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내리는 비는 빨래를 꿉꿉하게 만들지만
시원한 물놀이를 선물해 주기도 해요
차분히 내리는 비는 새싹이 자라는 영양분이 되어 준답니다
길게 오는 비는 2일 3일이 지나면 빨래가 꿉꿉해져 빨리 그치기를 바라게 되는데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비를 바라본다면 투닥투닥 또닥또닥 톡톡
작은 연주자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오는 듯 안 오는 듯 내리는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적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닮아있어요
슬며시 다가온 사랑이 온 마음 적시는 날에는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지긋지긋하게 나에게 다가오는 일, 시간, 사람은
가끔 나를 귀찮고 성가시게 하기도 하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나라는 새싹이 차분하게 자라도록 도와줄 것들이라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요
계속 내리는 비에 빨래가 꿉꿉해져도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옷에 얼굴을 파묻고 더 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우울감에 마음이 꿉꿉해져도
잔뜩 머금은 나의 지나간 시간들은
언젠가 뽀송뽀송한 햇살을 닮은 건강한 새싹으로 자라날 거예요