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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Mar 22. 2016

DeepMind: Google's Super-Brain

David Rowan, 22 June 2015, Wired

원문 : DeepMInd: inside Google's super-brain


인공지능의 미래는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라는 게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게임 시작부터 상대편 에일리언들은 일방적으로 사용자를 살해했다. 게임 세 판동안, 에일리언들은 우리의 레이저 대포를 몇 초만에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30분 정도가 지나자 머뭇거리기만 했던 사용자는 게임의 리듬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공격 및 수비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결국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쉴 틈 없이 밤을 새워가기까지 하면서, 단 한 발의 총알도 사용하지 않으며 에얼리언들을 모조리 파괴해버렸다. 공격을 하는 도중 간간이 적국의 모함(mother ships)을 따내면서 보너스 점수도 얻었다. 이로 인해서 이 사용자는 단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제일 잘 하는 게이머로 발돋움했다.


이 사용자는 사람이 아니다. 이 사용자는 딥마인드(DeepMind)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GPU에 기초한 알고리즘이다. 간단하게도 가장 높은 점수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 입력된 이 알고리즘은 1초당 3만 개의 픽셀 데이터를 입력받는다. Q 네트워크(Q-Network)라 불리기도 하는 이것에게 주어진 또 다른 미션은 '브레이크아웃(Breakout)'이라는 퐁(Pong)과 비슷한 벽돌 깨기 게임이었다. 게임 이용자는 아래쪽 공을 튀겨서 무지개 빛깔의 벽돌들을 하나둘씩 차례대로 깨부수어야 한다. "초반 30분 동안 게임을 100번 정도 했는데 결과가 정말로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알고리즘은 자신의 막대기를 공 쪽으로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점을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38살의 인공지능 전문가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말했다. "1시간이 지나고 난 뒤 알고리즘은 양적으로 좋아졌지만, 그리 영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자 엄청 빠른 속도로 나오는 공도 다 튕길 정도로 매우 높은 실력을 갖춰나갔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지 4시간쯤이 넘어가니까 알고리즘은 최적화된 전략을 스스로 수립했는데요, 초인적인 정확도로 벽의 양쪽 끝에 터널을 뚫은 다음 공을 벽돌 위로 올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저희 같은 알고리즘 개발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죠."


지난해 2월에 데미스 하사비스와 그의 동료 볼로디미르 므니(Volodymyr Mnih), 코레이 카푸추글루(Koray Kavukcuoglu),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는 네이처 지에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논문을 하나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은 심층 인공지능이 아주 최소한의 사용법만 가지고 게임업체인 '아타리 2600(Atari 2600)'의 49가지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을 보여줬다. Q 네트워크는 격투 게임부터 복싱, 그리고 3D 레이싱 게임까지 모든 것을 평정하고야 말았고, 일반적인 사람 이용자가 따기 힘든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서 하사비스는 "이것은 그저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식시장의 데이터 같은 것에도 적용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전도유망한 분야 두 가지,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과 강화학습 알고리즘(reinforcement-learning algorithm)을 매우 근본적인 방식으로 하나로 합치고 있답니다. 어떤 분야에서 학습한 지식을 다른 영역까지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딥마인드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기계 게임 사용자를 수익의 원천으로 변화시킬 방법도 지금은 요원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구글이 런던에 위치한 이 회사를 인수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구글은 엘론 머스크(Elon Musk), 피터 틸(Peter Thiel), 그리고 리자청(Li Ka-shing)과 함께 유럽 기업 인수 역사상 최고 금액인 4억 유로에 딥마인드를 사들였다. 


딥마인드의 웹사이트에는 회사 사훈이 실려 있다. 매우 간단하게 압축된 문장이다. "지능을 해결하기(Solve Intelligence)." 하사비스가 일전에 언급했듯이, 범용적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폴로 프로젝트처럼 수십 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는 컴퓨터가 언어를 이해하고, 얼굴을 인식하고, 음성 명령에 반응하는 것보다는 기계학습과 신경과학 시스템(system neuroscience)을 토대로 네트워크가 인간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원한다. "인공지능의 꿈은 기계를 보다 영리하게 만드는 겁니다."라고 킹스 크로스에 위치하면서 직원 수가 150명이나 되는 딥마인드의 6층짜리 건물 안에서 그는 설명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사전에 기계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방식은 기계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죠. 이것은 매우 강력한 방법인데요, 생물학적 체계가 학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연구진 능력의 관점에서, 일련의 작업물을 아폴로 프로그래밍, 혹은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지칭합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온 1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서로 힘을 합치면서 꿈만 같았던 일들이 현실에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를 내다보기 위해서 최고의 계산신경학자(computational neuro-science)들뿐 아니라 기계학습 전문가들도 이곳으로 불러모았습니다. 인력과 더불어서 광대한 하드웨어 자원도 갖춰져 있어요."


인공지능은 지구촌 대중문화에서 그다지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사이보그 살인자나 [그녀]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인 사랑에 빠지도록 유혹하는 운영체제 사만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류에게는 범용 인공지능이 필요할까? "지구촌 사회가 원하는 획기적인 변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인공지능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사비스가 말했다. "기후, 경제, 질병 등은 매우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시스템일 뿐입니다. 인간이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고 앞을 내다볼 수가 있을까요? 너무 힘들 겁니다.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범위가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고요. 인공지능은 과학이 새로운 방법을 탐구할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아직도 범용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진은 인간의 두뇌와 닮은 포괄적 인공지능을 몇 개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포괄성을 염두에 두면서 작업을 합니다. 네이처 지에 제출한 논문이 첫 단계였습니다. 상상력을 처리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기억도 필요합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유지하면 몇 가지 업무를 바꿔가면서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요새는 체스를 두거나 무인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의 특정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꽤 좋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대입니다. 딥마인드 역시 체스를 두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딥 블루(Deep Blue)보다는 그리 잘하지는 않아요. 체스의 시작-중간-끝까지 관련해서 모든 지식을 딥 블루에게 전송을 했다 칩시다. 그렇다면 지성이라는 것은 딥 블루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요? 프로그램 안에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성은 딥 블루를 만든 개발진에게 있어요. 프로그램은 멍청한 존재일 뿐이죠. 아무것도 학습하지 못합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소위 '20년 로드맵'을 바탕으로 딥마인드를 경영하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은 어느 스타트업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우리가 개발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하루아침에 뚝딱 개발하는 종류가 절대 아닙니다. 컴퓨터공학의 심층적인 학습과 신경과학을 하나로 융합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사용하는 알고리즘, 지식의 실현 방법과 구조 등을 파악하며 시스템 신경공학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뇌 피질성의 원주(cortical-column)를 기능을 완전히 뒤바꾸려는 최근의 유럽연합 인간두뇌 프로젝트와는 정반대의 방향입니다. 피질 원주를 연구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그렇다면 하사비스의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후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를테면 약물 개발, 단백질접힘(protein folding)과 같이, 엄청난 양의 조사가 필요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크나큰 효과를 제공하겠지요."라고 그가 말했다. "물론 무인 자동차 운전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범위를 대단히 축소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우리는 창의적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낼 겁니다. 외관상으로 매우 복잡다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막상 그것을 깨부수면 매우 확실하게 내부 장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인식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상상력을 공부했었습니다. 뇌를 스캔하면 창의력이 발현되는 영역을 찾아내곤 해요. 그것을 토대로 모델링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친 저는 창의력과 더불어 사고 과정 대부분을 파악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재미있는 영화도 만들어낼 수가 있을까? "좀 더 기본적인 것에 생각하려고 합니다. 각기 다른 요소들을 하나로 뭉쳐서 새로운 가설을 만듭니다. 영화나 문학은 수십 년이 필요하겠지만, 음악은 말이죠, 몇몇 분야에 국한하면, 벌써부터 가능한 작업들이 대거 나왔습니다."


가까운 기일 내에, 하사비스는 5년 정도를 꼽는데,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매일 사용하는 도구들이 더욱 현명하고 어디서든지 적응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맥락과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검색 프로그램은 모호한 한 검색어가 있다 쳐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냅니다. 당신의 비서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은 현재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기능만 수행합니다. 나중에 스마트폰이 자체적으로 학습하고 상황에 적응한다면 더욱 위대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당신이 '나는 실로 끝내주는 여행을 가고 싶어. 호텔과 비행기 편, 그리고 레스토랑 좀 예약해줘'라고 말한다면, 컴퓨터가 알아서 훌륭한 유적지를 검색해서 알려줍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당신이 좋아할 만한 포도원 같은 곳을 경유하게끔 일정을 만들어주기도 하겠죠.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가고 싶어. 나한테는 어린아이가 있는데, 영국 기준교육청의 리포트를 토대로 어떤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으려나?'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제가 지금 말하는 기술들은 앞으로 5년 후에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가 있습니다. 지금 딥 러닝이 중요한 것처럼, 나중에는 강화학습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겁니다. 가장 적절한 행동을 움직이는 부분, 다시 말해서 우리 알고리즘 가운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아지고 있어요. 계속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영역 어디든지 간에 사용 가능합니다. 기상 예측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와 우리가 그간 수집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어요. 기후 측정 모델링을 구축하기 위해서 특정 패턴을 찾습니다. 앞으로 학습적응 인공지능이 여러 상품에 스며드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알고리즘은 병원의 방사선 판독기사처럼 엑스레이 사진을 아주 능숙하게 판별할 테고요, 이로 인해 몇몇 관련 분야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10년 후가 되면 인공지능 과학자들이 대거 나타난다면 네이처 지도 그들의 논문을 막지 못하겠지요. 정말로 대단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데미스 하사비스는 4살 때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 간의 체스 대결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하사비스의 아버지는 그리스계 키프로스 출신으로 한때 런던의 핀칠리 센트럴(Finchley Central)에서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장난감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체스를 호기심 왕성하게 지켜보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체스 게임 두는 법을 알려주었다. 2주 만에 하사비스는 어른들을 물리쳤다. 5살이 된 그는 영국 전역에서 펼쳐진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는데, 다음 해에 개최되었던 영국 8세 미만 아동 체스 대회에서 챔피언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 영국의 11세 이하 체스 국가대표팀에 당당히 주장으로 활동했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9살이었다. 당시 영국 대표팀은 소련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저는 생각이 많은 내성적인 소년이었습니다. 언제나 무엇이든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한다. "저는 '어떻게 하면 나의 뇌에서 묘수가 나올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묻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지요." 


8살 때 하사비스는 한 경기에서 미국인 알렉스 창을 3승 1패로 무찌르면서 거둔 상금 200유로를 가지고 ZX Spectrum이라는 컴퓨터를 한 대 구입했다. "그 무렵에 컴퓨터가 위대했던 것 하나는, 부팅하자마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랑 같이 포일스(Foyles,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서점)에 가서 컴퓨터공학 관련 서적이 있는 곳에 앉았습니다. 게임을 할 때 사용자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 법을 배우려고 했었거든요. 저는 컴퓨터가 창의력을 마음껏 촉발시키는 마법의 도구라고 직관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하사비스를 집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대신 엄마가 존 루이스(John Lewis, 백화점)에 나가 생계를 책임졌다. 11살이 되자 하사비스는 핀칠리 지역의 크라이스트 컬리지(Christ's College) 부속 종합 중등학교(local comprehensive)에 입학했다.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서 '코모도어 어미가(Commodore Amiga)' 프로그램을 구입한 그는 인공지능을 떠올렸다. "컴퓨터로 체스 게임을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에 저는 오델로(Othello) 인공지능을 만들었고, 그 결과 제 컴퓨터가 동생을 이기고야 말았지요."


헝가리 출신의 주디트 폴가(Judit Polgar)에 이어 전 세계에서 2위로 올랄 정도로 13세의 데미스 하사비스의 체스 실력은 동년배 가운데서 매우 탁월했다. 하지만 그때, 하사비스는 체스보다 컴퓨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진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다음 해에 일반 중학 교과과정을 한꺼번에 이수한 그는 15살 때 수학 A 과정을 마스터했다. 16살이 되자 고등 수학, 물리학, 그리고 화학을 공부했다.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이 주연했고, 인간의 DNA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영화 [The Race for the Double Helix]을 관람한 뒤, 하사비스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말이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라고 생각했나 봐요. 학교 술집에서 DNA를 발견한다고?"


데미스 하사비스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몇 년 동안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15살이었던 그는 옥스퍼드의 퀸즈 컬리지(Queen's College)의 면접에 그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했다. "그날은 매우 추웠던 걸로 기억이 나요. 면접에 나선 교수가 저에게 컴퓨터공학에 대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어요. '대학 30군데를 방문하려면, 경우의 수가 얼마나 나오나요?' 저는 30 계승(factorial)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님은 '그래서 그 수가 얼마인데요?'라고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어떻게 계산하라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략적인 답을 말했습니다. '10의 25승입니다.' 정답과 가까운 답변이었죠. 그러자 교수는 매우 깜짝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가 '엄청 많은 수'라고 얘기할 거라 생각하셨던 거죠. 교수님께 제가 어떻게 답을 유추했는지를 알려드리지는 않았어요. 예전에 수학 A 수업이 너무나 지겨워서, 하루는 어떻게 하면 작은 수를 가지고 제 공학용 계산기를 불능으로 만들어버릴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계산해 보니까 60 계승이 나오더라고요. 30 계승은 이 값을 그저 거꾸로 계산해서 나온 값이었요."


하사비스는 결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16살의 소년을 대학생으로 인정하지 못했다. 그는 '아미가 파워'라는 잡지가 개최한 게임 개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피터 몰리뉴(Peter Molyneux)가 운영했던 게임 개발업체, 불프로그 프로덕션(Bullfrog Productions)에 취업했다. 이 회사에서 1년 동안 일을 한, 17살의 하사비스는, 수백만 장이 팔린 게임 '테마 파크(Theme Park)'를 동료들과 같이 만들었다."게임을 개발하면서 인공지능이 훗날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연봉을 가지고 그는 대학 등록금을 지불했다. 케임브리지 학부를 졸업한 하사비스는 다시 피터 몰리뉴의 회사로 입사했고 '블랙 & 화이트'라는 게임의 수석 개발자로 활동했다. 1년 후 그는 독립한 다음 '엘릭시르(Elixir)'라는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직원수가 60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정치 시뮬레이션 장르를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개발했던 게임이 '리퍼블릭(Republic)'이었고요, 여기서 사용자는 어떤 방법을 쓰든 독재자를 끌어내야만 했습니다. 리퍼블릭 게임 때문에 한 국가와 시민 100만 명을 한꺼번에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개발 기간만 하더라도 5년이 걸렸답니다. 저희는 시대를 너무나 앞서 나가 있었던 것이었죠."


하사비스는 유니비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 신경과학 박사과정을 밟기로 결정했다. 기억과 상상력을 좀 더 공부하고 싶었다. "컴퓨터가 일화적 기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부하고 연구하기에는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저의 연구과제는 인간의 상상력을 하나의 과정으로써 탐사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미래를 어떻게 하면 시각화할 수 있을까요?" 해마를 다쳐 기억을 못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그들의 상상력을 연구한 그는 이들의 시각적 묘사가 공통적으로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해마가 인간의 시각화 과정에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토대로 2007년에 그는 논문을 출간했다. 이 논문은 사이언스 지에 의해 '그 해의 최고 논문 10선'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대학원의 컴퓨터 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 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한때 MIT와 하버드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일을 했었다. 그런 도중에 그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MSO, Mind Sports Olympiad)에 출전해서 5번이나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2011년이 되자 하사비스는 자신의 회사인 딥마인드를 창립하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첫 번째 투자자였던 피터 틸로부터 자금을 제공받기 원했던 그는 티엘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갈피를 전혀 못 잡았다. "티엘이 후원하는 인공지능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만 그 사람 앞에서 약 1분 정도 피칭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사비스는 그때를 기억했다. 피터 틸에 대해서 심도 깊은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그는 체스를 자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저는 수백 명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다가가는 방식보다 훨씬 흥미로운 것을 생각해냈습니다. 왜 지금까지 체스가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는지 궁금하다면서 그와의 대화에 자연스레 참여했습니다. 갑자기 티엘은 강한 호기심을 보이더군요. 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비숍(bishop)과 나이트(knight)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면서 창의적인 비대칭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티엘은 "내일 저한테 오셔서 적절한 피칭을 해주세요.'라고 마지막에 얘기하더군요."


피터 틸은 딥마인드에 투자를 단행했다. 엘론 머스크 역시 투자했다. 스카이프를 만든 얀 탈리닌(Jaan Tallinn)과 더불어 호라이즌스 벤처스의 수장인 리자청도 하사비스에게 투자했다. 호라이즌스 벤처스는 당시 1억 4천만 달러를 투자받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센티멘트(Sentiment)의 공동창업자 앙투완 브론듀(Antoine Blondeau)에게 딥마인드가 과연 어떤 회사인지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레이저 빔과 같은 집중력으로 매우 복잡다단한 과학적 난제들을 민첩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해결하려는 딥마인드 직원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라고 브론듀는 말했다. "물론 그 회사의 연구진도 실력도 좋았고요."범용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런던의 회사를 래리 페이지(Larry Page)에게 소개한 사람은 엘론 머스크였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구글의 수석 부사장인 앨런 유스타스(Alan Eustace)는 하사비스에게 래리 페이지와 만남을 가져달라고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 초대는 거절할 만한 것이 아니었죠."라고 하사비스가 말했다. "협상에만 약 1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구글이 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문화적으로 잘 들어맞는 기업이었고 래리 페이지 역시 인공지능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딥마인드를 구글에다가 매각했을까? "원래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만, 3년 정도가 지나니까, 자금조달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제 개발 연구에는 시간을 약 10% 정도밖에 못 쓰는 상황까지 된 겁니다."라고 하사비스가 말했다. "인공지능 난제를 해결하는 것과 구글 규모의 대기업을 만드는 것을 제 한평생 동시에 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판단 내렸습니다. 인생의 후반기에 가서 제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과 수십억 달러 짜리의 회사를 경영하는 것 과운데 무엇이 저에게 과연 가치가 있을지를 자문했습니다.  답은 뻔히 나온 쉬운 질문이었죠. 그리고 래리 페이지가 저에게 했던 얘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의 구글을 만드는 데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회사는 우리에게 와서 구글이 가지는 기회와 이점을 제대로 활용해보는 게 어떨까요?' 저는 래리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고요."


(그러자 매우 자연스럽게) 투자자를 위시한 사람들 사이에서 런던의 또 다른 스타트업이 재빨리 매각해 돈을 거둬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사비스는 이런 염려를 '바보 같은 이야기'로 일축했다. "사람들은 어디서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요. 구글은 현재 영국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국 과학계도 좋은 일이 아닐까요. 런던의 우리도, 샌프란시코의 구글 임원진도 이 회사를 좌지우지 못합니다. 딥마인드는 그저 연구를 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이 과학을 하는 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방법론이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벨 연구소(Bell Labs), 제록스 파크(Xerox PARC),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등, 이들 기관은 대학과 좀 더 연계되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일종의 '하이브리드'이에요. 신경과학, 머신러닝, 혹은 학술적인 사고 그리고 스타트업 스타일의 사고가 대기업과 합쳐진 것처럼 모든 위대한 진보는 서로 이질적인 두 세계가 하나로 결합될 때 탄생합니다."


딥마인드가 런던에 계속 있는 것은 협상 조건이 아니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부분적인 이유가 있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면, 여기 런던에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에는 엄청 많겠지요.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 본다면, 실리콘밸리는 거품(bubble)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 5분마다 '다음 스냅챗'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요. 이 체계 안에서는 소란만 있을 뿐이에요."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11살 때 스코틀랜드의 국민 음료수라 불렸던 아이언 브루(Irn Bru Bars)를 도매 가게에서 박스당 7.5 파운드에 구매한 후 퀸즈 엘리자베스 초등학교의 친구들에게 25파운드로 되팔았다. 학교 선생님께 걸리기 전까지 이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좋았다. 그 후에 술레이만은 병원으로부터 휠체어를 빌린 다음 지역 장애인들에게 런던 관광을 시켜주는 사업으로 젊은 기업가상을 수상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절친 한 명이 있었는데, 바로 데미스 하바시스의 친동생이었다. 딥마인드에 합류한 이유는 사업보다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컸다. "세상에 영향을 끼칠 방법에 대해서 하사비스와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매우 복잡다단한 금융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아주 원대한 시뮬레이션을 구축해야 한다고 그는 얘기했었습니다. 저는 먼저 사회 속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고 답했고요."


영국인 간호사 어머니와 시리아 출신의 가난한 택시기사 아버지에서 태어난 술레이만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2년 만에 중퇴를 결정한 그는 곧바로 '무슬림 청년 전화상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22살에 그는 런던 시장이었던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의 밑으로 들어가서 인권 정책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관이 매우 진보적인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그리 적절한 엔진(vehicle)이 아니라고 판단 내린 술레이만이었다. 집안에서 워낙 달변가로 여겨진 그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서툰 영어를 도와주기도 했다. 올해 30살인 그는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이면서 응용 인공지능 부서의 수장이다. 구글 서비스에 인공지능이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회사 내 엔지니어들의 원활한 소통을 구축하는 역할을 현재 맡고 있다.


그럼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연구는 어떻게 구글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것일까? "유튜브, 검색, 건강, 자연 언어 이해 및 구글 X 프로젝트에 저희도 참여한답니다."라고 술레이만이 말했다. "아타리 게임을 진행하는 사용자나 다를 바 없는 코어 엔진을 구글 회사 전체에 적용하고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유튜브의 개인별 추천 동영상 서비스입니다. 유튜브 사용자들이 과연 어떤 정보나 동영상을 검색 및 재생하는지를 학습합니다. 이를 토대로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그런 다음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 유튜브를 접속할 시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추천하는 것입니다. 검색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가 검색엔진에 검색어를 입력한다면, 결과로 나타난 링크들을 세분화하고 추적을 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그 검색어를 조금 수정을 가해 다른 비슷한 링크들까지 추적하는 학습 시스템입니다. 검색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검색 사용자의 행동을 학습한다면, 그들에게 더욱 나은 검색어 결과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딥마인드는 광고 수익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구글의 압박감에서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구글 쪽은 우리가 광고 수익에 어떤 긍정적인 현상을 가져다 줄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연구 회사일뿐이에요."라고 술레이만이 말했다. 딥러닝은 일반적인 목적의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저 현재의 상상력에서만 적용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해결방안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상상력에 제한을 걸어두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딥마인드는 옥스퍼드 대학의 교내 벤처기업(spin-off companies)인 다크 블루 연구소(Dark Blue Labs)와 비전 팩토리(Vision Factory)를 인수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자연 언어 이해를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에 진행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직접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거치지 않고, 신경망만을 이용해서 커다란 규모의 문자해독 기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어요."


술레이만은 의료보건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진다. "예방 의약품은 제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분야입니다. 우리의 방법론을 적용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읽어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딥마인드에서 술레이만의 최종적인 임무는 바로 "윤리와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다.




2014년 11월에 엘론 머스크는 "Edge.org"라는 웹사이트에 이런 답글(물론 재빨리 삭제를 했지만)을 단 적이 있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저는 좁은 인공지능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릅니다. 딥마인드라는 회사와의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면 그 속도를 체감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죠.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5년 안에 매우 위험한 해프닝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10년 후라면 '사건'이 확실히 벌어질 겁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한 '거짓 경고(crying wolf, 양치기 소년과 비슷한 개념)'를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인공지능 개발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회사들은 매 순간 안전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들 회사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슈퍼 인공지능을 잘 준비하고 있으며 그것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만, 실제로 그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앨론 머스크는 과거에도 인공지능을 "잠재적으로 핵무기보다 더욱 위험할 수 있다"거나 "악마를 불러내는 것"이라고 묘사하면서, 관련 분야의 빠른 성장을 경고한 적이 있었다. 딥마인드에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닌, 순수하게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영국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역시 영화 [트랜센던스, Transcendence]를 인용하면서 고도의 인공지능을 단순히 SF 과학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호킹은 "인공지능 개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수가 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금융시장을 통제하고, 인간 투자자들보다 더욱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인간들을 마침내 조종하고,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최신 무기들을 연달아 개발하는 광경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도 최근에 인공지능에 대해서 염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딥마인드 투자자들 가운데 한 명이자 스카이프를 개발한 얀 탈리닌은 윤리위원회라는 독자적인 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딥마인드에 투자한 궁극적인 이유는 저만의 전략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와 그에 따른 안전관리 필요성을 널리 퍼뜨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딥마인드는 인수 조건의 하나로 안전 및 윤리위원회 설립에 동의했습니다. 올해 초에 매우 중요한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참석자들 모두가 인공지능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매우 놀랄 정도로 동의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앨론 머스크가 1천만 달러를 기부한 미래의 삶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에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된 보고서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청원서에 서명을 한 사람들은 머스크, 호킹, 저, 그리고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들이었습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연구가 한정된 영역에서만 응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에 가깝다는 비난에 휩싸여 자칫 실존주의적 개념 하에 발목 잡히지 않을까 내심 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 자체가 SF 과학소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라고 그는 말했다. "인간과 똑같은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딥마인드의 기술은 그저 일상적인 언어로 말을 해도 구글 검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쟁을 하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자동 로봇기계를 우리 역시 반대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대화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딥마인드 연구와 개발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좀 더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 "자신의 영역에 대해서 정통하면서도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근거 없는 소문들을 많이 내곤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엘론 머스크는 때로 성급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요(Elon tends to shoot from the hip sometimes). 이런 과민반응은 생산적인 토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불필요하게 성질만 낼뿐이죠." 호킹과 워즈니악의 경고에 대해서도 하사비스는 "이 분들은 실제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철학적인 성찰이나 SF 과학소설에서 나타나는 불확실한 미래관을 투영한 채 불안감을 호소할 뿐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진실로 어떤 것을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덕적인 자율성을 스스로 판단하는 에이전트들(agents)이 나타날 가능성은? "우리는 그것을 미리 막을 겁니다. 이미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면서 하사비스는 약간 짜증 나는 뉘앙스로 한숨을 쉬었다. "분명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할 겁니다. 우리의 기술이 군대나 정보기관이 사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요. 이것 말고 저희가 또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모든 인공지능 연구 중단(A moratorium on all AI work) 같은 것이요?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것 말고 제가 또 해야 할 말이 있을까요? 기자분께서 지금 말씀하시는 의견 대부분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지도 않고, 인공지능 자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인용한 것이 맞지 않나요? 저는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론에 대해서 저만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를 관람했지만, 기자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의견을 내세울 정도로 흑체복사(black body radiation)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인공지능 분야의 또 다른 사람들도 토론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구글에서 첫 번째로 딥러닝 팀을 만들었고 현재는 중국 바이두(Baidu)에서 연구팀을 이끄는 앤드류 응(Andrew Ng)도 인공지능을 "슈퍼 지능"이라고 묘사하는 방법이 그릇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술에는 높은 실업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지능(intelligence)과 감각력(sentience)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어요. 우리가 개발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높은 지능을 내포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계들이 자연스럽게 감각력을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연구자들 대다수는 빠른 시일 내에 기계들이 감각력까지 갖출 거라고는 내다보지 않습니다."





셰인 레그(Shane Legg)는 초등학교 다닐 때 수업 낙제를 한 적이 있어서 그의 부모님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식의 진급을 1년 정도 미룰 것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9살 때 레그는 읽기와 쓰기에 문제점을 보였지만, 딕 스미스(Dick Smith) VZ200 컴퓨터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프로그래밍을 하곤 했다. 뉴질랜드의 로터루아(Rotorua)에 살고 있었던 레그의 가족은 대단히 걱정스러워했다. 부모님은 자신의 아들을 교육 심리학자에게 보냈다.


"지능 테스트가 끝나갈 때쯤의 순간들을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를 맡았던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더니 저의 어머니에게 '도대체 여기를 왜 오신 겁니까? 제 시간만 아깝게 되었잖아요!'라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는 잠시 숨을 쉬더니 우리에게 '이 아이는 지능이 떨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지능을 측정하기에는 너무나 똑똑한 친구라고요. 차트로 얘기할 수 없을 정도예요.' 저는 그때 이상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제 자신을 바보라 여겼거든요."


난독증만 진단받은 레그는 곧바로 키보드로 학습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성적은 학교 내 전교 1%가 되고야 말았다. "동네 도서관에 진열되었던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에 알파-베타 검색 관련 기사를 스스로 읽으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체스 게임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게임을 개발해서 친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고 했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는 고작 12살이었습니다."


레그는 뉴질랜드의 한 대학에서 복잡계 이론을 전공한 다음 유럽 스위스의 IDSIA에서 기계지능 측정법과 관련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경과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영국의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개츠비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다. 거기서 그는 데미스 하사비스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2011년 어느 날, 하사비스와 레그는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공동으로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 후부터 레그는 딥마인드의 최고 기술자(chief scentist)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 컨퍼런스에서 제가 '우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중소규모의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면 청중들 대다수는 비웃었습니다."라고 레그는 회상했다. "하지만 10명 가운데서 1명은 '매우 멋진 일이에요.'라고 반응을 보였죠. 그렇게 해서 사람들 하나둘씩 모이게 되었고, 결국 우리의 신뢰도는 높아만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런던 킹스크로스 지하철역 부근에 위치한 딥마인드 건물에는 앨런 튜링(Alan Turing),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이름을 인용한 사무실들이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20년 로드맵을 계산하고 실행하고 있다. 20년 후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나타날까? 영화 [그녀]처럼 주인공 남성이 아이폰 시리(Siri)와 비슷한 컴퓨터 운영체계와 사랑에 빠지는 현상도 예상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까? "그것은 공상과학소설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올해 41세인 레그가 답했다. "저 역시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기를 원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과 거리가 엄청 멀거라고 봅니다.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는 매우 복잡하거든요. 우리가 벌레를 만든다고 상상하는 게 오히려 쉬울 겁니다. 시간이 엄청 지나더라도 고작 쥐 한 마리 만들 정도밖에 되지 못할 거예요. 우리의 인공지능은 스페이스 인베이더, 벽돌 깨기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팩맨(Pac-Man)에는 질질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현존하는 기술과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과는 너무나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하사비스도 동의했다. "인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5~10년 이내에 매우 유용한 시스템을 개발해 낼 것입니다. 지금 사다리에 첫 발을 올려놓았을 뿐입니다. 얼마나 많은 발판이 필요할까요? 인공지능을 완벽히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20가지의 인류를 뒤흔들만한 획기적인 발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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