높은 수준의 자부심(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좋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겸손이 자신을 부정하는 행동 및 태도로 정의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데서 나타나는 일종의 존경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덧붙여 알 수 있었다.
겸손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행위의 의지는 선행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이를 매우 존경한다면 그로부터 무언가를 훔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거짓말도 할 수가 없다.
겸손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최고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당신보다 더욱 현명하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부모, 선생님, 직장 상사)의 지원 아래서 당신의 학업은 계속 이뤄졌을 게다. 그러나 이곳의 최고 학위과정을 끝내면, 매일 접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당신보다는 그리 현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태도가 오직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계속 배움을 받겠다는 것이라면 많은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을 위한 배움의 기회는 제한이 결코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신은 자기 자신을 좋게 생각해야만 겸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주변인들을 도울 의지도 가질 수 있다. 종종 타인에게 폭력적이고 거만하며 야비하게 행동하는 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주로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나 자긍심, 혹은 자부감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 때는 타인이 자신을 좋게 느끼고 있음을 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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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내 인생이 의도한 바와 달리 짧게 끝낼 여지가 존재한다. 고맙게도, 그 결과는 내게 여분의 인생을 의미한다. 그 경험은 내 인생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제시했다. 내가 만든 이론들이 기업의 수익 창출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암에 직면했을 때 그러한 영향이 아무런 슬모짝 없다는 점을 깨달은 뒤 나는 매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생각에,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재는 잣대를 ‘돈’이 아닌 내가 접촉한 '개개인'이라고 설정하셨나 보다.
나는 이러한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다고 말하고자 한다. 당신의 취득한 개인적 명성을 절대로 걱정하지 마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만든 주위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라. 나의 마지막 충고는 바로 이것이다: 당신 인생이 판단될 잣대를 미리 생각하라. 그리고 매일 살아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라. 그러면 종국에는 당신의 인생은 성공적이라고 판명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