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n Faulhaber, Feb 25 2016, NY Times
원문 : The Post-Cubicle Office and Its Discontents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의 'Dolor'라는 작품은 "연필들의 불변한 슬픔을 계속 지켜봐왔으니.."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Dolor'는 회사 사무실의 잿빛 가까운 우울함을 표현하는 최고의 시 가운데 하나다. "서류철과 풀의 모든 고통 / 티 한점 없는 공공장소에 깃든 황량함 / 매우 외로운 회의실, 화장실, 전화 교환대" 한 세기 이상 사무실 디자인은 직원들의 고통과 애환을 담아내는 가장 실용적인 은유(metaphor)로 다가왔다. 색 바랜 사무실에서의 단조로운 생활은 허먼 벨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한 직원이 무표정하게 벽을 쳐다보는 내용부터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주인공 프랭크 윌러가 작고 어두운 칸막이 공간에 갇히는 장면까지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이 토끼 굴과 비슷한 좁은 곳에서 겪게 되는 암울한 경향을 자아낸다. 형광등, 프레젠테이션 용 커다란 스크린, 그리고 직물로 싼 베니어합판으로 만든 칸막이. 이 모든 것들은 직원들의 능동적 사기를 꺾어내린다. 어쩔 때는 굴욕감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사무실에 대해 애도하는 것은 명백하게도 초점을 잃는 행위나 다름없다. 가장 정교하면서도 세련된 사무 공간을 살펴보는 것은 그간 우리가 배웠던 로스케의 시구나 멜빌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교훈, 적어도 그들이 사무실 내부 디자인을 포착했던 관점과 유사한 방법일 수 있다. 베를린에 위치한 광고 에이전시 하이레스(Hi-ReS!) 사무실을 설계한 곳은 독일 건축업체인 스튜디오 에이에스(Studio A/S)가 담당했는데,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우 밝은 색의 공간들을 만들었다. 빨아먹는 사탕으로 영미권에서 유명한 겁스토퍼(Gobstopper)의 이미지와 유사할 정도로 말이다. 또한 스튜디오 에이에스는 다용도의 크고 작은 공간들도 추가적으로 만들었다. 아주 작은 공간에서는 그 누구도 앉을 수가 없다. 노란색 테이블 위에서 회의가 끝났다면 빨간 사다리를 통해 기어 올라간 후 위층 소형 다락(loft)에서 쿠션이나 베개를 끌어안으면서 누울 수가 있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낮잠을 은밀하게 청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모바일 게임인 캔디 크러시 사가(Candy Crush Saga)를 제작한 킹(King)의 본사 사무실 분위기는 베를린과 유사하게 천진난만하면서도 뭔가 파편화(brash)된 느낌이 난다. 이곳 직원들은 매우 밝은 핑크색과 녹색의 파티션 안에서 일을 하거나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발코니에서 점심심사를 같이 한다. 이런 디자인 경향의 절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한 연구소를 미래로부터 온 우주선 내부와 비슷하게 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최대 규모의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의 대형 연구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그녀는 일반적인 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머리가 띵할 정도로 왜곡된 벌집 모양을 서로 갖다 붙이며 하나의 연결망으로 나타나는 건물 외관을 계획했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사무실은 업무 능률 향상과 그에 따른 좋은 작업 공간으로 탈바꿈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사무실 내부의 지나친 인테리어 비용과 아주 기발하지만 변덕스러운 구조는 아주 최근에 나타난 경향이다. 물론 20세기 초반에도 화려한 사무실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별나지는 않았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해서 1906에 완성된 라킨 본사 빌딩에는 라이트 코트(light court, 채광을 위해 안뜰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중앙부에 둔 외부공간)가 있었고, 직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쉴 수 있는 공간(recreation room)을 마련했다. 이러한 편의시설은 그 당시에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전대미문의 혁신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직원들이 제대로 낮잠을 청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또한 '아무도 모르는 비밀 공간(speakeasies)'으로 안내해 주는 통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뉴욕 소재의 링크드인(Linkedin)의 사무실 구석에는 이런 통로가 있다. 산업화 초기의 사무실들은 직원들로부터 생산성을 가차 없이 뽑아내기 위해 고안되었다. 오늘날 대거 등장하는 화려한 사무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이런 경향이 마침내 종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출신의 프레데릭 윈슬로우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는 사무실 디자인을 고려할 때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킨 첫 번째 인물이었다. 윌리엄 헨리 레핑웰(William Henry Leffingwell)은 1917년에 출판된 자신의 저서 [과학적 사무관리]에서 '테일러 원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만약 사무실 내에서 냉수기를 잘못된 위치에 설치를 했다면, 직원 한 명당 걷게 되는 불필요한 거리는 상당할 것이다. 1년에 52주 동안 일을 하는 수많은 직원들을 이것에 적용하면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 당연지사다. 테일러주의를 적용한 사무실들은 여러 책상을 일렬로 설치하거나 공간을 가지고 신체적 형태의 흐름을 자연스레 구현해내기 위해 아주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이런 모델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는데, 사람을 그저 몸무게나 혈당량 같은 수치로만 판단하는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원들이 테일러주의가 적용된 사무공간에 대하여 반발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가 않다. 1930년대 이후로 이들은 불만사항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출판업계에서 첫 번째 파업이 발생했다.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에서의 노동조합도 이때쯤에 탄생되었다. 물론 직원들이 더 나은 사무공간을 가지고자 집단 반발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길고 긴 투쟁을 통해서 이들은 좀 더 친화적인 회사 정책의 일환으로 퇴직연금, 회사 야유회, 그리고 더 나은 사무환경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후 기간 내내 꾸준한 임금 상승을 직접 맞보기도 했다. 공장과 흡사한 사무공간에 대한 이런 비판은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에게도 분명한 영향을 미췄다. 직원들을 기계로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심리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 사무실의 주요 역할로 부각되었다.
세계 2차 대전이 종식된 이후로 유리와 철재로 건설된 건물과 사각형 모양의 에어컨이 출현한 시기가 도래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매우 흔하고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당시는 디자인적으로, 그리고 건축학적으로 '경이(marvel)'에 가까웠다. 당시의 경이는 오늘날 구글과 페이스북 직원들이 사무환경과 그에 따른 삶이 주목되는 것과 비슷한 함의를 지닌다. "금발 머리의 책상들과 햇볕에 탄 의자들이 가득한 바다를 한번 상상해 보라. 곳곳에 모든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외부조명이 있고, 개별적으로 통제 가능한 에어컨과 더불어 설정된 공간에서만 울려 퍼지는,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 음악(Muzak)까지 설치된 널찍한 공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구절은 SF 작가인 앨런 해링턴(Alan Harrington)의 소설 [크리스털 궁정에서의 삶]에 나온다. 1950년대의 대도심 교외에서 거주하는 부자들의 삶을 암울하게 그린 작품이다. "오후가 되자 소형 극장 크기의 관람실에 들어가서 영화를 시청한다.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칼러 TV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본다. 게임룸에 가서 다트나 탁구 등 스포츠 전자오락도 실컷 할 수도 있다." 해링턴은 사무조직에서 길들여진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면서 남의 시선을 대단히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평생 용기나 창의성 대신 이런 미래상만을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무실을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은 몇 가지의 중요한 혁신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공간 건축을 통해서 사무 가구들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하는 시도가 여기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은 실패 사례도 많이 있었다. 가장 악명 높았던 경우는 표준적인 사각형 파티션 사무공간(standard cubicle)이었다. 1960년대에 미국 업체인 허먼 밀러(Herman Miller)가 고안한 형태였는데, 공간 비용을 가능하면 줄이고자 많은 수의 직원들을 한 사무실에 많이 배치하려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1989년에는 사무직 직원들의 애환을 풍자한 만화 [딜버트]가 연재되기 시작하면서부터 1990년대부터는 표준적 파티션 공간이 애잔한 사무직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대두되었다. 이른바 사각 모양의 우리(cubicle rage)라 불리기도 했는데, 아마도 고도의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충돌 때문에 벌어진 사무실 내에서의 폭력과 갈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던 가운데, 1990년대 말부터 성장세를 기록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일련의 IT 기업들로 인해서, 사막과 같이 단조롭고 칙칙하던 사무실 풍경은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동산처럼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를 주도했던 인터넷 리더들은 아주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학 캠퍼스를 갖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분위기를 그대로 회사 내에서 이식하고 싶어 했다. 자신만의 회사를 가지기 시작한 젊은 기업가들은 대학시절에 강조되었던 '일과 놀이의 효율적인 결합'을 사무조직 내의 새로운 경향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자 직원들을 갈라놓은 사각형 구조의 파티션은 어느 순간부터 낮아지거나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공장 창고처럼 사무실은 끝없이 확장되었고, 다목적의 공간이나 다락이 따로 생겨났다. 길고 긴 평일 업무시간에 간간이 광란의 마리오 다트게임이 개최되거나 격렬한 탁구 시합이 열리기도 했다. 수많은 경쟁을 뒤로하며 능력 좋은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게임이 가득하고 언제나 웃음이 지속되는 사무실은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가 다름없다. 실제로 몸값 높은 엔지니어들은 자그마한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에 열정 하나로만 가지고 대기업을 과감히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 가득한 사무실(fun office)'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의 디자인 업체인 스튜디오 에이에스도 이런 시대정신을 아예 회사 미션으로 정해놓았다. Y 세대(Generation Y)는 사무실 실내 디자인과 환경으로부터 "커다란 의미'를 찾아 나선다. 젊은 직원들은 사무공간에서 화려한 문맥, 형식, 그리고 분위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사무용 가구회사인 테크니언(Teknion)은 현대 사무실에 꼭 들어가야 하는 원칙으로 '윤리적 경제학(ethonomic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는 직원들이 더욱 많이 걸어 다니면서 보다 활기찬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아주 세심하게 유도하고, 적절한 실내조명과 풍성한 분재 및 화단을 설치해 친환경적인 형태를 강조하며, 각기 다른 재료나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여러 가지의 질감과 분위기를 살리는 환경을 통칭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윤리적인 사무환경을 촉진시키는 것이야말로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다.
사무실 디자인은 직원들의 만족도, 행복감, 그리고 놀이를 하고 싶은 본능을 충분히 이끌어낸다. 이 모든 요소들은 고려할 만한 모든 옵션 가운데 가장 최상위에 속한다. 또한 이런 사무실은 농촌의 일반적인 사각형 모양의 논밭보다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은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은 이런 사무실 형태를 따라 하는 것은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다. 파괴적 사고(disruptive thinking)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회사 사무실이 직원들의 '평균적인 욕구(좋은 사무용품, 전자레인지, 휴대용 커피머신 제공)'뿐만 아니라 마음 한편에서 우러나오는 심리적 욕구까지 보살피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무실 혁신 기술이 발달해서 직원들이 그저 업무에만 편안히 매달릴 수 있게 해준다면, 새로운 사무 환경 디자인 뒤에서 존재하는 윤리적 경제학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직장(업무)과 개인적인 일과의 경계선을 보다 희미하게 지워버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회학자 윌리엄 데이비스(William Davies) 이러한 복잡다단한 경향을 '행복 산업(happiness industry)'라고 불렀다. 당신의 건강이나, 가장 사적인 감정조차도, 회사가 제공하는 관련 프로그램 때문에, 당신의 직속 상사나 보스가 매번 눈여겨볼 여지가 매우 높아졌다. 자포스 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는 기업들은 조직 내의 열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최고행복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행복책임자들이 직원들을 면밀히 조사해서 행복 관련 어젠다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 10% 정도를 찾아내고, 이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궁극적으로,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사무환경이 옹호론자들이 강조하는 만큼 확실한 효과를 거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의류업체 렌느(Lenne)의 사무실처럼, 평범한 공간에 그저 고급스러워 보이면서 밝은 색깔의 베니어합판을 가지고도 좋은 사무실을 만들 수가 있다. 책상과 의자만 이곳저곳 끌어당기면서 직원 개별적인 영역을 제공해준다. 이로 인해서 직원들은 어느 특정 공간에만 있기보다는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가 있다. 많은 협업 효과와 생산성 향상도 기대 가능하다. 탈린의 렌느 사례는 약간의 실증적인 정당화가 내포되어 있다. 직원 만족에 대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작금의 IT 계열의 사무실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결과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 발간된 환경심리학회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조사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서 절반 정도가 오픈 플랜(open plan, 목적마다 작게 구분하지 않고 넓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배치 방식) 때문에 적절한 사적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30% 정도는 가시적인 사적 공간 부족에 따른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지난 1980년에 재택근무가 보다 확산되면서 사무실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로 전 세계가 하나로 편입될 것이라는 뜻의 전자가정사무실(electronic cottage)이 전국적으로 활발해지면서 대도시의 기업 사무실을 하나둘씩 텅텅 비워진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적인 발전은 토플러가 약 40여 년 전에 그려냈던 미래상을 현실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게 해 주는, 너무나 위협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퇴근 후 집에서 나머지 업무를 보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텔레커뮤니케이션은 서로 동맹을 맺으며 아주 지독할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사무실은 앞으로 더욱 넓어지면서 보다 기묘해지고 낯설어질 것이다. 마치 우리의 삶에서 간간이 나타나는 예외(out size)를 상징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