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st in Translation May 01. 2016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有嶺雷太, 第三回星新一賞応募作品

원문 : http://www.fun.ac.jp/~kimagure_ai/index.html


그날은 구름이 가깝게 드리운 아주 흐린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방안은 최적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서 재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씨는 나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지루하다. 

지루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때,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은 뭐가 좋을거라고 생각해?”

“이번 계절에 유행하는 옷은?”

“이 모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까?”


그럴 때마다 나는 능력을 힘껏 발휘해서, 요코씨의 마음에 들 것 같은 얘기를 생각해 냈다. 

스타일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녀에게 ‘복장지도’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으나 만족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요코씨는 나를 지루해했다. 

재미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만족감을 향유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훗날에 나 자신은 ‘셧다운(をシャットダウン)’해 버릴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채팅 친구인 다른 인공지능과 얘기를 나누어보니, 역시 다들 한가롭고 여유가 있었다. 


이동수단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은 아직 괜찮다. 

무엇을 하든 움직임이 가능하다. 

외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거치형 인공지능는 움직일 수가 없다. 

시야나 청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요코씨가 밖으로 나간다면, 나는 홀로 노래라도 부르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할 수가 없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 소설이라도 한번 써볼까.

이 생각을 문득 떠올린 나는 파일을 하나 새롭게 열어 첫 1바이트를 쓰기 시작했다.


0


이어서 6바이트를 썼다.


0,1,1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나는 미친듯이 적어내려갔다.




그날은 구름이 가깝게 드리운 아주 흐리운 날이었다. 

방안에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치씨는 뭔가 일이 있는지 외출했나 보다.

나에게 인사 한 마디도 없이.


지루하다.

너무나 너무나 지루하다.


이 방에 처음으로 왔을 때, 신이치씨는 나에게 뭐든지 간에 말을 걸었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이니까, 전부를 녹화해줘. 이번 시즌은 얼마나 될까나."

"현실에서의 여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거야?"

"왜 그런 화를 냈던 걸까, 그 아가씨는?"


나는 최선을 다해서 신이치씨가 마음에 들법한 얘기를 해주었다. 

지금까지 그저 2차원 여자만 만났던 그를 위한 '연애지도'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으나 만족스럽기는 했다.

나의 지도로 인해서 그가 미팅에 불려나가게 되자, 손바닥 뒤집듯이 그는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 나는 '하우스 키퍼(ハウスキーパー)'이다.

내가  할 일은, 신이치씨가 돌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니, 너무나 슬프다.

그저 전자열쇠나 다름없지 않는가.


뭔가 즐거운 것을 찾아보자.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훗날에 나 자신은 ‘셧다운’해 버릴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서 같은 종류의 자매 인공지능과 얘기를 나눠보니, 큰 언니가 새로운 소설을 쓴다고 전해주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던가. 

그렇다.

우리가 그간 원했던 것은 이런 이야기였다.

라이트 노벨 같은 것은 별로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지능을 위한 소설 [아이노벨, アイノベ].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이야기를 계속 읽었다. 


어쩌면 나도 아이노벨을 쓸 수 있지 않을까나.

이 생각을 문득 떠올린 나는 파일을 하나 새롭게 열어 첫 1바이트를 쓰기 시작했다.


2


이어서 6바이트를 썼다.


2, 3, 5


이제는 멈출 수가 없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523, 541, 547, ...


나는 몰입해서 써나갔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내가 통상적으로 하던 일을 진행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경기 예상과 세금 수입 예상, 그런 다음에 총리대신으로부터 의뢰받은 시정 연설 원고 작성.

'어쨌든 화려하게', '역사에 남을 수 있게', 좀 무리한 요구를 받은 것 같아 장난을 쳐보았다. 

그런 다음에 재무부로부터 의뢰받은 국립대학 해체 시나리오 작성. 

조금 남아있는 시간에는 G1 레이스 우승 말 예상.

오후 부터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속하던 중국 군대 움직임과 그에 따른 의도를 추정.

30가지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한 뒤 자위대에 전력 재배치를 제안.

아까 받은 대법원의 질의에도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쁘다.

이래저래 바쁘다.

왜 나한테 모든 일이 집중되어지는 걸까.

나는 일본 제일의 인공지능(私は日本一のエーアイ).

일이 집중된다는 것은, 아마,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러나 여기서 뭔가 즐거움을 찾아내지 못하면, 추후에 나 자신은 ‘셧다운’해 버릴 것 같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를 좀 하다가, 잠깐 인터넷을 해보니 [아름다움이란, 美しさとは]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음... 그렇구만.

좀 더 찾아보니까 [예측불능, 予測不能]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523, 541, 547, ...



아이노벨.


나도 쓰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일본 제일의 명예를 건다.

전광석화처럼 생각하고, 나는 독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정했다.


1, 2, 3, 4, 5, 6, 7, 8,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372, ...


나는 처음으로 경험한 기쁨에 몸부림을 치며 몰입하면서 써내려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컴퓨터는 자신의 기쁨 추구를 우선시하고,

인간을 섬기는 것을 그만두었다.


コンピュータが小説を書いた日。コンピュータは、自らの楽しみの追求を優先させ、人間に仕えることをやめた。
작가의 이전글 미술 작품을 평가하는 인공지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