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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Mar 24. 2016

한 UN 직원의 내부고발

앤소니 밴버리, 2016년 3월 18일, 뉴욕 타임스

원문 : I love the U.N., but It is Failing


지난 30년간의 대부분 시간을 나는 UN 직원으로 일을 해왔다. 1990년대에는 아이티(Haiti)의 인권사무실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고, 발칸반도에서 대량 학살극이 벌어졌을 때는 전직 유고슬라비아 대사로 활동을 계속했었다. 인도양의 쓰나미와 아이티 지진 등 자연재해 사태 때에는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 적도 있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 작전도 기획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서 불거진 에볼라 퇴치 계획을 주도했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자 만들어진 UN의 주요 원리원칙을 매우 세심하게 지켜나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지금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변화의 위기부터 시리아, 소말리아, 이라크, 그리고 프랑스 등에서 발생한 테러사건까지 수많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UN은 이런 문제들을 직접 직면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무대이다. 남수단에서 일반인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류애적 가치를 전달해주는 매우 귀중한 일을 맡기도 한다. 하지만 종합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나게 그릇된 경영으로 인해서 UN은 지금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반기문 사무총장의 비서가 된 나는 뉴욕 본부로 배치되었다. 물론 나는 관료주의(red-tape)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조지 오웰풍의 전체주의적인 문책과 루이스 캐럴풍의 일방적인 논리가 UN 내부에서 작용하는 상황에 그리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악한 천재들을 한 곳에 놔두게 한다면, 그들은 미칠듯한 복잡성 때문에 관료체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더욱 많은 노력과 개선을 요구하겠지만, 결국 끝에 가서 자신들의 의도가 들어간 결과물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UN의 내부 시스템은 막대한 세금과 인류애적 열망을 그저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비슷하다. 나는 (한번 빨려 들어간 것을) 다시 보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첫 번째 문제점은 동맥경화에 걸린 것 같은 인사 시스템이다. UN은 세계에서 제일 똑똑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적절한 자리에 조속히 배치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저 직원 채용에만 평균적으로 1년 가운데 213일을 허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물론 그들을 존경하지만, 경영 부서(Department of Management)가 새로운 채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서 1년을 또 허비하게 될 처지가 되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했었을 때 나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찾고자 필사적인 노력까지 감행했었다. 그때, 남수단의 한 직원이 나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지금까지 기억이 남는다. 새로운 의료증명서를 발급받기 전까지 그녀는 내가 있었던 가나의 아크라(Accra, Ghana)의 UN 사무실로 이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수천 명이 사망했고, 우리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 때문에 에볼라와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료 관련 직원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위해 우리는 몇 주를 그냥 지내야만 했었다.


일의 진행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규약이나 규칙을 단번에 깨부수는 것이다. 아크라에서 따로 계약을 맺어 데리고 온 인류학자가 바로 그 예이다. 그녀는 정말로 우리를 위해 도움을 많이 줬고 매우 유용한 미션들을 수행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죽은 아프리카인들을 땅속에 불완전하게 묻는 행위는 근처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한 감염 사건의 절반 정도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그러한 풍습을 바꾸라고 지역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 및 존중했어야 했다. 내가 알기로, 인류학자를 우리 팀의 중요한 멤버로 섭외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내가 아크라에서의 임무를 마무리하자 그녀는 바로 짐을 다시 챙겼다고 한다. 


연간 예산을 10억 달러나 쓰면서 지구촌의 평화를 강조하는 이 조직의 고위급 수장들은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커다란 의무감을 지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채용하지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업무와 동떨어진 사람을 데려와서는 안 된다. 이것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일련의 임무들을 이끄는 책임감보다는 리스크만을 더욱 고려하는, 매우 왜곡되고 비뚤어진 관료주의에 한 단면이다.


관료주의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다. 오늘날 평화를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는 명백하게도 무능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내쫓으려고 했지만, 악랄한 범죄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UN에서 누군가를 해고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6년 동안 나도 국제기구 직원이 저조한 실적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는, 심지어 제재를 받았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점은 수많은 의사결정이, UN이 강조하는 가치나 현장에서 중요하게 작용되는 사실과는 다르게 오직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고려된다는 것이다. 


UN의 평화유지군은 종종 뚜렷한 목표나 출구전략 없다. 현지 정권을 전복시키거나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나 극히 해결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현안에 집중되어야 할 대중의 이목을 딴 곳으로 돌려버린 채 그저 육중한 소리를 내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나의 첫 번째 평화유지 관련 임무는 1992년 캄보디아에 있었을 때였다. 지금은 한 임무가 10년 이상 계속되는 것이 그리 희귀한 사례가 아니다.


아이티의 경우를 보자. 지난 10년 동안 무장충돌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4,500명의 UN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성공시키지도 못했다. 아이티에 민주적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식했어야 했다. 후보자의 부패 혐의로 민주 선거는 계속 연기되었다. 아이티의 임시 총리는 "우리나라는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곳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 군대는 그 어떠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다.


우리의 가장 비참한 큰 실책은 아프리카 말리(Mali)에서 나타났다. 2013년 초반에 UN은 말리 북부에 자생하고 있었던 반군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1만 명의 군인과 경찰관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불가사의하게도, UN의 군대는 보복테러에 어떠한 준비를 하지 못했고 명시적으로 관여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1만 명 가운데 약 8천 명 정도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했고, 군사작전에 관련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미 그곳에서 UN으로부터 파견된 직원 56명이 살해당했고, 더 많은 수가 비공식적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말리에 있는 UN 사무소는 날마다 시종일관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나를 가장 분노하게 만든 것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Central African Republic)에서 UN이 벌인 의사결정이었다. 2014년 아프리카 연맹의 회의가 현지서 열리게 되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평화롭고 순조롭게 진행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고, 어느 국가의 군대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냉소적인 정치적 고려 때문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중심부에 콩고민주공화국 군대와 콩고공화국 군대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들 군대는 심각한 폭력성 때문에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리포트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결국 이들 국가의 군인들은 현지서 강간과 학대라는 범죄행위를 끊임없이 저질렀다. 심지어 몇몇 젊은 여성들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는데, 피해자들은 UN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었다.


지난해, 콩고공화국에서 파견된 UN 평화유지군은 아무런 법적 고지 없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민 여러 명을 체포했었다. 군인들은 체포된 사람들을 구타했는데, 그 강도가 너무나 심한 나머지 한 명이 구류 중에 사망하고 여러 명이 근처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이 사건은 공론화되지 못한 채 그저 쉬쉬하는 단계에 머물렀고, 뉴욕 본부의 그 어떠한 관료들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사건이 계속 보고되자 이들을 콩고공화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현지 사람들의 이러한 간청은 묵살되었고, 어린아이를 강간하는 군인들까지 생겨나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지난달, 우리는 결국 콩고민주공화국의 평화유지군을 내쫓았지만, 콩고공화국의 군인들은 계속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


UN 직원으로서의 나의 첫 번째 임무는 지난 1988년, 캄보디아-태국 국경지대에 설치된 캄보디아 난민 보호소에서 인권 관련 활동이었다. 이곳에서 발생한 강간 및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신속하게 돕는 일이었다. 그때까지 하더라도 나는 훗날 이런 범죄행위를 저지른 UN의 동료들을 조사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UN의 고위 관료들은 악착같은 사리 추구 때문에 피의자로 전락한 UN 직원들을 풀어주기도 했었다.


지구촌에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관료주의를 지적하거나 경고한 첫 번째 사람은 내가 아닐 것이다. UN은 실패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나는 그들과 약간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UN의 목적과 그에 따른 행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올해 말에 치러질 UN 사무총장 선거의 준비기간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같은 기구는 UN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를 신중히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 조직은 스마트폰 세계에서 레밍톤 타자기(Remington typewriter)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평화유지, 인권, 경제발전의 주요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개혁을 단행할 새로운 사무총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임무를 수행할 때 관료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관료주의는 '반대로 향하는 길'이 아니다. 첫 번째, 우리의 인사정책, 채용제도의 전면적으로 점검하자. UN의 내부 체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조언을 제공해 줄 외부 인사들을 소집하자. 두 번째, 모든 일반행정관리 비용(경상비)을 예산의 몇 퍼센트까지 처리할 것인지 그 비율을 고정해 한도를 정하자. 세 번째, UN의 예산을 경영 부서가 아닌 외부의 독립적인 기관이 담당하게 하면서, 공식적인 보고를 사무총장에게 직속으로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 마지막, UN 본부로부터 전달받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우 철저한 실적 감사를 우리 모두가 받자.


현 UN 사무총장인 반기문은 진실성으로 무장된 사람이고, UN에는 영민하고 용기가 있으며 이타적인 직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불행하게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덕적 소질과 전문적인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UN이 앞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기대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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