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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Apr 18. 2016

07 로봇에 점차 점령당하는 월스트리트

내대니얼 포퍼, 2016년 2월 25일, 뉴욕 타임스

원문 : The Rise of White-Collar Automation - The Robots Are Coming for Wall Street


11월 6일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깬 대니얼 내들러(Daniel Nadler)는 오렌지 주스를 한 잔 따르면서 조금 있다 8시 30분에 공개되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이번 달 고용보고서를 보기 위해 노트북의 전원을 눌렀다. 뉴욕 첼시의 방 하나짜리 아파트의 공용 부엌 식탁에 앉은 내들러는 뭔가 불안한 듯 자꾸만 '새로고침(command-R)'을 눌렀다.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 켄쇼(Kensho)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하나가 통계국의 웹사이트를 데이터를 모조리 수집하기 시작했다. 


2분 후, 이 프로그램은 자동적으로 분석 프로그램을 내들러 노트북 화면에 전송시켰다. 짤막한 설명과 더불어 이와 비슷했던 과거 고용보고서 때문에 나타난 반응을 토대로 투자 실적을 예측한 13가지의 크고 작은 자료들이 제시되었다. 이 모든 자료를 내들러는 분석하고 싶어도 다 하지 못한다. 재확인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정도다. 왜냐하면 이것은 10가지 이상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축출된 수천 종류의 자료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계국에서 공개된 자료, 미국의 최신 고용 동향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올바른 예상과 적절한 수치를 뽑아낼 수 있기를 내들러는 바랄 뿐이다. 8시 35분이 된 지금 이 시점에서 몇 분 이내로 완료할 수 있는 일은 노트북을 그저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이윽고 켄쇼의 결론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직원들에게 전송되었다. 


골드만삭스는 켄쇼의 주요 고객과 더불어 최대 투자자이다. 올해 32세인 내들러는 켄쇼의 고객이나 다름없는 골드만삭스의 주요 임원진[펀드매니저나 옵션 및 파생상품 거래 부서의 상급 관리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오전 대부분을 보냈다. 점심 약속 때문에 그는 우버(Uber)를 이용하며 맨해튼 서부 고속도로 지점에 위치한 골드만삭스의 유리 건물에 도착했다. 이 건물 내에 보이는 사람들 대다수는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는데, 루이뷔통 가죽 샌들에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의 상의와 하의를 차려입은 내들러의 평상시의 복장과는 확연한 대비를 이루었다. 내들러는 왕의 상하의 세트를 무려 10벌이나 가지고 있다.


 하버드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던 도중 여름방학 기간에 했던 일본 인턴십이 그의 옷차림에 남다른 영향을 줬다. 현지서 그는 사찰을 방문하거나 홀로 명상을 즐겨했다고 한다. [켄쇼라는 이름은 일본 선종(禪宗)의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득을을 가리킨다] 또한 그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옛날 시대의 연애시 같은 시를 다량으로 발표한 시인이기도 하다. 내들러의 글은 올해 연말에 파라 스트로스 & 지루 출판사(Farrar Straus & Giroux)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내가 내들러를 만나는 시간은 골드만삭스의 점심 약속 끝난 뒤였다. 골드만삭스 건물 건너편이자 월드 트레이더 센터 1동의 45층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미팅 약속을 잡았다. 12명 이내인 그의 직원들은 커다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었다. 수족관과 더불어서 아주 시끄럽게 일렉트로닉 음악이 울려 퍼지는 대형 스피커까지 있으니까 스타트업 사무실의 흥미진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내들러의 공간은 사무실 구석에 있었는데, 전신주(telephon poles)를 재생해 만든 매우 넓은 자신의 책상보다 약간 더 컸다. 책상 옆에는 충전재를 대고 천을 씌운 커다란 의자와 더불어, 이것과 비슷한 오토만(ottoman) 형식의 가구도 하나 있었다. 


곱슬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지녔던 내들러는 문을 닫은 뒤 오토만 의자에 앉아 맨발을 포개면서 골드만삭스 고객들과의 회의에서 나타난 피드백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골드만삭스 고객들은 켄쇼의 추후 보고서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을 내용을 언급했고, 특히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속도에 대해서는 남다른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고객들은 언제나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한답니다. '저는 이런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이틀을 꼬박 지새웠어요.', '다른 일은 전혀 못하면서 이런 보고서만 주야장천 하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상 내들러는 고객들의 이러한 반응을 곱씹어보면서도 자신의 회사, 그리고 이와 유사한 스타트업들의 대거 등장이 금융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로 바꾸어놓았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금융업계에서 30~50%나 되는 인력이 켄쇼 프로그램과 같은 자동화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This might sound like bragging. But Nadler was primarily recounting those reactions as a way of explaining his concern about the impact that start-ups like his are likely to have on the finanacial industry. Within a decade, he said, between a third and a half of the current employees in finance will lose their jobs to Kensho and other automation software.


주식시세나 주식거래 관련 지표들이 자동화가 되자마자 저임금 사무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이런 양상은 머지않아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직종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은데, 막대한 데이터를 사람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할 역량을 갖춘 켄쇼 프로그램과 같은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절찬리에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들러가 묘사하기를, 다음 '트란쉐(tranche)'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보다 정교해진 인터페이스가 생기면 고객들은 더 이상 금융업 직원들과 논의를 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작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주 높은 연봉을 받는 소수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동시에 고만고만한 연봉을 받는 대다수의 금융업계의 일자리는 파괴될 겁니다. 이런 추세는 사회적으로 바라볼 때 어떤 정치적 개입 없이는 아주 커다란 순손실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추정하건대, 추후 5~10년 동안 금융업계 대다수의 일자리를 빼앗는 부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후가 되면 골드만삭스도 총 직원수를 오늘날과 다르게 매우 축소할 것입니다."그러면서 내들러는 자신의 생각에 빠졌는지 두 눈을 감으면서 마치 설교자나 피아노 연주자가 된 것 마냥 제스처를 취했다.


골드만삭스 임원진은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대체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나와 대화를 주고받은 몇몇 고위급 관리들은 켄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해고를 당한 사람도, 앞으로 그럴 양상도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의 대답은 내들러가 일찍이 나에게 귀띔해줬던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는 나에게 "자동화 업무에 대해서 당신이 운을 뗀다면 담당자들 모두가 갑자기 입을 닫아버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의 출현으로 자신의 일자리를 잃게 된 골드만삭스 직원들이 동정의 대상으로 변모할 여지는 그다지 없다. 하지만 골드만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특권이 직원들에게 자칫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흥미롭게 들린다. 만약 골드만삭스의 직무 대부분이 자동화에 의해 대체된다면, 이 투자은행보다 더욱 쉽고 덜 복잡한 일을 하는 곳의 일자리는 아주 빠르게 변하지 않을까. 




지난 2013년 말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미국에 현존하는 일자리 가운데 47%가 앞으로 20년 이내 로봇이나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인해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류에 속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뉴스가 이곳저곳에서 쏟아져나왔다. 옥스퍼드 연구진은 미국 노동부의 통계자료를 토대로 702가지의 다양한 직군을 선별한 뒤 9가지 변수를 적용시켜, 각각의 직업이 자동화될 개연성을 측정했다. 우리가 그간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 다시 말해 로봇이 창고나 공장에서 사람들을 내쫓고 있다는 상황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확실해졌다. 이제는, 바야흐로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점차 널리 활용되면서 고등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 앉는 의자를 걷어차고 있는 상황이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스스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는 켄쇼 같은 프로그램, 이른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연산력(computing power)을 값싸고 쉽게 이용 가능해졌고, 결국은 과거에 절대적 불가침이라 여겼던 고등 사무직에서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논문과 관련 문서에 따르면 직군에 따라 자동화가 될 가능성은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서, 의료보건 분야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동화된 프로그램의 출현으로 나타난 위협이 다른 영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와 반대로, 택시나 버스 운전사는 무인 자동운전의 가능성으로 인해 매우 불안한 미래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 전문직 관련해서도 옥스퍼드 대학은 능력 좋고 많은 돈을 받는 변호사들이 그래도 몇 시간은 걸려야 완성할 수 있는 법률 문서들을 단번에 정리 및 분석까지 끝내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 강조했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Automated Insights)라는 스타트업은 농구 경기 결과를 요약해주는 기사를 만들어 현지 언론인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는 이것보다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금융업이라는 세계는 디지털화된 자료를 가지고 데이터를 만들어 가공하는 정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스퍼드 연구진은 금융업계가 다른 업계보다 자동화로 인해 피해를 많이 본다면서 전체 일자리 가운데 45%가  훗날에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두운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낸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을 향해서 날 센 비판이 가해졌다. 당연하게도, 오직 추측만을 내세운 연구 결과에 대한 정확성을 꼬집는(patina)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업계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기회와 위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정리해고당하는 몇몇의 애널리스트가 있기는 하겠지만, 산업 전체가 위험해질 거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핀테크(fintech)라 불리는 분야[혹은 금융 테크놀로지]에 투자가 계속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13~2014년, 약 2년 동안에 이 분야에 흘러간 돈은 무려 120억 달러가 넘는다. 3배가 넘는 수치다. 그리고 관련 스타트업들은 금융업계가 주름잡었던 분야와 직무에 뛰어들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출을 결정해주는 요인도 달라졌다. 옛날에는 신용점수와 대출받는 사람의 환경을 고려했다면, 지금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가 어떤 특정 사람의 자료 모든 것을 분석하고 검토해준다.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신 만들어주는 '로보-어드바이저스(robo-advisers)'가 대표적인 예이다.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은 몇 년 후에 이런 신흥 세력 때문에 수백억 달러 짜리의 대규모 손실을 입을 거라는 보고서를 자체적으로 내놓았다. 은행들은 켄쇼 같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신흥 세력 확산을 저지하고자 혈안이다. 참고로 내들러의 회사인 켄쇼는 지금까지 2천5백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뉴욕시 경제를 지탱해줬던 숙련직 산업(skilled industry)은 이런 대규모 변환 과도기를 살짝 벗어난 양상을 보여줬는데, 금융 애널리스트, 출판업자,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자동화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켄쇼 같은 스타트업을 보면, 그리고 금융업 전반에 발생된 논의를 비추어볼 때, 과도기적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직종들이 현재 체감하고 있는 변화가 그리 작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영국의 최대 은행인 바클레이즈(Barclays)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예상보다 일찍 해고된 안토니 젠킨스(Antony Jenkins)는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한 강연회에서 "우버와 같은 혁신(Uber moments)"이 연속적으로 금융업계를 강타할 지도 모른다는 언급을 했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 소속되는 직원들과 지점들은 아마도 최대 50% 정도 축소 및 해고될 거라고 예상합니다."라고 젠킨스는 청중에게 암울한 전망을 전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봐도 최소 20%는 사라질 거예요."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떤 측면에서는, 숨겨져 있었던 수수료를 제거하는 대신에 보다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체계에 잔존하는 비용을 절약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가 있다. 또한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대규모 투자은행들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을 보며 크나큰 만족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금융업계의 큰 손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나타난 효율성은 오히려 소득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여지가 높다.  


켄쇼에 투자를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내들러에게 회사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은행에게 자동화에 따른 잠재적인 일자리 감축을 가능하면 얘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내들러는 어느 정도 '지적 진실성(intellectual integrity)'을 지키고자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가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열심인 정치인들의 자금 후원에 참여하는 이유도 점차 축소되는 일자리 언급을 공공연히 계속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내들러는 자신의 사업이 가져올 이분법적인 변화[기회와 탈취]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자신이 다른 동년배 창업가들과 아주 다르다는 점을 확고히 한다. 좀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경쟁의 주된 요소인 바로 이 동네에서 자신이 "우위(edge)"를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켄쇼의 주요 고객들은 골드만삭스 건물 안에서도 천장이 매우 높은 거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영업직원들이었다. 최근에 들어와서 그들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사고파는 투자자들의 빈번한 상담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켄쇼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는 것이 좋으냐는 물음이 대부분이었다. 과거에는 영업직원들이 관련 사건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마다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얘기를 해줬다. 문제는 인간의 두뇌는 어떤 것을 기억하는 데 있어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었다. 특히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면, 옛날 사건과 뉴스, 그리고 시장의 반응까지 총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해서 이들은 회사 내의 조사분석가들을 따로 소집하기도 했었다. 이런 접근 방식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조사를 완료한 후에 시장이 갑자기 변화하는 양상이 많았고, 영업직원들이 조언을 하려고 했던 투자 기회는 이미 저만치 사라지고 난 뒤였다는 것이다. 


이제는 컴퓨터 화면에 아이콘 하나를 클릭한 뒤 켄쇼의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검색어 하나만 입력하면 된다. 내들러가 자신의 노트북을 가지고 몸소 시연해주었다. 검색창에 '시리아'라고 치자 시리아 내전과 관련된 별의별 사건들이 그룹별로 대거 화면에 등장했다. 과거 검색 결과를 토대로 자동 연산 검색어를 제공하는 구글과 많이 닮았다. 최상위 그룹은 "아이시스 상대로 진격(Advances Against ISIS)"라는 이름이 있었고, 하위에 자료가 25가지나 저장되어 있었다. "아이시스의 주요 장악과 그에 따른 잔혹 행위"라는 그룹에는 105가지의 자료가 있었다. 


켄쇼의 프로그램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동 검색 기능을 끊임없이 수정하거나 점차 넓혀나간다. 어떤 의미에서 바로 이런 과정이 켄쇼가 자랑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옛날에는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천 검색어를 가지고 위키피디아에 직접 입력하거나 뉴스 아카이브(데이터베이스)를 찾아 관련 꼭지까지 알아야만 했다. 켄도의 검색엔진은 추상적 특성(abstract features)에 따라 그룹 분류를 스스로 한다. 예를 들어서 보다 정확히 한번 알아보자. ISIS 군대가 팔미라를 장악한 사건과 프랑스군이 ISIS를 격퇴하면서 세를 넓혀나가는 과정은 시리아에서 내전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이 맹공을 펼치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수세에 몰렸는지를 스스로 판단 내리는 것은 켄쇼의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것은 고객이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검색을 추천해줌으로써 내전 상황과 자산 가격 간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연관성을 제시한다.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내들러는 구글에서 전 세계 모든 도서관의 자료를 축적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을 스카우트했다. 


골드만삭스 건물에서 높은 천장을 자랑하는 거래 사무실로 다시 가 보자. 거래를 담당하는 직원이 켄쇼 프로그램에서 "시리아 내전 확대"라는 그룹을 선택해 27가지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다룬 자료들을 본다고 치자. 그런 다음 그는 일련의 드롭다운 메뉴에서 특정 자산에 속한 더욱 정확한 자료를 뽑아낼 수가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그룹에는 독일 주식, 호주 달러, 그리고 갖가지 원유에 대한 자료 등 전 세계 주요 40가지 자산이 문서화로 들어가 있다. "보고서 생성(Generate Study)"라는 녹색 버튼을 클릭하면, 몇 분 후에 수많은 차트와 그래프가 들어간 새로운 문서를 받게 된다. 문서 상단에 위치한 첫 번째 차트는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몇 주 동안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기대치보다 하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주식과 미국 및 캐나다 달러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추가적으로 나타난다. 보고서 중반 아래부터는 시리아 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역사적으로 관련 사건들이 있었을 때마다 나타난 거래를 가지고 어디에 투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 나온다. 


내들러는 노트북을 닫았다. 이 모든 과정은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자동화 없이 이런 검색 추천 기능을 보여주려면, 그의 말에 따르면, "며칠은 걸려요. 한 40시간 정도 말이죠. 그것도 평균 연봉을 35만 ~ 50만 달러를 받는 사람들의 40시간이라고요."




켄쇼와 관련된 이 모든 업적을 내들러가 처음으로 구상했던 순간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13년에 그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보스턴에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방문연구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는 그리스 선거와 유럽 전체의 불안정 상태 때문에 금융시장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때의 상황과 매우 흡사한 광경을 과거에서 찾던 내들러는 정부 입안자와 은행가 모두가 옛날 뉴스를 뒤지는 것 말고는, 이런 양상을 분석할 만한 좋은 방법론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일본 관련 학생 동아리에서 만났으며 그 후로 매우 친해진 구글 출신의 한 프로그래머와 얘기를 나눴다. 2008년에 벌어진 금융위기가 미국 정치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한 박사논문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지만 내들러는 학업을 뒤로 한 채 몇 주 동안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구글 산하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자금을 받은 뒤 지금과 같은 일을 시작했다. 그 후로 그는 다른 곳으로부터 비슷한 항목의 투자를 받았는데,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CIA의 벤처캐피털 회사도 돈을 건네주었다.


켄쇼의 본사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이발소가 있는 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사무실의 창문에서 하버드 대학의 캠퍼스 전경을 바라볼 수가 있다. 넓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의 수는 30여 명 남짓이었다. 이들은 아마 몇 년 전이었으면 골드만삭스에 당당히 입사했을지도 모르는, 아주 총명한 눈빛을 가진 청년들이었다. 서서 일하는 책상에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 청바지를 입고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사람, 그리고 일본식 사찰과 비슷한 방이 있는데, 베개와 다다미 매트가 명상을 하려는 사람을 위해 완비되어 있다. 포커 테이블, 전자오락 게임기, 그리고 체스판이 있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난 12월 말, 크리스마스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 나는 켄쇼의 케임브리지 사무실을 전격 방문했다. 도착한 다음 사무실을 둘러보니 직원들이 산타클로스 선물 교환 파티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한 사무실에서 내들러와 그의 동료 몇몇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곳곳에서 직원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켄쇼의 프로그램이 금융업계는 물론 전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켄쇼의 상급 관리자들에게 자동화 프로그램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일자리 감소가 내들러와의 대화 가운데서 언제 언급되었는지부터 먼저 물었다. 


"대화 초반에 나왔을 걸요."라고 매트 테일러(Matt Taylor)가 말했다. 올해 38세인 테일러는 이곳에서 최고기술책임자로 활동한다. 켄쇼 초창기 직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저는 내들러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어요."라고 마틴 카마초(Martin Camcho)가 이어 얘기했다. 카마초는 올해 20살인데 회사에서 최고설계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참고로 그는 15살 때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카마초는 켄쇼에서 첫 번째 여름을 보내던 가운데 내들러의 아파트로 향하던 어느 밤을 회상했다. 당시 그와 내들러는 외계인들이 개발한 복제인간이 살아가는 쓸쓸한 세상을 담대하게 그린 SF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을 함께 본 뒤 작품 이야기의 사회경제적 함의를 주제로 논의를 펼쳤다. 최근에는 내들러가 회사 엔지니어 모두를 보스턴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인 헨리에타스 식탁(Henrietta's Table)에 초대했는데,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동화가 먼 훗날 끼칠 영향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공유한 바 있다. 그는 미래에 컴퓨터가 충분한 능력을 갖춰 인류의 욕망을 예상하고, 이로 인해서 우리를 보다 풍족한 세계로 안내할, 이른바 강력한 인공지능의 형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앞으로 10여 년 동안, 매우 복잡다단한 나날들이 펼쳐질 여지를 보는 내들러는 컴퓨터가 인간만큼 똑똑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돈을 벌어다 줄 충분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출현하는 과도기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마틴 카마초는 대니얼 내들러보다 덜 비관적이다. 몇 년 전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수학 명제 증명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수학자가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매트 테일러도 카마초와 비슷한 의견을 내세운다. "모든 사람들이 할 일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테일러가 말했다.


이런 비슷한 의견을 나는 골드만삭스의 주요 임원진으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었다. 새로운 자동화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을 복잡한 금융 세계로부터 해방시켜 다른 영역에서 보다 가치 있는 일을 도전하게 만든다는, 일종의 긍정적 믿음 같은 것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또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데 있어 자동화는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몇몇 사람들은 ATM이 널리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많은 지점들이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추지 않았다는 사실도 내세웠다.


이런 얘기는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대한 비판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 가운데서 47%가 자동화 프로그램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언론이 우려하고 있는, 총인구의 47%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점은 한껏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거 자동차의 출현은 성인 마부와 마부간에서 일하는 소년들의 일자리를 앗아갔지만, 그 대신에 고속도로 건설이나 휴게소 관련 직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켰다. 지금도 비슷하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대다수의 주식거래인을 백수로 만들겠지만, 금융 컨설팅을 받으면서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수는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논문을 주도한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는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다른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점을 확실하다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자리 총합이 변화가 없다고 해서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프레이는 한 가지 예를 들려주었다. 한때 섬유 공장에 기계가 들어서고 자동화 공정이 점차 늘어나면서 미국 남부 지역의 경제는 아주 크게 휘청거린 바 있었다. ATM을 위시한 자동화기기의 확산으로 인해서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가 실제로 감소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연구도 최근에 있었다. 이와 더불어 외곽 지역의 대규모 콜센터에서 일을 하는 저숙련 저소득 노동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추가적인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런 사례는 몹시 불안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기계가 인류의 전체적인 일자리 수를 감소시키는 장본인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퓨 리서치 연구소(Few Research Institute)가 미래학자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앞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롭게 일자리가 탄생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답했다.





마틴 차베즈(Martin Chavez)는 활기가 넘치는 인물이다. 골드만삭스에서 기술운영부서를 맡고 있으면서 턱수염을 멋있게 기른 차베즈는 거리낌 없이 켄쇼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매우 대단하다고 떠덜어대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가 과거에 했었던 일은 장인이 손수 맞춤형 공예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것을 켄쇼가 대량생산체제로 바꿔놓았죠."


차베즈는 켄쇼 프로그램 자체가 여러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켄쇼가 담당하는 일은 인간이 보기에 너무나 복잡다단하고 시간도 엄청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인류의 개입이 별로 없었던 분야라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소프트웨어가 검색해주는 여러 이벤트들의 종류가 지금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켄쇼의 존재감이 유발시킨 충격과는 상관없이, 차베스는 계속해서 골드만삭스의 업무 전반을 디지털화로 바꾸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부터 골드만삭스의 업무 환경이 변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수도 그에 따라 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 간, 캠퍼스 리쿠르팅을 통해 정직원으로 선발된 이공계 출신의 사람들 수는 약 5% 정도 늘어났다. [골드만삭스는 월스트리트에서 총 직원수가 그리 줄어들지 않은 곳 가운데 하나다]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종류의 새로운 일자리가 10~20년 후에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차베즈는 말했다.


가장 먼저 디지털화가 시도된 분야는 바로 주식 거래(stock trading)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는 이쪽 분야에서 자동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선례이다. 회사 내의 트레이딩 관련해서는, 특히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는 이제 더 이상 사람이 맡지 않는다. 컴퓨터가 대신 이 역할을 맡았다. 차베즈는 시스템화 된 트레이딩의 출현으로 인해서 지난 20년 동안 오직 전화로만 미국 주식을 사고파는, 이른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했던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수가 600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일반적인 트레이더들은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관리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특히 '고속 매매(high-speed trading)'가 이뤄지는 데이터 센터에는 현재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인적 구성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2006~2010년 동안 골드만삭스의 전자 트레이딩 부서에서 일을 한 폴 초우(Paul Chou)는 과거 트레이더 10명이 해왔던 업무를 현재 프로그래머 단 1명이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이 투자은행이 지난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던 트레이더를 원래 건물 내 4 개층으로 분산되었던 사무실의 한 곳에서 완전히 다른 곳으로 전출시켰다는 점을 볼 때, 우리는 관련 인력이 과감하게 축소되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가 있다.


골드만삭스 내에서 이뤄진 주식거래 시스템 구성 변화는 자동화라는 프로세스가 스위치처럼 단번에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MIT를 갓 졸업한 초우가 이 회사에서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일 아침마다 수십 가지의 거래 시스템에 일일이 접속해서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기 전까지 각각의 알고리즘에 혹여 잘 못 계산된 내용이 있는지를 미리 체크하는 것이었다. 초우 바로 옆자리에는 전화 통화로만 주식을 거래를 한 여성 트레이더가 있었다. 당시 그녀는 초우를 비롯한 신입들에게 좋은 거래를 하기 위해 몇 가지 숙지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우는 인간보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실수를 범할 확률이 늦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결국 그 여성 트레이더는 회사를 떠났다. 초우는 모든 시스템에 접속해서 관련 거래들을 한꺼번에 컴퓨터 화면에 띄우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것을 직원들에게 처음으로 선 보이는 날에 그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머였던 직속 상사는 초우에게 이런 말 한 마디를 던졌다. 지금까지도 초우는 이것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여기로 출근해야 할 이유를 이제는 찾지 못하겠군."


자신이 직접 고안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덕택에 초우는 컴퓨터를 위한 새로운 트레이딩 전략을 조사하면서 고도화된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업은 그가 골드만삭스에서 해왔던 그 어떤 업무보다도 더욱 깊은 만족감을 안겨다 주었지만, 결국 반복적인 일상이 다시 지속되었다. 2010년 골드만삭스에서 나온 초우는 실리콘밸리로 이동해서 자신의 아내와 동료 2명과 함께 레저 엑스(Ledger X)라는 옵션거래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회사 규모는 골드만삭스에서 그가 맡았던 팀보다 훨씬 적었다. 


나와의 대화를 계속 주고받으면서 내들러는 켄쇼가 골드만삭스의 일자리를 없애버릴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약간 움츠린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켄쇼를 비롯한 여러 금융 스타트업들이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금융업계 일자리 수는 가파르게 축소될 것이며, 금융 서비스 분야로 진출이 보다 원활해진다면 골드만삭스 내부 일자리보다 다른 회사의 일자리가 더욱 빨리 없어질 거라고 말했다. 이미 골드만삭스와 켄쇼 간의 독점 계약은 지난 여름에 종료된 바가 있다. 그러자 내들러는 제이피모건 체이스 은행(JP Morgan Chase)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켄쇼 프로그램 제공 관련 계약을 맺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보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일자리들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다. 예상했던 경제 회복이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자, 그리고 금융위기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모든 은행들로 하여금 몸값만 비싸고 실수를 저리를 확률이 높은 인간을 그간 해왔던 업무를 값이 싸면서도 좀 더 투명적인 방식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한다. 


차베즈에게 일자리가 줄어든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인지를 두고 질문을 던지자, 그는 진짜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시대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이네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지난 2013년 자동화 연구 논문을 주도한 칼 베네딕트 프레이는 혁신이 과거에 나타난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경제에 튼튼한 동력이 되어준 것처럼, 그리고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밝혀냈다. 작년에 스웨덴 학자인 토르 베르거(Thor Berger)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프레이는 1980년대 미국 노동자들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명시했다. IBM이 직원들을 채용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1990년대를 지나자 급속도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2000~2010년 사이에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21세기에 들어와 나타난 새로운 직종, 프레이의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트레이너나 바리스타 같은 직업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는 소수의 부자에 기대는 저임금 노동이나 다름없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노동 절약화가 되어가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적어질 겁니다."라고 프레이는 말했다.


최근에 들어와서 나타난 기술적 진보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보다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프레이의 주장의 몇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IBM이나 델(Dell) 같은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컴퓨터를 한 대 팔 때마다 그것을 제작하고 조립할 노동자가 여러 명 필요했다. 하지만 켄쇼나 페이스북은 끝없이 무한적 자가 복제가 가능한 기업들이다. 수십 가지의 거래 시스템에 자동적으로 로그인하는 폴 초우의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초우가 만들자마자 전 세계에 있는 골드만삭스의 모든 사무실은 이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나타난 양상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당시 디트로이트에서는 아무리 로봇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부류는 인간이었고, 차량 공정은 한 번에 한 대씩밖에 운영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와 실리콘밸리에서 시간을 보낸 차우에게 있어 이런 차이점은 매우 명백하게 다가왔다. 자동화의 개념이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대체되는 일자리 속도만큼은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고 있어요."라고 초우가 나에게 말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켄쇼가 나타난 이후로 변화된 양상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지난 3년도 안 돼서 내들러의 회사인 켄쇼는 지구상에서 제일 큰 투자은행 세 곳과 계약을 맺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사무실 두 곳을 겨우 채울 수 있는 50명 정도의 직원만 필요했을 뿐이다. 내들러의 뉴욕 사무실은 월드 트레이더 센터 1동의 좀 더 큰 공간으로 이사했다. 켄쇼의 규모가 약간 확장되자 좀 더 넓은 책상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부엌과 더불어 퍼팅 연습장과 당구대가 놓일 계획이다.


획기적인 성장 덕분에 켄쇼의 가치는 수억 달러를 넘는다. 그리고 내들러의 회사 주식 보유만 고려하더라도 그는 일찍이 백만장자의 위치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회사가 미국 노동시장 전체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제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지난 여름에 내들러를 처음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했을 때 그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다른 IT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매번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 쪽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어요!'라고 당신에게 냉소적으로 말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서류상이지만 최소 10명 이상의 백만장자 직원들을 창출해냈으니까요. 이로 인해서 어떤 사람들은 밤에 아주 편안히 잠을 청할 수가 있겠죠. 하지만 우리는 고소득의 소수를 창출해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고만고만한 연봉에 전문직 종사자들의 수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사회적 손익을 한번 따져보면, 정책 개입이 부재하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인해 성장하는 새로운 산업이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는 한, 이것은 순손실입니다.."


"The cynical answer that another tech entrepreneur would give you is that we're creating new jobs, we're creating technology jobs. We've created, on paper at least, more than a dozen millionaires. That might help people sleep better at night, but we are creating a very small number of high-paying jobs in return of destroying a very large number of fairly high-paying jobs, and the net-net to society, absent some sort of policy intervention or new industry that no one's thought of yet to employ all those people, is a net 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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